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리언 '김빙삼'의 촌철살인으로 본 '윤석열 1년'

김영삼(金泳三) 패러디한 필명…팔로워 30만 넘어

화물 2차파업 무렵 "대통령, 술접대하느라 힘드는데…"

최은순씨 대법 무죄판결 때 "우리 윤 서방이 최고"

'UAE의 적=이란' 발언 때 "대신 사과하고 싶다"

민들레 압수수색 때 "신뢰할 만한 언론 입증"

2023-05-10     이승호 에디터

 

 

김빙삼 씨는 트위터상의 저명 인사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을 빼고는 ‘민간인’ 가운데 아마 가장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을 것이다. 베일 속의 파워 트위터리언이다. 아무도 그의 정체를 모른다. 물론 김빙삼(金氷三)이라는 이름도 고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패러디다.

김빙삼 씨는 주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쓴다. 단검처럼 짧은 글이지만 송곳처럼 날카롭다. 그 날카로움에 유머와 해학이라는 당의(糖衣)를 입힌다. 당의를 입은 글은 촌철살인의 화살이 되어 날아간다. 초절정 인기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

김빙삼 씨의 팔로워 수는 30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가히 개인 언론이라 할만하다. 조··동 트위터 계정의 팔로워 수보다 많다. 조선일보 약 16만 8900명, 중앙일보 약 29만 7000명, 동아일보 약 11만 5900명이니 얼마나 대단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김빙삼 씨의 트윗 건수는 많지 않다. 며칠에 한번 정도의 빈도로 글을 올린다. 그마저 몇 달 ‘절필’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에는 긴 글을 쓴다. 유머 싹 뺀 진지한 글이다. 제목만 봐도 ‘포스트 자본주의를 대하는 자세’ ‘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유재산 매각’ ‘가상 화폐에 대한 이해’ 등 예사롭지 않다. 페이스북 팔로워는 1만 5000명 쯤 된다. 그는 경제학 서적 등 2권의 책을 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김빙삼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 10일 뒤로도 촌철살인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유머로 윤석열 정부의 1년을 반추해보자. 가끔 웃음이 터질 수도 있다. 가끔 쓴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편집자주]

 

김빙삼 씨 페이스북

2022년

5월 9일

“어언 꿈결처럼 짧은 5년이 지나고…”

이날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이었다. 다음날인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다.

5월 20일

“민영화는 리스크 없는 수익 보장 사업이란 뜻이고, 기득권이 가진 돈이 더 이상 전망 좋은 투자처를 찾지 못할 때 마지막 탈출구 아이겠나.”

이 글의 배경은 뭘까. 5월 17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천공항공사의 지분 40퍼센트를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민영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민영화 추진을 비판한 이재명·송영길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까지 했다.

6월 2일

“그 좋다는 블록체인 기술로 도박 놀음 말고 ‘전자 투표 직접 민주주의’나 좀 실현해 보등가.”

대한민국이 블록체인 광풍에 휩싸여 있던 지난해 얘기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이들은 은행 빚까지 져가며 투자에 열을 올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비트코인으로 돈 잃은 사람들이 속출, 사회 문제로 비화했다.

6월 3일

“선거 끝나자 여름이 된 긴지 여기 저기 수박 장사들 목소리가 엄청 시끄럽구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석패했다. 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도 지자 이른바 반 이재명계가 들고 일어나 연일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6·1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필요하다면 대표 수박이 되겠습니다”라는 글까지 썼다.

9월 27일

“대통령 선거를 겨울에도 해보고 봄에도 해봤으니 인자 여름에 해볼 차례인가?”

무슨 말일까. 짐작건대 윤석열 대통령이 실정으로 탄핵 당하고, 다시 선거를 치러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쓴 글로 보인다.

9월 28일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 바이든이 쪽 팔릴까봐 걱정해줄 정도의 대인배인 우리 윤석열 대통령을 국민들은 자랑스러워 하고 싶은데, 굳이 아니라고 우기는 여당 인사들과 대통령실 전문가라는 X들은 도대체 뭐꼬?”

