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 IAEA 한해 지원예산만 무려 567억원
“일본자금 받는 조직의 평가엔 ‘배려’가 작동”
IAEA 중립적 제3자 기관 될 수 없어
여러 부서에서 직원들 IAEA에 보내 존재감 확보
“IAEA 투기 허가증은 원전 추진파가 꾸민 각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정말로 중립적인가?
지난 4일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에 대한 IAEA 최종보고서를 일본정부에 제출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중립적이고 과학적인 평가에 자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로시 사무총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일본에서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의 중앙 일간지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논조를 지녔다는 <도쿄신문>은 지난 8일 “원전 처리수 방출에 허가증 IAEA는 정말로 ’중립‘인가”라는 기사에서 IAEA가 “공정한 제3자 기관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허가받을 상대 잘못 고른 것
이 신문은 또 이 기사 말미의 ‘데스크 메모’에서 일본 외무성이 IAEA에 100만 유로 이상을 ‘뇌물’로 지불했고, 공표되기 전의 보고서를 IAEA로부터 사전에 입수해 일본정부 요구대로 수정했다는 폭로 및 제보 내용을 보도한 ‘외국 미디어’(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의 보도에 대해 일본 관방장관이 ‘사실 오인’이라고 반박한 사실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거출금 등으로 IAEA에 돈을 준 건 사실이라며 “자금 제공을 하는 조직에 평가를 요청하면 ‘배려’가 작동할 우려가 있다”면서 “허가받을 상대를 잘못 고른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과 일본정부는 <민들레>와 <더탐사>가 보도한 유출된 문서(<민들레> 6월 22일 보도 "IAEA, 일본정부 돈받고 '핵오염수 절대안전' 결론?"에 원문과 번역문 수록) 속의 ‘외무성 간부 A’가 말했고, 제보자 조르세티(Jorseti)가 그것이 사실이라고 증언한 100만 유로가 넘는 일본정부의 ‘뇌물’을 의무 분담금 외에 일본정부가 낸 각 부서의 거출금과 임의의 거출금으로 사실상 간주하면서 그것이 불법 뇌물이 아니라 정상적인 거출금인 듯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거출금과 임의의 거출금이 특정 목적을 위해 비공식적으로 지불된 ‘뇌물’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일본정부 2020년 IAEA 지원 외무성만 567억 원
결과적으로 일본정부는 IAEA에 의무 분담금 외에 막대한 돈을 지불해 온 사실을 인정했다.
<도쿄신문>은 외무성 웹사이트 기재 내용을 근거로, IAEA의 자금은 각국의 의무 분담금과 거출금, 그리고 임의의 거출금으로 충당한다면서, 2015년의 경우 일본의 분담률은 10%를 넘어 가맹국 중 2위를 차지했다는 ‘외교청서’ 내용을 인용했다.
이 외교청서에 따르면, 2020년도의 외무성 거출금 총액은 약 63억 엔(약 567억 원)에 달했다. 외무성 외에도 올해 예산에서는 원자력규제청이 약 2억 9000만 엔(약 26억 1천만 원), 문부과학성이 약 8000만 엔(약 7억 2천만 원), 경제산업성(경산성)이 4억 4000만 엔(약 39억 6천만 원), 환경성이 약 3000만 엔(약 2억 7천만 원)의 거출금을 계상했다.
따라서 ‘외무성 간부 A’가 IAEA에 ‘뇌물’로 주었다고 폭로한 “적어도 100만 유로 이상”의 100만 유로는 약 14억 2500만원 정도로, 일본정부가 IAEA에게 줄 거출금으로 예산으로 책정해 놓은 돈에 비하면 소액에 지나지 않는다. IAEA 내부문서로 보이는 문서[<민들레> 6월 29일 보도 "일본 '방류' 방침에 맞춰 IAEA 핵오염 측정치 조작?"에 원문과 번역문 수록]에서 얘기한 이미 지출된 85만 유로까지 합쳐도 약 26억 3600만 원 정도다.
일본정부 각 부서 직원들 다수 IAEA에 파견
<도쿄신문>이 지적하듯이 이 거출금에는 일본정부 각 부처가 IAEA에 직원들을 파견할 때 들어가는 인건비도 포함된다. 일본정부가 IAEA에 줄 거출금으로 상정한 돈의 상당부분이 이들 직원 파견 인건비로 들어갔다 하더라도, 이 역시 신문이 지적하듯이 많은 자국 정부 직원들을 IAEA에 보내 일본정부의 ‘존재감’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제보자가 얘기한 ‘뇌물’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신문은 일본정부가 거액의 비용을 들인 IAEA에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의 (안전도) 평가를 의뢰해 보고서를 받은 것을 두고 후쿠시마 현지 피해자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IAEA는 가맹국에 원전을 추진하는 나라가 적지 않으니, 일본으로부터 얼마든지 (돈을) 받는다면, (어찌) 중립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는가.”
