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비판→괴담몰이… 2년 새 말 바꾼 '구미호 언론'
조중동 2021년 오염수를 '공포''위협''독극물'로 보도
조선 '방사능, 우리 식탁 영향 가능성 배제 못해'
동아 '일 정부 오만…생선 먹어도 되나' 의혹 제기
중앙 '안정성 담보 어렵고 국내에 상당한 영향 예상'
자신이 한 말, 이제는 '괴담'으로 돌변…이유 설명해야
지난 4일 IAEA 최종 보고서 공개 이후에도 우리나라와 중국, 태평양 도서국가들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5일자 ‘숨죽이던 일본 여론도 방류 반대로 흐른다’ ‘중국 외교부 “보고서가 통행증 아니다”’ ‘바다는 생계...태평양 섬나라 주민들도 불안 호소’ 등의 기사에서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IAEA가 일본이 제공한 자료만으로 조사한 일방적 조사 결과인데다, 일본이 IAEA측에 거액의 뇌물을 주고 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이런 우려와 반대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를 ‘IAEA가 권장하거나 보증하는 것은 아니’며 ‘오염수 방류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라는 최종보고서의 문구도 반발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여당은 이런 우려와 반대를 ‘괴담’ 또는 ‘가짜뉴스’로 몰아붙이면서 전 국민적 반발을 은폐하고 찍어누르고 있다. IAEA 최종 보고서가 공개되자마자 윤석열 정부는 ‘가짜뉴스 신속 대응 자문단’을 그야말로 ‘신속하게’ 구성해 후쿠시마 핵 오염수 관련 ‘괴담’과 ‘가짜뉴스’를 퇴치하겠다라는 의지를 불태웠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커녕 편들기와 홍보를 주로 해온 일부 매체들은 그동안 정부의 ‘괴담몰이’에 적극 호응하면서 여론을 조작해왔다. 조중동과 이 매체들이 운영하는 종편방송들은 ‘오염수 괴담’ ‘우럭 괴담’ ‘오염수 인질극’ ‘괴담 손실’ 등 ‘괴담’을 키워드로 하는 기사와 칼럼, 사설, 방송뉴스를 쏟아냈다.
뉴스검색 전문사이트인 빅카인즈에서 조중동 3개 매체의 최근 한달 뉴스를 ‘괴담 & 오염수’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약 180개의 기사가 나온다. 한 개 매체가 한달 간 60개의 ‘괴담몰이’ 기사를 내보낸 셈이다. 이 정도면 여름밤 ‘심야괴담’을 따로 들을 필요가 없을 만하다.
‘후쿠시마 괴담은 우리 자신을 때릴 부메랑, 믿는다면 정말 미친 짓’(조선일보, 6.24), ‘세계서 한국만 방류수 괴담’(조선일보, 6.17) ‘세슘 우럭 한국 온다 괴담에 “불가능” 정부가 자신한 근거’(중앙일보, 7.4), ‘오염수 괴담, 내 횟집 손님 끊길 판’(중앙일보, 6.29), ‘오염수 괴담 국힘의 대응법…상임위별로 횟집 회식한다’(중앙일보, 6.23) ‘오염수 괴담 여기도 난리났다…천일염값 두달새 3배 껑충, 당정 야 오염수 괴담 공포조성’(동아일보, 6.18)
그러나 사실, 조중동 등 정부 홍보매체의 ‘오염수 괴담몰이’의 유래는 조중동 자신이다. 자신들의 보도를 ‘괴담’이라고 몰아붙이는 기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과 2년전인 2021년 4월 일본이 핵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조중동은 지금과는 정반대로 ‘인류 위협’ ‘방사능 공포’ ‘바다의 독극물’ ‘인접국 불안’ ‘철회해야’ ‘일본산 생선 먹어도 되나’ ‘한중우려 무시’ 와 같은 무시무시한 ‘괴담’들을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 때다. 정권이 바뀌니 똑같은 사안에 대해 목소리가 바뀌고 얼굴이 변한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구미호의 얼굴이 여우에서 사람으로 바뀌는 한여름밤의 ‘심야괴담’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이 정부에서 가장 극렬히 ‘괴담몰이’를 펼치는 조선일보의 기사·칼럼을 몇 개 보자. 조선일보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발표가 나자 4월14일 ‘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인접국 불안 배려하지 않았다’ 사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민 건강이나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많기는 하다’면서도 ‘후쿠시마 보관 오염수의 70%엔 삼중수소뿐 아니라 기준치를 넘는 세슘,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돼 왔다. (중략) 일본 정부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어 불가피하게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중략) 일본 정부가 성의만 있었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방류를 뒤로 늦출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썼다. 현재 오염수 방류 반대론자들의 주장(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괴담’)과 일치한다.
같은 날 조선일보의 과학전문기자는 ‘방사능 논란에도…일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 정도 규모로 오염수가 방류된 적이 없어 해양 생태계나 주변국에 장기적인 영향은 불확실하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 또 “해양 생태계 먹이 사슬을 거쳐 방류의 영향이 우리 식탁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썼다. 이것이 현재 국민들의 우려 - 윤 정부가 말하는 ‘괴담’인 것이다.