9월 29일

“건강보험 재정이 만만치 않은 줄은 알지만 국민의 무려 20%가 심각한 난청에 시달린다니 앞으로 정기 검진 항목에 반드시 ‘바이든’ 듣기를 추가해야지 싶다.”

9월 30일

“미국의회 XX들(!) 때문에 바이든이 쪽 팔릴까봐 걱정해주는 거야 경로차원에서 인지상정이지만, 기시다 XX 앞에 찾아가서 설설 기고 욱일기 단 왜X 군함이 동해 들어오는 걸 용인하는 짓거리는 참기 힘들재.”

위 트윗들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억에 생생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2일, 윤석열-바이든 두 정상의 만남 뒤 윤 대통령이 내뱉은 “의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말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는 등 황당한 허무개그를 해명으로 내놓아 빈축을 샀다.

그즈음 일본 해상자위대가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국제관함식을 개최, 한국을 초청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 해군은 초청에 응했다. 11월 6일, 한국 해군은 욱일기와 모양이 같은 해상자위대기를 단 일본의 대형 호위함에 경례해야 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자위함기는) 약간 기울어져 있다”며 “형상은 비슷하지만 자세하게 놓고 보면 차이가 있다”는 ‘웃픈 해명’을 내놨다.

 

10월 11일

“일본X들도 깝깝하겠다. 다이토료(大統領) 이하 고쿠민노치카라(國民の力)당 다이효(代表)까지, 한국내 저 많은 친일파 XX들이 도와주는데도 나라 꼬라지가 마음대로 안풀리니…쯧쯧….”

김빙삼 씨가 이 글을 올릴 때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101대 총리는 취임 1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내각 지지율은 통일교 스캔들 여파 등으로 바닥을 기고 있었다. 최근에는 지지율이 올라 4월 말 여론조사에서 52%로 상승, 8개월 만에 50%대가 됐다. 지지율 상승에 한일 정상회담이 큰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10월 24일

“한동훈이 청담동 술집 유흥 관련해서 ‘장관직을 걸겠다’고 한 모냥이구나. 장관직이 니꺼냐? 니 맘대로 걸게? 장관직은 잠깐 맡은 자리다, XX. 이 XX은 전세 살면서도 지멋대로 집을 팔아묵겠다고 할 X 아인가 몰라.”

10월 25일

“김앤장에서 변호사질 하다 판사로 임용되면 월급이 적게는 5분의 1에서 많게는 10분의 1로 줄텐데 ‘우리는 하나다’는 건배사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갑재?”

10월 26일

“김앤장 소속으로 학창시절부터 윤석열과 안면있는 ‘서울법대’ 동기, 후배 30여 명이 모여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 해먹을 기회)다’를 외친 모냥이구나.”

10월 28일

“윤석열이 조만간 ‘가케무샤’(影武者) 채용하지 않을랑가 몰라. 미리미리 준비했으믄 청담동 룸빠에도 떳떳하게 가고도 알리바이 만들 수 있었을긴데.”

이른바 ‘윤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사건’에 관한 글들이다. 한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에게 말한 내용을, 남자친구가 <시민언론 더탐사>에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다.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좌장이었고, 한동훈 법무장관과 김앤장 소속 변호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고 한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한 장관에게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한 장관은 “내가 그 자리에 있거나, 비슷한 자리에 있었다거나, 그 근방 1㎞ 안에 있었으면 장관직을 포함해 향후 어떤 공직이라도 다 걸겠다. 의원님은 무엇을 걸겠느냐”며 이른바 ‘한동훈 시비 화법’을 선보였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이 청담동 술집이 아닌) 사무실에 계셨던 걸로 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가케무샤는 일본 전국시대 봉건영주 다이묘가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찾아내 자신을 대신해 내세우던 가짜를 말한다. 암살 등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11월 4일