IAEA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 허가증은 코미디
삼중수소 논란과 관련해서도 그는 핵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에 대해 IAEA가 허가증을 준 것을 “원전 추진파가 꾸민 코미디‘라고 말했다.
저널리스트 마사노 아쓰코는 “삼중수소 처분방식으로서 해양 방출은 싸게 먹힌다. IAEA는 그것을 인정해 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원전을 추진하는” 경제산업성 출신 인사들이 독립적 원자력 규제기관이라는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의 장관과 차장, 기술감독 등 톱3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독립은커녕 ‘규제의 포로’가 아닌가”하고 비판했다.
그리고 IAEA가 그런 경산성과 도쿄전력을 투명성 확보에 노력해 왔다고 평가한 IAEA는 “공정한 제3자 기관이 될 수 없다”면서, 최종보고서를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의 “허가증으로 봐서는 안 된다”(마키노)고 했다.
도쿄신문 7월 8일 기사를 번역해서 싣는다.
원전 처리수 방출에 허가증…IAEA는 정말로 ‘중립’인가?
일본은 거액의 분담금, 전력업계도 인원 파견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 정화 처리 뒤에 해양 방출할 계획에 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허가증(お墨付き, 보증서)을 내줬다. 뒤이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관련 설비의 사용 전 검사에서 검사필증을 내줬는데, 도대체 IAEA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예전부터 일본정부는 IAEA에 거액의 분담금과 거출금(같은 목적을 위해 여럿이 나누어 내는 돈. 갹출금)을 지출해 왔다. IAEA의 허가증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나온 것이라고 받아들여야 할까.
◆“권한이 있는 IAEA”
“중립적이고 과학적인 평가에 자신을 갖고 있다.”
4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IAEA 그로시 사무총장은 그렇게 말했다. 그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에게 넘겨 준 종합보고서는 도쿄전력의 해양 방출 계획이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합치”하며, 해양 방출로 방사선이 사람이나 환경에 줄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극히 적다”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투명성을 가지고 설명하겠다”고 말했고,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권한이 있는 IAEA의 리뷰(검토)는 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부지 내에는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는 물, 원자로 건물에 흘러들어가는 지하수 등이 있다. 도쿄전력의 계획에는 다핵종제거장치(ALPS)로 정화처리하는 한편,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은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닷물로 희석해서 방출하는 것으로 돼 있다.
도쿄전력의 담당자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가능한 것은 반영하겠다. 정부방침에 의거해서 여름 방출 준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거액의 거출금. 일본의 분담률은 ‘10% 이상’
IAEA는 원자력의 평화이용 촉진과 군사전용 방지를 내세운다. 1957년에 발족했고, 본부는 빈에 있다. 올해 1월 현재 가맹국은 176개국. 원자력의 연구개발이나 실용화 등을 추진한다. 2005년에는 원자력 시설에 대한 예고없는 불시 사찰 등으로 핵확산 방지에 진력했다고 해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외무성 웹사이트에 따르면, IAEA의 자금은 각국의 의무 분담금·거출금과 임의의 거출금으로 충당한다.
외교청서에 따르면, 2020년도의 외무성 거출 총액은 약 63억 엔(약 567억 원). 총무성 사이트에 공표돼 있는 ‘정책평가 등의 실시상황 및 그 결과의 정책 반영 상황에 관한 보고’ 중에서 2015년도 분을 보면, 일본의 분담률은 10%를 넘어 ‘가맹국 중 제2위’로 기록돼 있었다.
◆“직원을 많이 보내 존재감을 확보한다”
외무성 외에도 올해 당초 예산에서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사무국인 원자력규제청이 약 2억 9000만 엔(약 26억 1천만 원), 문부과학성이 약 8000만 엔(약 7억 2천만 원), 경제산업성이 4억 4000만 엔(39억 6천만 원), 환경성이 약 3000만 엔(2억 7천만 원)을 거출금으로 계상해 놓았다.
원자력규제청은 직원 9명을 파견할 예정인데, 인건비 등이 거출금에 포함된다. 3명을 파견하는 경제산업성(경산성)의 담당자는 “원전이 없는 나라가 원전을 도입하려 할 때나 폐로(원자로 폐기)할 때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문부과학성 담당자는 “신형 전환로 ‘후겐’이나 고속증식 원형로 ‘몬주’의 폐로를 위한 조사검토 등을 목적으로 파견한다”고 말했다.
총무성 사이트에 있는 앞서 언급한 ‘정책평가 등 실시상황(후략)’에 따르면, 일본정부의 ‘공헌’은 “원자력 선진국으로서의 프레젠스와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발신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한다고 한다. ‘프레젠스’는 존재감을 말한다.
