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1.4% 전망…석달 만에 다시 낮춰
지난 2월보다 0.2%p 내려…물가 상승률은 3.5% 유지
기준금리는 한미 금리 격차에도 경기 고려 3.5% 동결
내년 전망도 소폭 하향…성장률 2.3%·물가 2.4%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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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하향 조정했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역대 최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는 동결했다. 그만큼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25일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낮췄다. 기준금리는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다시 3.5%로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를 유지했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1.7%로 전망했으나, 지난 2월 1.6%로 낮췄고, 이날 다시 하향 조정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반도체 부진으로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투자 등도 부진해지자 3개월 만에 다시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수정 전망치 1.4%는 최근 국내외 기관들의 수정 전망치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4일 내놓은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같은 달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0.2%p 하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 연구소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역시 이달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 1.5%를 제시했다.
반면 한국금융연구원(1.3%),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1.1%), 일부 해외투자은행 등은 한은보다 낮은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간 공감대가 형성됐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2%에서 못미치는 수치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하향 조정한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 그동안의 금리 인상 영향 등으로 성장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0.3%로, 지난해 4분기(-0.4%)의 역성장에서 탈출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은 소비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중·IT 수출 부진이 심화하면서 소폭의 플러스 성장에 그쳤다"면서 "2분기에도 회복 모멘텀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반기 이후 소비가 서비스 수요 지속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출이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영향, IT 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점차 나아지겠지만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의 올해 경제 전망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4.3% 증가한 민간소비는 가계소득 증가,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2.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0.5%에서 올해 -3.2%로 IT 경기 위축과 금융비용 부담 등으로 부진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 역시 부동산경기 둔화,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지속, 지난해(-3.5%)에 이어 올해(-0.4%)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재화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3.4%에서 올해 0.4%로, 재화수입 증가율은 4.7%에서 -0.2%로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은 25만 명으로 작년(82만명) 대비 급감하고, 실업률은 같은 기간 2.9%에서 3.0%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298억 달러에서 올해 240억 달러로 줄었다가 내년 450억 달러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5%를 유지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3.7%로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월 4.0%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면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유지하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월 3.0%에서 이번에 3.3%로 0.3%포인트 올렸다.
한은이 이날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다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것은 위축된 경기와 금융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이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줄어든 상태에서, 굳이 무리하게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세 차례 연속 동결로 1월 13일 이후 4개월 넘게 3.50% 기준금리가 유지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기의 최종금리를 3.50%로 보는 시각이 완전히 굳어지고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은은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2.3%,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를 각각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월 전망치와 비교하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각각 0.1%p와 0.2%p 낮췄다. 물가 안정세는 예상보다 빨라지겠지만 경기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에 비해 느릴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