“사람 많이 죽은 자리가 집터로 좋다고 믿는 X들이니, 그런 차원에서 조문한답시고 매일 분향소 들락거리는 건 아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앞부분은 청와대 대신 용산 집무실을 고집한 윤 대통령을 겨냥한 글로 보인다. 용산은 100년 전 공동묘지였다. 천공은 지난해 3월 23일 YTN과의 영상 인터뷰에서 “(용산 이전은) 참 잘하는 거죠. 너무 잘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그쪽에 빛나기 시작을 하고 발복하기 시작을 하면 국제 귀빈들이 오더라도 굉장히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법시대’ 사무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서울에서 최고 앞으로 발복해야 될 자리가 있기 때문에 용산에, 거기 사무실을 열라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천공은 그때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태원 참사는) 참 좋은 기회다. 우리 아이들은 희생을 해도 이렇게 큰 질량으로 희생을 해야지 세계가 돌아본다. 아이들 희생이 보람되게 하려면 이걸 기회로 잘 써야 한다”는 방송을 했다.

뒷부분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매일 찾은 윤 대통령의 기이한 조문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내리 엿새나 조문했다. 공교롭게 천공은 11월 2일 유튜브 방송에서 “추모기간을 만들었으니 매일 추모하라”는 ‘공개 강연’을 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하지 않고 조문만 하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참사현장을 찾아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라고 말해 유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했다.

11월 10일

“10·29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도 얼굴도 감춘 재 이렇게 방치해 놓고 매일 조문을 한다고 쇼를 했구나. (사진은 순천향대 병원 영결식장에 안치된 참사 희생자들 사진이라고)”

 

11월 30일

“대통령은 힘들게 새벽 3시가 되도록 법무장관 대동해서 미래의 판사 후보들 모아놓고 술접대 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그깟 기름값 좀 올랐다고 파업한다니 열이 많이 받은 모냥이재.”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화물연대 2차 파업’을 말하는 듯싶다. 당시 기름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년 리터당 1300원 대였던 경유는 2000원대를 넘실거리고 있었다. 안전운임제 품목의 확대가 필요했다.

화물 노동자들은 결국 2차 파업에 돌입했다. 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등 강공으로 일관했다. 대부분 언론도 합세해 정부 편을 들었다. 그러자 30%대에 머물던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대로 올랐다. 노동탄압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자 윤 정부는 그 ‘단맛’을 계속 맛보기 위해 쉴새 없이 노동계에 대한 강공을 퍼부어댄다. 최근 건설노조 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분신 사망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2월 15일

“오늘 대법원 무죄 받은 소감 : 거봐라, 양서방이나 김서방 보다는 역시 우리 윤서방이 최고라니깐.”

이날 요양병원을 열어 요양 급여를 부당 수급한 혐의를 받던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위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라 무죄로 풀려났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최 씨는 2013년부터 2015년 5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 9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2020년 11월 불구속기소 됐다.

 

12월 22일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가 뭔지는 잘 모리겠다만, 스투피드 프레지던트가 쥴리 허즈밴드인 건 알겠네.”

윤 대통령의 영어 사랑은 각별하다. 지난해 12월 21일 ‘제12차 비상경제 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그는 “정부의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정부 관여)가 바로 레귤레이션(규제)이다”라고 말했다. 김빙삼 씨의 트윗은 이를 비꼰 것이다. 윤 대통령의 영어 실력 과시는 한두 번이 아니다.

“(용산 시민공원 이름을)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 - 2022년 6월 10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점심 모임

“2023년에는 그야말로 다시 대한민국, 도약하는 그런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sive·공격적으로)하게 뛰어보자. 정부의,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가 바로 레귤레이션이다.” - 2022년 12월 21일 제12차 비상경제 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국가 정상화란 이 나라를 일류국가로 만드는 것…이를 위해 조급하게 미시적인 제도들을 만들거나 바꾸기보다는 체인지 싱킹, 생각 바꾸기가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 2023년 1월 25일 국무회의

“올해부터는 체인지 싱킹, 즉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직접금융시장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 2023년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특히 국책은행이 어그레시브하게 금융투자를 선도해 달라” - 2023년 2월 28일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

체인지 싱킹이 문법적으로 맞느냐는 논란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최근 방미 중에 미국에서 유창한 영어로 연설까지 하여 실력을 과시했다.

