핵오염수 해양투기 정당화 일본 프로파간다의 함정

애초 더 나은 대안을 고려 않은채 방류 선택

'액체처리시스템'을 '다핵종제거설비' 명명

방출핵종 수백~수천인데 다 제거하는 듯 호도

초점된 트리튬, 엉뚱한 수치 끌어와 "비교적 적다"

IAEA에 '껌값' 주고 해양투기 면죄부 받아내

2023-07-15     한승동 에디터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내에 설치돼 있는 1천여개의 핵오염수 저장 탱크들. 일본정부는 올해 8월께부터 이 핵폐기물을 바다에 흘려보낼 예정이다. 2021.o2.13. 교도 연합뉴스

“2024년에 예정돼 있는 차기 총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권 임기 후반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다. 총선거 결과는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만일 여당이 승리하면, 개선되고 있는 전략적 한일관계 구축의 흐름을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들어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학 대학원 교수(한국정치외교사)가 지난 10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한국에서도 ‘안전과 안심은 다르다’는 처리수 방출, 일본에 요청되는 자세는”)에서 한 말이다.

핵오염수 투기, 내년 한국 총선과 한일관계 좌우할지도

내년 총선에서 한국 집권여당이 승리하면 ‘친일’적 윤석열 정권 임기 후반이 탄탄해질 것이고, 따라서 지금의 한일 유착관계도 다시는 윤 정권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을 정도의 기본흐름으로 정착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일본이 그런 흐름에 역효과를 낼 수 있는 발언이나 조치를 한국에게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원전 의존도가 일본보다 높은 한국에서는 수치상으로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류되는 ALPS(선진 액체처리 시스템) 처리수를 상회하는 트리튬(삼중수소) 농도의 액체를 바다에 방출하고 있으나, 윤 정권은 문재인 전 정권이 추진한 탈원전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증설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자국내의 원전 (삼중수소 방출) 사례를 거론하는 형태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은 주저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오쿠조노 교수가 얘기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 원전들이 바다로 흘려보내는 삼중수소 농도가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ALPS 처리를 한 핵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보다 더 짙다는 것이 하나다. 또 하나는 그런 ‘사실’을 한국 윤 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지지를 위한 자국민 설득용으로 써먹고 싶으나 원전 강화정책, 즉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정책을 뒤집어 탈탈원전정책으로 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그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즉 한국 원전들이 바다로 흘려보내는 삼중수소 농도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ALPS 처리를 거친 액오염수보다 더 높으니 일본이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해양 투기해도 걱정할 것 없다, 안전하다고 자국민 설득용으로 써먹기 좋은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할 경우 자칫 삼중수소 자체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문재인 전 정권의 탈원전정책을 뒤집은 윤석열 정권의 탈탈원전정책과 원전 증설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에 설치대 있는 핵오염수 저장탱크들.  2023.03.08.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이 말조심하는 이유

오쿠조노 교수의 얘기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지닌 복잡미묘하고 중층적인 국제정치적 파급효과, 특히 한일관계에 끼치는 복합적 효과의 주요 측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의 말을 단순화하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일본정부가 이를 강행하면 내년 봄(4월)의 한국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한일관계도 지금의 불가역적 추세에서 가역적으로 바뀔 수 있다. 말하자면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우려가 크다. 그러니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말조심하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맨 먼저 한 얘기가 “사고를 일으킨 것은 일본이라는 전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원인 제공자인 일본이 한국인과 한국정치에 대해 섣불리 이러쿵 저러쿵 말참견했다가는 반발을 불러 불가역으로 가고 있는 한일유착을 가역으로 뒤집는 역효과를 낼 터이니 조심하라는 경고다.

 

 지난 10일 도쿄의 일본총리 관저 앞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일 시민들. 2023.07.10. AFP 연합뉴스

일본이 부각시키는 삼중수소 문제의 함정

그런데 여기서 다시 짚어봐야 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오쿠조노 교수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얘기하는, ALPS 처리를 거친 후쿠시마 핵오염수 삼중수소 농도보다 한국의 일반 정상가동 원전들이 방출하는 폐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더 짙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쪽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정당화하는데 동원하는 핵심 프로파간다의 하나다. 일본은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주요 원전 가동국들의 원전 폐수 삼중수소 농도들의 예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ALPS 처리를 거친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더 낮다며 오히려 그런 일반 정상가동 원전 폐수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쿠조노 교수는 삼중수소의 ‘농도’라고 했으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때 이를 바닷물과 희석해서 안전기준치는 물론 일반 음용수의 삼중수소 농도보다 더 낮게 해서 방류하겠다고 일본정부가 호언장담하고 있는 것처럼 농도로는 각국과의 단순비교가 무의미하다.

