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잔액 사상 최대…연체율도 급등

작년 4분기 1020조, 두 분기 연속 1천조 넘어

연체율 0.26%로 코로나 이후 2년반 만에 최고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70%나 늘어 120조 육박

그마저 2금융권 몰려 지원 중단 땐 건전성 위기

2023-05-08     유상규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의 대출(사업자대출+가계대출) 규모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3일 서울 전통시장의 한 매장이 텅 비어있다. 2023.4.3. 연합뉴스

자영업자들의 금융기관 대출이 1000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로 늘어났고, 연체율도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 몰려 있어, 금융지원이 종료될 경우 건전성 위기가 우려된다.

8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소득 수준별 대출 잔액·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전체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19조 8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3분기(1014조 2000억 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1000조 원을 넘었고,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4분기(684조 9000억 원)보다 48.9%나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연체율은 0.26%로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 0.29%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4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을 소득별로 보면 저소득 자영업자(소득 하위 30%)의 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2019년 4분기 70조 8000억 원에서 2022년 4분기 119조 9000억 원으로 69.4%나 폭증했다.

증가율이 같은 기간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64.7%·112조 9000억 원→186조 원)이나 고소득(상위 30%) 자영업자(42.4%·501조 2000억 원→713조 9000억 원)보다 높았다.

더구나 중소득 자영업자의 작년 4분기 대출 잔액은 3분기보다 0.9% 줄어 2018년 3분기(-0.7%) 이후 4년 3개월 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지만,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은 각 0.8%, 0.9% 더 늘어 역대 최대 대출액 경신을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 자영업자 연체율을 소득별로 보면, 저소득 자영업자는 1.2%로 전분기(0.7%)보다 0.5%p 높아졌다.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4분기(1.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0.7%로 2020년 2분기(0.7%)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았다.

중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1.3%로 지난해 1분기(1.1%) 이후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저·고소득층보다는 상대적으로 연체율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비은행 2금융권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이 은행권 45.8%(49조 3000억 원→71조 9000억 원)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상호금융 대출은 230.4%(16조 1000억 원→37조 1000억 원)나 급증했다. 중소득(87.8%·32조 8000억 원→61조 6000억 원), 고소득(76.5%·116조 8000억 원→206조 2000억 원)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이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은 보험사에서도 210%(8000억 원→1조 7000억 원),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털 등)에서 57.9%(1조 9000억 원→3조 원)나 증가했다.

대부업을 포함한 기타 금융기관의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액은 같은 기간 1조 2000억 원에서 290%나 늘어난 3조 5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문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대출에 대해 3년 이상 원금 및 이자 상환을 미뤄주는 등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연체율이 급속하게 올라갔다는 점이다.

금융권은 2020년 초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지원은 당초 2020년 9월로 시한을 정해 시작됐지만, 이후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자 지원 종료 시점이 무려 5차례나 연장했다.

현재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기한 연장, 대환(대출 갈아타기), 일정 조정, 금리 인하 등 여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 징후를 살펴 건전성 관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은 이미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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