연합뉴스TV

2023년

새벽종이 울렸다. 새아침이 밝았다. 2023년이 됐다. 김빙삼 씨의 금년 트윗은 웬만하면 그냥 소개만 하자. 엊그제 일이니 생생하지 않은가.

1월 11일

“조국 장관 때도 그러더니 이재명 대표 아들을 또 물고 늘어지는 ‘대한민국의 검찰’이란 XX들은 가족들을 괴롭혀서 당사자를 고문하는 기 전가의 보도인가 본데, 이건 일제 강점기 왜X 순사들이 독립군 수사할 때도 안하던 진짜 더럽고 치사한 짓거리재.”

1월 11일

“검, 판사 XX들 불법 접대나 뇌물 받아묵은 정황이 속속 나오는 걸 보믄서, 옛날에 자식이 고시 합격하믄 없는 돈에 동네 잔치 벌이던 기 쪼매 이해가 되재?”

1월 14일

“검찰의 대장동 모함 수사나 경찰의 이태원 봐주기 수사 꼬라지를 보아하이 축구 대표팀 감독을 해외에서 찾을 기 아이라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을 해외에서 스카웃해야 하는 거 아인가 싶다만.”

1월 14일

“군대도 안간 영부인 남편이란 X은 연일 핵무장에 전쟁 확전 운운하고, 영부인 남편 마누라는 지보다 잘난 여자는 꼴 보기 싫다고 사의표명한 장관급 인사를 가차없이 해임시키는 이런 꼬라지는 고조선 이래 처음이지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트윗 하루 전인 13일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 윤 대통령이 장관급 공직자를 해임한 첫 사례다. 나 전 의원이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친윤(친윤석열) 세력을 비판한 지 7시간 만이었다.

1월 16일

“탬버린은 한손으로 흔들어도 되지만 손뼉은 양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재. 검찰의 조작수사, 모함수사가 성공하는 건 멍청하건 악의적이건 법원과 판사의 맞장구가 있어서 가능한 거 아일까.”

1월 19일

“리트윗은 거의 안 하는데…”

김빙삼 씨는 남의 글을 리트윗하는 경우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아주 가끔만 하는데 이날은 누군가의 글에 크게 공감이 됐는지 이례적으로 리트윗했다. “노조는 어떻게 종북이면서 귀족일 수도 있지? 양자 중첩 상태 같은 건가ㅎㅎ.”라는 글이었다.

1월 20일

“내가 뽑은 대통령 XX는 아니지만, 너무 미안해서 이란 이슬람공화국에 대신 사과하고 싶다.”

지난 1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를 방문, “UAE의 적이 이란…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란은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적 논란꺼리가 됐다.

1월 26일

“<소개> 백주 대낮에 뜬금없는 압수수색을 하는 걸로 보아 틀림없이 신뢰할만한 언론임이 증명된 민들레뉴스 http://mindlenews.com입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민들레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민들레가 짓밟혔다. 언론 탄압이었다.

 

시민언론 더탐사 화면 갈무리

1월 27일

“후안무치(厚顔無恥), 낮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옛말인데, 과도한 성형과 필러 주입을 하면 학력위조, 경력위조, 주가조작을 하고도 여전히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나대게 되는 걸 옛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김건희 씨는 요즘도 ‘외향성 내조’를 열심히 하고 있다.

1월 30일

“가카, 난방비 폭탄, 전기료 폭탄을 던졌는데도 국민들이 여전히 대장동 모함 수사나 여사님 주가 조작에 관심을 가지는데요?” “그래? 그러면 국민연금 폭탄, 의료보험 폭탄 더 던져봐.”