비슷한 내용이 문부과학성의 행정사업 리뷰에도 있다. 2020년도 분을 보면 ‘정량적인 성과 목표’ 항목에서 “IAEA의 의사결정에서 우리나라의 프레젠스가 향상”이라고 돼 있다. 문부과학성 담당자는 “정부 전체로서도 IAEA에 많은 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직원을 많이 보내 존재감을 확보한다는 것. 일본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국제공헌을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재난 피해자의 의문
일본정부는 거액의 비용을 들인 IAEA에 해양 방출계획의 (안전도) 평가를 의뢰해 보고서를 받았다. 재난피해자단체 ‘원전사고 피해자소소(相双)회’의 고쿠분 도미오(78)씨(후쿠시마 현 소마 시)는 “IAEA는 가맹국에 원전을 추진하는 나라가 적지 않으니, 일본으로부터 얼마든지 (돈을) 받는다면, 중립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는가”라며 의아해 했다.
해양 방출 계획에 대한 허가증에 대해서는 “일본만이 아니라 원전을 보유하는 가맹국의 사정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해양방출의 초점 가운데 하나가 트리튬(삼중수소)이다.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해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방출 시비 논란이 계속돼 왔다.
◆삼중수소(트리튬) 처분 “해양방출은 싸게 먹힌다”
이 삼중수소는 예전부터 세계의 원전에서도 발생해 해양이나 하천에 방출돼 왔다. 고쿠분 씨는 “IAEA가 후쿠시마에서 삼중수소의 해양방출에 제동을 걸면, 세계의 원전에서 삼중수소 방출에 제동이 걸린다. 원전을 가동하는 나라는 삼중수소 처분이 곤란해지게 된다. 바꿔 말하면 원전을 가동할 수 없게 된다”면서 이번의 해양 방출계획에 대한 허가증을 “원전추진파가 꾸민 코미디(茶番劇)”라고 얘기한다.
스위스 주재 대사를 지냈고 지구 시스템·윤리학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무라타 미쓰헤이 씨는 “IAEA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전력업계로부터의 인원 파견. (그들이) 이익을 대표하는 측면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저널리스트 마사노 아쓰코 씨는 “삼중수소 처분방식으로서 해양 방출은 싸게 먹힌다. IAEA는 그것을 인정해 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원자로 건물에 지하수 등이 들어가는 상황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금 이대로 가면 오염수는 계속 불어난다. IAEA가 제3자 중립기관으로서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면, 오염수의 항구적인 물 차단(止水)책을 제언해야 마땅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규제위원회를 ‘독립’이라고 평가하지만…
미묘한 입장의 IAEA. 이번 보고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기술내용이 있다. 감시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본정부에게 높은 평가를 주었는데, 그대로 믿을 순 없다.
예컨대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독립적인 규제기관’이라는 부분. 규제위원회 사무국인 규제청은 지난해 7월의 인사이동에서 장관과 차장, 원자력규제 기술감독 등 톱3을 원전을 추진하는 경산성 출신자가 차지했다.
원전의 60년 초과 운전을 가능하게 하는 법제도의 재검토를 두고서도 규제청과 경산성의 담당자가 물밑에서 면담. 경산성 쪽이 규제위 쪽에 조문 안을 제시했다. 미키노 씨는 “원전 이용의 관점에서 규제위 쪽이 압력을 받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독립은커녕 ‘규제의 포로’가 아닌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정한 제3자 기관이 될 수 없다”
IAEA 보고서는 “도쿄전력과 경산성은 투명성을 확보하는 활동을 해 왔다”고 기록하기도 했으나 마사노 씨는 의문을 표시했다. “(해양 방출을 둘러싼) 한국의 시찰단에 대한 설명 내용을 도쿄전력에게 물어 봤으나 ‘나라에 물어 보라’는 회답을 받았다. 기본적인 정보조차 도쿄전력과 정부에서 불필요하게 통제하려 한다.”
어쩐지 미심쩍은 이번 보고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마키노씨는 “허가증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IAEA는 공정한 제3자 기관일 수 없다. 본래 규제위가 책임을 지고, 도쿄전력을 의연한 태도로 대했어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존재의미다.”
지금까지 후쿠시마 현의 시정촌(市町村) (지자체)의회에서는 해양 방출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자세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다수 채택해 왔다.
후쿠시마대학의 고토 시노부 교수(환경계획)는 IAEA가 보고서에서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겉으로는 후쿠시마를 존중하는 모양새였지만, 지역 어업자 등의 소리는 IAEA로부터 경시당했다. 그 점은 더욱 지적돼야 한다.”
◆데스크 메모
“일본정부가 IAEA에 헌금했다”는 외국 미디어의 보도에 대해 관방장관이 지난달 ‘사실 오인’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거출금 등은 냈다. 국제공헌으로 지출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자금 제공을 하는 조직에 평가를 요청하면 ‘배려’가 작동할 우려가 있다. 허가받을 상대를 잘못 고른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