따라서 이를 연간 방출하는 삼중수소의 ‘총량’으로 비교하는 쪽이 낫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해양 투기에 들어갈 때 트리튬(삼중수소)의 연간 방출량을 22조 베크렐(사고 전의 후쿠시마 제1원전 연간 평균 방출량) 이하로 유지할 것이라면서 “해외의 많은 원자력 관련시설에 비해 낮은 수준”(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태산 제3원전의 삼중수소 (연간) 방출량은 후쿠시마 제1원전 방출량의 6.5배(143조 베크렐), 양강 원전은 5.1배(112조 베크렐), 영덕 원전은 5배(102조 베크렐), 홍연하 원전은 4.1배(90조 베크렐)이며, 한국의 월성 원전은 후쿠시마 제1원전 방출량의 3.2배(71조 베크렐), 고리 원전은 2.2배(49조 베크렐)다. 프랑스의 라아그 핵재처리시설은 454.5배(1경 베크렐)에 이르는 것으로 돼 있다.(<민들레> 7월 13일 기사 “태평양도서국, IAEA보고서·해양투기 반대 재천명”에서 재인용)

 

지난 10일 도쿄의 일본총리 관저 앞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2023.07.10. AFP 연합뉴스

함정 1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다. 먼저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삼중수소 연간 방출량 22조 베크렐은 2011년 3월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이 멜트다운돼 수소폭발 한 사고가 나기 전의 정상 가동되던 제1원전의 삼중수소 평균 연간 방출량이다. 사고 뒤에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출 핵종과 양이 폭발적으로 늘었는데도 그 정상 가동 당시의 삼중수소 연간 평균 방출량과 다른 나라들 원전의 삼중수소 연간 평균 방출량을 비교하는 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ALPS 처리를 거치면 사고 뒤의 후쿠시마 액오염수 삼중수소 방출량을 정상 가동 때의 그 연간 22만 베크렐보다 더 적게 해서 내보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이치에 맞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의 문제 국가별 비교 기준치를 왜 실재하지도 않는 사고 전 정상 가동 때의 상태에 맞춰 설정하는가. 이것은 마치 지금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삼중수소 방출량이 정상 가동 때의 그것과 다름없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 발표 뒤에 ALPS의 성능 및 안전 검사가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나마 그런 ALPS가 그 전에 여러차례 고장나 정상가동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되는 등의 과거 사례들을 볼 때 일본이 주장하는 수치들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함정 2

더 중요한 것은, 문제가 되는 것이 삼중수소만이 아닌데 마치 삼중수소만 안전기준치 이하로 희석해서 방류하면 안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문제를 단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3월의 후쿠시마 제1원전 멜트다운과 수소폭발 뒤 대기나 지하수로 방출된 방사성 핵종은 1백여 종, 동위원소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수천 종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다른 핵종들은 모두 ALPS로 제거할 수 있고 삼중수소와 탄소-14(C 14)만 걸러낼 수 없다며, 이 중에서도 삼중수소만 문제인 것처럼 부각시키면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문제는 일본의 매스컴들도 전혀 문제삼지 않고 있고,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오쿠조노 교수 같은 지식인들도 삼중수소 문제만 해결하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는 안전하다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얘기하고 있다.

이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사고원전 및 핵오염수 폐기에 관한 여러 가능한 방식들 가운데 해양 투기 방식만 고집하고 있는 이유와도 연결돼 있다. 그것은 결국 비용문제이자,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폐기 비용의 외부세계 전가 문제다.