1월 31일

“지금은 까마득하지만 어릴 적에 어른들 아침 인사는 ‘밤 새 별 일 없었습니꺼?’ 아니면 ‘아침은 자셨는교?’였는데, 조만간 추억의(?) 그 시절을 경험하게 될지도.”

2월 3일

“조국 장관 담당 판사가 자칭 민주 시민들에게 ‘이 개돼지들아, 이래도 가만히 숙이고만 있을래?’ 라고 호통 치는듯 하다.”

2월 6일

“안철수가 윤석열의 박해(?)를 피해 당대표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천권의 상당 부분을 김건희에게 상납하는 방법 밖에 없을지도.”

2월 8일

“곽상도 아들이 받은 돈 50억이 뇌물이라고 판결해버리면 같이 돈 받아 먹은 전직 고위 검사, 판사들도 다 뇌물죄가 될테니 나중에 이런 좋은(?) 기회가 또 안오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던가 보지 뭐.”

2월 8일

“수산시장에서 물고기 살 때 저울치기 조심해야 된다는 말이 많지만, 그래봤자 법원 판사들의 엉터리 저울치기(?)만 할까 싶은 요즘이재.”

 

2월 28일

“예전에 아파트는 ‘분양평수 50평에 실평수 40평’ 이런 말 들어봤지만, 국회의원도 ‘분양의원 169석에 실의원 138석’, 뭐 이런 거를 보게 될 줄이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때 기권표나 무효표를 던진 의원들은 ‘민주당의 실제 의원’이 아니라는 블랙유머다. 그때 당 안팎의 여러 인사들이 ‘그들’을 비판했다. 친명 인사인 현근택 변호사는 “대선 끝나고 통합 선대위도 꾸렸는데, (그들이) 선거운동을 안한다. 민주당의 실제 의석수가 169석이 아니라 138석이라고 보는 게 맞다. 소속은 민주당에 있지만 생각은 다른 데에 있다고 개인적으로 본다”고 속상해 했다.

3월 6일

“검사 시절 룸싸롱에서 술 X마시고 술값은 늘상 기업체에 떠넘기던 버릇이 남아서 강제 징용 배상금도 기업체에 떠넘기는게 뭐가 문젠지 모르는 갑재.”

3월 7일

“일본 여행 비행기값 최고액은 이번에 윤석열이 찍은 것 같재. 이 와중에 나만의 정신승리 방법은 저 XX이 내 대표가 아이라고 부정하는 수 밖에.”

3월 11일

“수술실 CCTV 공개도 중요하지만, 멀쩡한(?) 사람이 더 많이 죽어나가는 검찰 조사실 CCTV 의무화도 꼭 필요하지 싶다.”

3월 16일

“일제 식민 지배 덕(?)에 한국이 근대화했다꼬? 그러믄 일본은 리틀보이하고 팻맨 덕에 현대화 성공한 모냥이재?”

리틀보이(Little Boy)와 팻맨(Fat Man)은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 이름이다.

3월 20일

“역대 어떤 일본 총리도 하지 못한 걸 거뜬히(?) 해낸 윤석열이 국적이 일본이 아인기 마이 아쉽겠다. 왜X이었으믄 기시다 지지율 배는 넘었을긴데.”

4월 6일

“대통령실 내에서 김건희를 ‘VIP 2’로 부른다는데 믿을 수가 없다. 누가 봐도 윤석열이 VIP 2 아인가?”

4월 10일

“미국이 대통령실 도감청한 것도 문제지만, 실제로 미국 지시대로 안보실장을 짤랐다니 이건 내정 간섭을 넘어 내정 지시 수준이네. 한없이 굴종적인 대일 외교로도 부족해서 인자 미국 식민지를 만들 작정인가.”

 

베일 속 '김빙삼'은 누구?

김빙삼 씨는 베일 속 인물이다. 책마저 익명으로 내고 있어 그에 대해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한겨레신문에 인터뷰 기사가 한 번 나왔을 뿐이다. <시민언론 민들레>의 허재현 제휴기자가 한겨레에 재직중일 때 익명 조건으로 인터뷰한 기사다. 전화를 걸었지만 김빙삼 씨는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신이 없었다. 할 수 없이 허재현 기자의 옛 기사 등을 토대로, 그를 가리고 있는 베일 한 조각을 걷어볼 수밖에 없었다.

