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게이트' 전면 나선 김동연…"원희룡 해임 사안"
"장관직이 노름판 판돈? 내가 부총리면 해임 건의"
긴급 기자회견서 사실상 원안대로 사업 추진 촉구
"갑자기 튀어나온 변경안과 백지화 때문에 대혼란"
윤석열 정권에 "국정 난맥상" "시스템 중대 위기"
'타당성평가' 관계기관 1‧2차 협의 의문점 지적
'사업개요'엔 양서면, '위치도'엔 강상면 기재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백지화 선언으로 인한 충격파까지 일파만파 확산되자 보다 못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전면에 나섰다.
김 지사는 노선 변경이 갖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사실상 기존 원안대로 사업을 즉각 재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윤석열 정권의 국정 운영 시스템을 "중대한 위기"라고 규정하며, 특히 원희룡 장관을 향해 "내가 경제부총리였다면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를 했을 것" "장관직이 무슨 노름판의 판돈이냐" 등의 고강도 발언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김 지사는 12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즉각 철회하고 가장 빠르고 원칙 있게 추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경기도를 책임지고 있는 지사로서 도저히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 교통 문제는 1400만 경기도민에게 가장 중요한 민생과제 중 하나이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경기 동부의 교통환경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오랫동안 일관되게 추진돼왔다면서,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업임을 전제했다. 김 지사는 "당초 사업목적은 두물머리 일대를 포함한 6번 국도의 교통체증 해소다. 평일 출퇴근과 주말 관광수요에 따른 심각한 도로 정체로 양평군민들은 물론 많은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처음 제안된 것은 2008년으로 벌써 15년 전이다. 이후 경기도는 물론 여ˑ야를 막론하고 일관되게 그 추진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최근 노선 변경과 백지화 과정에서 문제점과 우려할 만한 부분이 발견된다며, 첫 번째로 1조 7000억 원 규모의 고속도로 사업이 장관의 말 한마디로 백지화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건설, 복지 등 500억 이상의 모든 대규모 재정사업은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하고, 이를 통과해야 '국가재정계획'으로 진행된다. 심지어 고속도로 등의 경우에는 그 이전에 관계부처 간의 협의를 거쳐 '국가종합도로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 오랜 기간과 비용을 들여 수립한 계획을 장관 말 한마디로 뒤집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저는 예산실장으로 고속도로 등 SOC(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재원 배분을 숱하게 경험했고, 기재부 2차관으로서 예비타당성조사를 총괄하는 위치에도 있었다. 경제부총리로 국가 재정을 책임지면서 나라 살림도 책임졌다"며 "저의 경험으로 볼 때 해당 장관의 말 한마디에 이 정도 사업이 뒤집히는 것은 '국정의 난맥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의혹 제기를 빌미로 백지화 운운하는 것은 사업을 볼모로 국민을 겁박하는 행태이며,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단언했다.
김 지사는 두 번째로, 갑자기 변경안이 등장하는 과정에 많은 의혹이 있다면서 ▲2022년 7월 '타당성평가 관계기관 1차 협의'에서의 의문점 ▲2023년 1월 '타당성평가 관계기관 2차협의'에서의 의문점 두 가지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관계기관 1차 협의에서의 의문점과 관련해 김 지사는 "2022년 7월, 국토부는 사업 추진을 위해 '타당성평가'에 대한 관련 부처,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시작했다"며 "양평군과 하남시, 심지어 서울시까지 9개의 지자체와 기관을 포함하면서 경기도만 쏙 빠진 이례적인 협의였다"고 전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를 포함해 언론에서 많이 보도한 부분이지만 이 당시 양평군은 '하남시 감일동~양평군 양서면' 시 · 종점을 유지하면서 나들목(IC)을 추가하는 안을 제1안으로 요구했다. 양평군은 '경제성, 타당성, 지역주민의 편의성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 '강상면'을 종점으로 변경하는 노선도 2안으로 제시했지만, 양평군은 '경제성 재분석, 사업비 증액 예상'이라는 문제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김 지사는 특히 관계기관 2차협의에서의 의문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2023년 1월, 2차 협의를 하면서 이번에는 경기도를 포함시켜 12개의 지자체와 기관에 변경된 노선으로 공문을 보냈다"며 "참으로 이상하게도 협의 공문의 앞 장에 있는 '사업개요'와 뒷 장에 있는 '위치도'의 내용이 서로 달랐다"고 짚었다.
실제로 앞 장의 사업개요에는 '구간'이 '하남시 감일동~양평군 양서면'으로, '규모'는 '27.0km'로, '주요시설'은 '상사창, 상산곡, 남종 등 나들목 3개소'로 명기돼 있는 반면 뒷 장에 첨부된 위치도에는 '구간'이 '하남시 감일동~양평군 강상면', '규모'는 '29km', '주요시설'은 '강하'가 추가된 '나들목 4개'로 표시돼 있었다.
김 지사는 "참으로 궁금하다. 협의 공문에서 사업개요와 노선도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면서 "불과 6개월 만에 전체 노선 27km 중 55%가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 도대체 누가, 왜, 어떤 절차를 통해 노선을 변경했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고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김 지사는 세 번째로, 변경안대로 진행하면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깊이 우려했다. 김 지사에 따르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이후 사업 내용이 크게 바뀔 경우에는 '타당성재조사'의 가능성이 높다.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기존안에 비해 15% 이상 증가하거나, 교통량 수요가 30% 이상 감소할 경우, 그리고 감사원이나 국회가 요구할 경우에는 타당성재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
이 경우 기재부가 타당성재조사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번 서울-양평 고속도로 변경안은 타당성재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1년 이상의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김 지사는 "이번 변경안은 타당성재조사는 둘째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해야 할 가능성도 있는 수준"이라며 "시ˑ종점이 바뀌고 원안 대비 약 55%가 대폭 변경됐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기존안과 비교하면 '신규노선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김 지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빠르고 원칙 있는 추진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렇게 중요하고 시급한 사업, 이미 오랫동안 법적 절차를 밟아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장관 한 사람이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국민의 숙원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 의사결정 시스템의 '한 위기"라며 "돌이켜보면 지금의 모든 혼란과 국론분열은 모두 갑자기 튀어나온 변경안과 그에서 비롯된 백지화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사태의 원인을 분명히 지목했다.
아울러 "기존 노선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거나, 주민들로부터 강력한 교체가 있었던 바가 없다. 수년간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멀쩡하게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친 사업을 단 6개월 만에 뚜렷한 이유도 없이 변경했다"면서 "국민 앞에서 고집을 부리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는 결코 국민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첫째, 애초의 사업목적에 부합하며, 둘째, 주민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고, 셋째, 가장 빠르게 건설할 수 있는 안으로 즉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입장문 발표에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김 지사는 "기재부 예산실장, 2차관, 부총리까지 하면서 숱한 경험이 있지만 이처럼 1조 7000억 원에 이르는 국책사업을 해당 장관이 말 한마디로 그때까지 진행돼왔던 절차를 무시하고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거듭 개탄했다.
김 지사는 심지어 "내가 경제부총리로 있을 때 경제부처 장관이 그와 같은 일을 했다면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를 했을 것"이라며 "그 정도로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고 원희룡 장관을 직격했다. 김 지사는 또 '장관직을 걸겠다'고 선언했던 원 장관을 향해 "장관직이 무슨 노름판의 판돈이냐"면서 "저도 "정무직을 세 번 하면서 소신에 안 맞아 사표를 낸 적도 있지만 한 번도 그것을 언론에 미리 알린 적이 없다. 임명된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금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