 

지난 8일 IAEA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뒤 한국을 찾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방한에 맞춰 서울 시내에서 IAEA 보고서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2023.07.09. 신화 연합뉴스 

ALPS를 ‘다핵종제거설비’라 명명한 이유

일본 경제산업성이 관장하는 유식자회의 ‘트리튬 태스크포스(TF)’가 2011년 3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이 수소폭발을 일으킨 지 2년 8개월여가 지난 2013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15차례 회의를 열고 핵오염수 처분방법 5가지의 처리기간과 비용을 각각 산정했다.

5가지 방법은 지층 주입, 해양 방출, 수증기 방출, 수소 방출, 지하 매설이다.

우선 대책위원회 쯤으로 옮길 수 있는 태스크포스(TF)의 이름에 ‘트리튬’이 박혀 있는 것부터 얘기해 보자. 이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자랑해 온 알프스(ALPS)로 제거할 수 있는 방사성 핵종이 62가지고 제거할 수 없는 ‘유일’한 핵종이 트리튬(삼중수소)이어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처리가 곧 트리튬수 처리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일본정부가 얘기한 핵종은 모두 64종인데, 트리튬과 탄소 동위원소 탄소-14(C 14)는 ALPS로 제거되지 않아 일단 62종의 핵종을 제거대상으로 삼았다.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는 원래 ‘선진 액체처리 시스템’쯤으로 번역되는 것인데, ‘다핵종 제거 설비’라고 공식명칭을 정한 것도 트리튬 정도만 빼고 핵종들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는 설비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알프스가 제거할 수 없는 핵종이 트리튬이 ‘유일’한 것이 아님에도 대책위원회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은,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C 14 등 다른 수많은 핵종들은 아예 고려대상에 넣지도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62종의 핵종을 다 제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출될 수 있는 핵종은 100여 가지고 그 동위원소들까지 합치면 많게는 수천 종에 이른다고 얘기한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그 중에서 64종만 얘기하고, 또 그 중에서도 7종 정도만 주로 검출할 뿐 나머지 수많은 방출 핵종들에 대한 정보는 공개한 적이 없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본산 수입 물고기의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다. 이런 검사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2023. 07.06. 로이터 연합뉴스

5가지 처리방식에 대한 ‘트리튬 TF’의 처리기간 및 비용 산정

그렇게 해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관장하는 유식자회의 ‘트리튬 태스크포스(TF)’가 2016년 6월에 내놓은 후쿠시마 핵오염수 5가지 처리방식별 처분기간과 처분비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지층 주입/ 처리 전에 희석할 경우 처분기간은 5년 9개월~8년 6개월, 희석하지 않을 경우 처분 기간은 7년 1개월~13년. 처분 비용은 각각 177억~180억, 501억~3976억 엔.

2. 해양 방출/ 희석. 처분 기간 4년 4개월~7년 4개월. 비용 17억~34억 엔.

3. 수증기 방출/ 희석하지 않음. 처분 기간 6년 3개월~9년 7개월. 처분 비용 227억~349억 엔.

4. 수소 방출/ 희석하지 않음. 처분 기간 5년 8개월~8년 5개월. 처분 비용 600억~1000억 엔.

5. 지하 매설/ 희석하지 않음. 처분 기간 5년 2개월~8년 2개월. 처분 비용 1219억~2533억 엔.(*엔을 원으로 환산할 때 9~10을 곱하면 대강의 액수를 알 수 있다)

해양 방출(투기)이 처분 기간이 가장 짧고, 비용도 압도적으로 적다. 경제적 실리만 따진다면 해양 방출이 다른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게 먹힌다.

도쿄대 공공행정대학원의 비용평가

2020년에 도쿄대학 공공행정대학원에서 실시한 ‘공공정책 경제평가’ 중의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의 취급에 관한 비용분석’은 3가지 처리방식의 방출 총비용을 다음과 같이 산정했다.

1. 해양 방출 18.1억 엔.

2. 수증기 방출 296.7억 엔.

3. 장기 보관 374.2억 엔.

