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령 사태 분노한 촛불시민들 "윤석열이 재난"

42차 촛불대행진, 전쟁위기 조장 윤 정부 규탄

문화제로 개최…노래, 마술 등 다채로운 행사

"욱일기 입항 용납 못해…윤석열·김태효 친일"

"전두환 때냐…노동자도 국민, 탄압 그만해야"

2023-06-03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3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앞 대로에서 열린 '42차 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하는 모습. 2023.6.3. 사진 이호 작가

3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앞 대로에서 열린 '42차 촛불대행진'에서 만난 시민들은 '경계경보 오발령 사태'와 '욱일기 입항' 등으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부실한 위기관리 능력과 역사관, 안보관 등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또 경찰의 노조 강경진압에 대해서도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시민언론 민들레>와 만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거주 김영선(48·가명) 씨는 "행안부 오발령 문자가 오기 전까지 대피 소동이 있었다. 항상 늦잠자던 딸도 친구들이 잠옷 바람으로 가족들과 청담역으로 대피하고 있다며 걱정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이 잠을 편히 잘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삶이 얼마나 평안하고 안정적인지가 중요한데 국민들의 삶이 바닥에서부터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북한에서 정찰위성을 발사한다고 사전에 공지했는데, 정부가 발사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지 않나. 전쟁 불안감이 고조되다 보니까, 정찰 위성과 미사일의 추진체 등이 다르다는 것은 이제 일반 시민들도 다 안다"면서 "정찰위성을 전쟁위기인 것처럼 포장해서 문자를 보내고 그러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괘씸하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앞 대로에서 열린 '42차 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2023.6.3. 사진 이호 작가

아내·딸과 함께 집회에 나온 최학순(55·서울 관악구) 씨는 "아침에 사이렌 소리를 듣고 민방위 훈련인 줄 알았다"며 "한쪽에선 오발령이라고 하고 한쪽에선 아니라고 하고, 정부 내 시스템 자체도 상당히 붕괴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일관성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오발령 사태가 "특정 세력에 의해 주도되는 게 아닌가 의심한다"며 "안보를 (정치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의 부산항 입항을 허용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최 씨는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군함이 부산항에 입항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윤 대통령은 역사적인 개념이 전혀 없다. 뿐만 아니라 보좌하고 있다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도 친일파를 넘어 일본 간첩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의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한윤수(65) 씨도 욱일기를 내건 자위대 함정 입항에 대해 "우리나라를 침탈했던 일본이 대동아공영권(일본이 태평양전쟁 당시 내세운 제국주의적 대중조작 슬로건)을 내세우며 동아시아를 자기네 손아귀에 넣겠다고 하면서 만들었던 욱일기를 달고 우리나라에서 들어온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면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경찰이 곤봉으로 노동자를 유혈진압하면서 캡사이신 분사기까지 사용한 것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과거로 회귀하는 느낌"이라며 "박정희나 전두환 군사정권 시대 때처럼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옛날에 박정희 시대에 술 먹다가 정권 비난하는 소리 한번 했다고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듯이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3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앞 대로에서 열린 '42차 촛불대행진'에서 한 시민이 휴대용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3.6.3. 사진 이호 작가

강남구에서 온 송시훈(32) 씨는 경찰의 노조 강경 진압에 대해 "노동자들도 다 같은 국민"이라며 "중도층 등에서 일부 민주노총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시각이 있는 것을 정권이 일부러 더 자극하는 것 같다"며 "10년 전 이명박 정권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사람들이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며 "촛불에 나와서 일반 국민들에게 계속 이런 것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날 1만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참가한 촛불 대행진은 이정헌 전 jtbc 앵커의 진행으로 '촛불 문화제'로 형식으로 진행됐다.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6월부터 매달 첫째 주 촛불 대행진을 문화제 형식으로 열기로 했다.

문화제에서는 노래패 '우리나라'와 대학생진보연합 예술단 '빛나는 청춘' 공연, 마술사 도령의 마술 공연, 극단 경험과 상상의 격문 낭독 등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열렸다. 또 문화제 행사 일환으로 '촛불 시민 윤석열 퇴진 개사곡 경연대회'가 개최돼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은 예선을 통과한 4개 팀이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시민 권태규 씨는 가수 김용만의 <청춘의 꿈>을 개사한 '국민의 꿈'을, 김은준 씨는 그룹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를 개사한 곡을, 김한성 씨는 가수 윤종신의 <이별택시>를 개사한 '이별 석열'을, 대학생 뮤지컬동아리 '리라'는 영화 '위대한 쇼맨' OST <디스 이즈 미(This is me)>'를 개사한 '우린 강해'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3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앞 대로에서 열린 '42차 촛불대행진'에서 대학생뮤지컬동아리 '리라'가 윤석열 퇴진 개사곡을 부르고 있다. 2023.6.3. 사진 이호 작가

시민들은 문화제 마지막 순서로 '핵오염수 방류' '욱일기 전함 부산입항'이라는 문구와 윤 대통령, 욱일기가 합성된 대형 현수막을 찢는 상징 의식을 진행한 뒤, 시청역~숭례문 앞에서 출발해 을지로 1가 사거리, 한국은행 앞 사거리, 숭례문 오거리까지 행진했다.

시민들은 행진을 하며 "윤석열이 재난이다, 전쟁을 부추기는 윤석열을 몰아내자" "전쟁나면 다 죽는다, 재난 덩어리 윤석열을 몰아내자" "퇴진이 평화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노동자 살인진압 윤석열을 몰아내자" "전쟁몰이 공안탄압 윤석열을 몰아내자" "노동압살 평화파괴 윤석열을 몰아내자"고 외쳤다.

촛불행동 상임대표인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는 "(윤 정부가) 공안탄압과 전쟁위기 조작으로 정국을 어찌해 보려는 것이겠지만, 그건 저들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역사는 그것을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다"며 "6월 항쟁의 계절, 우리는 더욱 강력하게 단결해서 하나가 될 것이다. 진격해 나갈 것이다. 윤석열 일당은 기필코 패망할 것"이라고 했다.

촛불행동은 오는 10일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36주년 6월 민주항쟁 계승 비상시국대회'(43차 촛불대행진)를 개최한다.

비상시국대회는 △6월  민주항쟁 계승사업회 △비상시국 기독교 연석회의 △한국사회 대전환을 위한 범불교 시국회의 준비위원회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원불교 사회개혁 교무단 △촛불행동 △전국 비상시국회의(추) 등이 공동 주최한다.

 

3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앞 대로에서 열린 '42차 촛불대행진'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욱일기가 합성된 대형 현수막을 찢는 모습. 2023.6.3. 사진 이호 작가

한편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광화문 인근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어 고 양회동 열사를 추모하고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했다. 문화제에는 양회동 열사의 유족도 참석했다. 조합원과 시민들은 "건설노조 정당하다, 노조탄압 중단하라" "투쟁으로 건설노동자 노동 3권 쟁취하자" "윤석열 정부는 양회동 열사와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외쳤다.

앞서 건설노조가 지난달 31일 파이낸스빌딩 인근에 고 양회동 열사의 분향소 천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강제 철거에 나선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4명이 연행되고 3명이 응급차로 후송됐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캡사이신 분사기까지 빼 들었다. 이날 문화제는 그밖에는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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