동아일보도 4월 13일 ‘한중 우려 국내반발 싹 무시한 일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제목의 사설에서 “주변국과의 협의나 양해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오염수의 방류는 해양 환경과 주변국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국제법상 이를 최소화하고 정보를 공유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오염수 방류 결정을 서둘러 강행했다”면서 일본 정부를 ‘무책임을 넘어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호되게 비판했다. 또 “일본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만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ALPS로 처리해도 인체 내부에서 피폭을 일으킬 수 있는 트리튬(삼중수소)을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닷물로 충분히 희석해 배출한다지만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2년전 동아일보의 이런 간절한 '걱정과 ‘불안’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괴담’이 되었다.
4월14일 ‘원전수 안전하다면 의회 식수로 써라…일 내에서도 방출 결정 반발’ 기사와 4월15일 ‘일본산 가리비·돔·멍게…먹어도 되나요’ 제목의 기사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말하는 전형적인 ‘괴담’ 기사다. 윤 정부 총리와 장관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요즘 원전수가 안전하다며 수산시장에 가서 ‘횟집 회식’ ‘수조 바닷물 마시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4월30일 ‘일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철회돼야’라는 ‘단독’기사도 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8선 베테랑’ 야마모토 다쿠 중의원을 단독 인터뷰했는데, 핵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일본 중진 정치인의 말을 전한 것이다. 이 신문은 요즘 이런 말을 하는 국내 정치인과 시민단체를 ‘괴담론자’로 보고 있다.
중앙일보는 2년 전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기사를 조중동 가운데 가장 많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의 공식 발표가 있기 며칠 전인 4월9일 ‘일, 끝내 바다에 오염수 방류키로…방사능 공포 커지는 한국’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 일찌감치 ‘공포’ 조장에 나선 바 있다. 13일 ‘바다에 독극물 쏟아부어…한반도 침략, 제주 울산 강원 분노’ 기사에서도 ‘독극물’과 같은 무시무시한 표현을 그대로 옮겨 국민들의 공포를 조장했다. 19일에도 당시 충남교육감의 교육청 회의석상에 한 발언을 ‘방사능이 농약 중금속보다 심각한 유해물질’이란 무서운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13일자 ‘Q&A,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그럼 동해서 잡은 오징어는요?’라는 문답식 기사에서 중앙일보 기자는 “수산물 안전에는 영향이 없을까?…후쿠시마 어민들은 후쿠시마 어업에 궤멸적인 피해가 올 것이라며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이 바닷물에 충분히 희석되기 때문에 수산물을 거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지만, 안전성을 100% 담보하긴 어렵다”라는 ‘괴담’을 전하고 있다. 또 한 연구원의 말을 빌려 “일본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할 경우 자국 내 주변 바다가 방사능으로 오염돼 해양생물 체내 축적 및 폐사 등이 발생하고,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제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연안으로 유입되면 해양생태계와 수산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전달했다.
15일자 ‘후쿠시마 방류 결정, 정부는 그동안 뭘했나’ 제목의 사설과 ‘일본 오염수 유출, 정부 어떤 노력했나 분통 터져(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적극 반대하지 않는 당시 문재인 정부에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2년 뒤인 지금 일본 정부보다 더 적극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감싸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고 있다.
조중동 3개 매체는 2년 전 4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공식 발표 이후 제주, 영호남, 충청 등 전국 어민들의 우려와 반대, 그리고 일본 정부 규탄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기도 했다. 4월 26일 국내 어업인들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해상시위를 벌이자 ‘이순신공원 배 200척 모였다...제2한산대첩’(중앙일보), ‘제2한산대첩의 각오...통영서 일 규탄 어선 200척 모였다’(조선일보), 부산, 경남 거제, 전남 여수, 충남지역 어민들의 일본 규탄대회...“핵공격 같은 파멸적 행동” (조선일보) 등 ‘괴담’을 조장하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어민들은 올해 또 이런 대대적인 해상시위를 벌였으나 조중동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국민의 걱정과 우려는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 정부가 풀지 못하면 언론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정부와 정부 홍보매체로 전락한 일부 언론들이 ‘괴담’으로 몰아 입을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이 ‘괴담’으로 몰고 있는 국민의 걱정과 우려가 겨우 2년 전 바로 그 언론들의 보도 내용이었다면, 이것이야말로 괴담이 아닌가?
구미호가 얼굴을 바꾼 이유를 설명하면 미담이 될 수도 있다. 일본 핵 오염수가 ‘공포’‘위협’‘독극물’이어서 ‘철회’되어야 한다고 했던 2년 전을 기억하길 바란다. 언론이 겨우 2년 만에 딴소리하는 이유를 설명 못하면 그것이 바로 괴담이다. 언론이 구미호 괴담으로는 세계 꼴찌 신뢰도를 회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