역시 해양 방출 쪽이 위의 ‘트리튬 TF’가 산정한 것처럼 가장 싸게 먹히고, 비교 방식별 액수들도 비슷하다. 지층 주입과 지하 매설, 수소 방출은 아예 빼 버렸는데, 아마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트리튬 TF에는 없는 항목인 ‘장기 보관’ 비용이 도쿄대 공공행정대학원 평가에서는 가장 큰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시민위원회가 주장한 대형 탱크를 지어 장기 보관하자는 방식이 왜 거부당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지난 10일 도쿄이 일본총리 관저 앞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시위를 벌인 시민들이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고 있다. 2023.07.10. AFP 연합뉴스

IAEA 동원과 자국민 반발 무마 비용은 소액

결국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처리방식을 해양 투기로 결정한 데에는 비용문제가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해양 투기를 강행할 경우 일본 현지 어민들과 풍평(소문) 피해를 겁내는 일본시민들, 그리고 한국 등 주변국과 태평양도서국 등의 반발, 국제적인 반대를 어떻게 무마하느냐는 것이었는데, 여기에 동원된 것이 일본이 압도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IAEA였다.

유출문서와 일본 외무성 내부자 또는 내부사정을 잘 아는 사람으로 보이는 제보자가 지목한 미즈노 도시아키 오스트리아 빈 주재 IAEA 일본정부대표부 일등서기관과 에릭 프리먼 IAEA 핵안전보안부 담당관 사이에 오갔다는 “적어도 100만 유로 이상”의 돈은 해양 투기 외의 다른 처리방식을 택했을 때 들어갈 비용에 비하면 극히 소액이었다. <도쿄신문> 보도(7월 8일)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1개 부(성)가 IAEA에 지원할 ‘거출금’으로 2020년 한 해 예산에 올려 놓은 돈만 63억 엔(약 567억 원)이었으니 14억 원이 좀 넘는 100만 유로는 그야말로 몇 푼 되지 않는 돈이었다. 해양 투기 외의 지하 매설이나 지층 주입, 장기 보관 처리방식을 택할 경우의 비용에 비하면 더더욱 그렇다.

가장 싸게 먹히는 해양 투기로 결정하고 수백억의 돈을 IAEA를 지원하고 동원하는데 쓰는 것이 훨씬 더 싸게 먹힌다는 계산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외무성뿐만 아니라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환경성, 원자력규제위원회 등도 제각각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규모의 IAEA 지원 ‘거출금’을 예산에 배정했고, 그 돈 중의 일부로 자기 부서 직원들을 대거 IAEA에 파견해 IAEA를 장악하고 필요한 전문인력 훈련까지 할 수 있으니, 해양 투기 처리방식을 고집하는 까닭을 알만하지 않은가.

그 뿐만 아니라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현지 어민 등 일본 내의 반발세력에게 보상비나 위로금으로 상당액수를 지불하는 것까지 포함해도 크게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

 

지난 10일 도쿄의 일본총리 관저 앞에서 "후쿠시마를 잊지 않겠다"는 피킷을 들고 핵오염수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기위를 벌이고 있는 한일 시민들. AFP 연합뉴스

자기파괴적일 수 있는 일본의 선택, 윤정부의 지지

해양 투기 방식은 일본 1국 차원에서만 보면 이익이 손해보다 훨씬 더 커서 방사성방호원칙 가운데 하나인 ‘정당화 원칙’, 즉 이익이 손해보다 클 때만 방사성 폐기물을 버릴 수 있다는 원칙에 부합한다. 그러나 지구 전체,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일본만의 작은 이익을 위해 다른 모든 나라들과 모든 생태계의 생명체들이 손해를 보는, 어쩌면 되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를 치명적인 손실을 보게 되는 지극히 부도덕하고 어리석은 선택이다. 해양 투기로 인한 이익은 일본만 누리고 모든 손해는 다른 나라 등 외부에 전가하는 방식은 이른바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일본이 선택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일본에게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 자기파괴적 선택일 수도 있다.

그것을 윤석열 정부는 너무 쉽게 지지했다. 오염수 방류 점검과정에 한국 전문가도 포함시켜 주고 기준치를 넘으면 즉시 방류를 중단해 달라는, 하나마나 한 ‘당부’를 붙여 기시다 후미오의 일본 자민당 정부와 도쿄전력을 기쁘게 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 강행으로 돌파한 것처럼, 80%가 넘는 자국민의 해양 투기 반대여론에도 아랑곳 없었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의 기괴한 해법 뒤에 미국이 있었듯이 이번 결정에도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한미일 ‘삼각동맹’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내년 4월의 한국 총선 결과를 일본과 미국 집권세력들도 매우 궁금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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