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의형제' 황당…유 '김용·정진상 의형제' 자랑한 것"

"유동규 '선거 역할 과시' 부탁해 만난 자리"

검찰 "‘정치적 동지-의형제'로 이재명과 연결"

"정진상, 딱딱하고 까칠해…친분 어려워"

"의형제 해서 잘 됐으면 ‘환지' 해줬어야지"

2023-06-16     고일석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불법 대선자금 수수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15. 연합뉴스

김만배 전 화천대유 대주주가 소위 '김용·정진상·유동규·김만배 의형제' 논란에 대해 "2014년 6월 29일의 4인 모임은 유동규가 이전부터 같이 만나달라고 부탁해서 만난 것이고, 그 자리에서 유동규가 김용·정진상과 의형제라며 자랑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6일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만배 씨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지원활동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의 본질적인 출발점으로 지목하고 있는 ‘김용·정진상·유동규·김만배 의형제설'은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의 재선에 성공한 뒤 이 4인이 만나 의형제를 맺었고, 이 무렵 김만배 씨등 민간사업자들을 대장동 개발 사업자로 선정해주고 김만배 씨 지분의 절반을 김용·정진상·유동규 3인에게 주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검찰 "‘정치적 동지-의형제'로 이재명과 연결"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김 전 부원장, 정 전 실장을 '정치적 동지'로 묶고, 김용, 정진상, 유동규, 김만배 등 4인을 ‘의형제'로 묶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씨등 민간사업자 사이에서 벌어진 '결탁 행위'가 결국 이재명 대표와 연결된다는 논리 구조를 세워 왔다. 

김만배 씨는 검사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순진리회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지원 활동에 대해 질문하자 "사실 유동규도 창피하고 나도 창피한 얘기라서 말 안 했는데, 유동규가 선거 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으로 가고 싶은데 형들(김용·정진상) 만나서 자기가 (대순진리회 대상 활동 등) 선거운동 열심히 한 것을 과시해달라고 해서 만난 자리"라며 "거기서 유동규가 자기네 의형제라고 자랑하길래 ‘너는 막내니까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네'하고 했더니 ‘저는 장비 아닙니다. '주유'(삼국지의 전략가)라고 불러주세요'라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지난 3월 9일 김용 전 부원장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용과 정진상과는 2009년부터 의형제 관계였다"며 "2014년 이재명 시장 재선 직후 김만배가 법조인맥을 가지고 있어서 이재명시장이나 정책비서관에 있어서는 법조리스크 줄이는데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의형제를 맺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한 "그 무렵에 김만배등 사업자들을 대장동 사업자로 내정하고 김만배 지분의 절반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치적 동지'와 '의형제' 관계를 엮어 대장동 사업자들과 이재명을 연결시키려고 하고 있다. 

"정진상, 딱딱하고 까칠해…친분 어려워"

그러나 김만배 씨는 그 3주 뒤인 3월 20일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형제' 논란에 대해 "그런 얘기는 수사 과정에서 처음 들었다. 나이 50에 의형제 맺는 게 쉽나. 저는 누구하고 의형제 맺는 사람이 아니라서요"라고 답변했다. 

‘의형제' 논란에 대해 3월 20일 공판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처음 들었다"고 증언했다가 6월 15일 공판에서 "창피한 얘기라서 말 안했다"며 "유동규 역할을 과시해주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유동규가 김용·정진상과 의형제라고 했던 얘기"라며 정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그 이외의 진술은 3월 20일 공판과 6월 19일 공판에서 모두 동일했다. 

김만배 씨는 3월 20일 공판에서 "정진상 실장은 딱딱한 사람이더라. 그래서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완전하게 장벽이 없이 소통한 그런 관계로 넘어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진술했고, 6월 15일 공판에서는 "정진상이 까칠한 사람이라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남욱 변호사가 4인 모임에 대해 정영학 회계사에게 전달하면서 "김만배가 정진상에게 대장동 얘기를 처음 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두 번의 증언에서 모두 "대장동 얘기는 전혀 화제가 아니었고, 학교 얘기도 하고 학생운동 했다니까 그 얘기도 듣고 했다"고 진술했다. 15일 공판에서는 "유동규가 선거운동 열심히 했다는 얘기 해달라고 부탁한 자리였기 때문에, 남욱이 댓글작업 했다는 것이나 대순진리회도 운동하고 했다는 것이나, 유동규가 열심히 했다는 얘기를 주로 했다"는 부분을 자세하게 덧붙였다.

 

'의형제' 논란의 시초가 된 2014년 6월 29일 '정영학 녹취록'. 김만배 씨는 이 녹취록의 박영수 고검장, 이화영 의원 등에 대한 남욱 변호사의 언급은 "다른 맥락에서 한 얘기를 남욱이 짜깁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형제 해서 잘 됐으면 ‘환지' 해줬어야지"

지난 8일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영학 회계사가 "2014년 6월 29일 김만배가 김용·정진상이 의형제 맺으면서 일이 잘 진행됐다"고 한 진술에 대해서는 "아니, 잘 됐으면 환지 방식으로 해줬어야지, 모두 시가 원하는 방식으로 된 것"이라고 가볍게 받아넘겼다. 

이에 대해 검사가 "그럼 용적률, 임대주택 비율 등은 로비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냐"고 질문하자 "그건 시가 누구를 사업자로 선정하든 당시 부동산 경기가 안 좋으니까 공원화 비용 만들려면 용적률 상향시키고 수익성을 좋게 해놔야지 누가 사가지 않겠냐"며 "시나 공사가 당연히 밟았어야 할 절차였다"고 답변했다. 

김용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간의 통화 녹취록에서 ‘4인 만남' 직후 "유동규가 김만배에게 ‘진상이 형이 형(김만배) 좀 안 좋아하더라. 허풍 세고 잘난 척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더라"고 한 부분을 제시하며 "유동규가 증인에게 그런 말 한 적 있냐"고 물었다. 

이에 김만배 씨는 "(모임 뒤) 유동규에게 먼저 ‘니네 형들은 뭐라 하냐'고 물으니 ‘진상 형님이 뻥쟁이라고 얘기해요'라고 얘기했다"고 답변했고, 변호인이 "의형제니 뭐니 하는 얘기가 나올 것 같지는 않군요"라고 부연해서 묻자 "네. 그래서 관두라 그랬다"고 답변했다. 

'의형제' 논란은 이재명 대표와 김용 전 부원장, 정진상 전 실장이 유동규를 통해 민간사업자와 유착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검찰 주장의 가장 중요한 고리로서, 김만배 씨의 이날 증언은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은 물론 배임 등 혐의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서도 매우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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