김빙삼. 성이 김(金)인 것은 맞음.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다르게 생겼음. 대구 출신. 경상도 사투리 쓰지 않음. 61세. 허재현 기자의 인터뷰 당시 서울 소재 모 중소기업체 대표.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삼성그룹 근무한 적 있음. 지금은 모르지만 딴지일보 논객이었음.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 쪽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트위터 계정 폐쇄를 요청한 적 있음. 그때 그때 김빙삼 씨가 올린 트윗.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네 집구석에서 김영삼을 사칭하는 계정을 차단해달라꼬 방통위에 요구했다카는데, 설마 내보고 그카는 거는 아이겠지??? 내는 김영삼이가 아이라 엄연히 김빙삼(金氷三)이거등???”

-김영삼 전 대통령 패러디 트위터 운영을 시작한 이유가 뭔가.

“(2011년) 6월 16일 개설한 트위터다. 원래 내 개인 이름으로 트위터 계정을 운영했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해도 영 반응이 시원찮더라. 뭔가 간판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생각난 게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그 분에게 좀 우둔한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런 분 입에서 똑똑한 이야기가 나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도 생각을 했었지만 그분들 흉내내는 건 좀 죄송스러울 것 같더라.”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고 있나.

“그는 비록 아이엠에프(IMF) 사태를 불러왔지만 당시에 누가 대통령을 했어도 경제 위기를 겪었을 것이라 본다. 그가 임기 중 일 제대로 못한 건 맞지만 진심으로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었다고는 생각한다.”

-어떤 걸 말하는 건지?

“이를테면 역사 바로 세우기. 하나회를 해체하고 노태우, 전두환 모두 잡아 넣지 않았나.”

-어쩌면 당신이 잊혀졌던 (생전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오히려 띄워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

“뭐 다시 여론에 회자되게 하는 데에는 도움 주었겠지.”

-(생전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신의 인기를 잘 활용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활용당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그를 활용하고 싶지.”

-유명인을 활용해 패러디 계정을 만드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다.

“내가 김영삼인 척 했다면 문제겠지. 하지만 나는 김영삼을 사칭한 적이 없다.”

-당신은 한진중공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많이 남기더라. 나름 중소기업체의 사장인데 같은 경제인으로서 조금 다른 모습이다.

“나는 사람이 제일 중요한 투자 대상이라고 보는 자본가다. 그런 면에서 사람을 경시하는 최근의 자본주의는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변화시키면서 자신의 생명력을 연장시켜왔다. 그게 자본주의의 무서운 점인데 우리 사회는 그런 변화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그 맨 앞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본주의의 개혁을 막고 자본주의 체제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을 했다. 그는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고 김재정 씨와 친분이 있던 관계라고 말했고, 도곡동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다.

-당신은 이명박 대통령에 매우 비판적인 것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욕은 많이 얻어먹었지만 그렇게 주변에 더러운 사람들을 갖다 쓰진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더러운 것을 감추려고 더 더러운 사람들을 갖다 쓰는 것 같다. ‘자신을 깨끗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모든 것들을 더 더럽게 만들어버리는 것’도 자신의 더러움을 감추는 하나의 방법이다.”

김빙삼 씨는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이명박이 잘한 일이 뭘까 참 고민을 마이 했었는데. 한 개를 꼽으라카믄, 장관이든 검찰총장이든, 청와대 수석이든 그런 인간들 진짜 조또 아이라는 걸 알게 해준 거라꼬 이야기 하고 싶다.”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있다면 누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해 사심을 완전히 버린 사람이다.”

-그래도 그의 재임 시절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심해졌지 않나.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면 더 심했을 거다. 그가 양극화 정책을 편 것이 아니라 그나마 양극화가 덜 되도록 억제한 것으로 봐야 한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