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 화백, 불꽃으로 산화한 '양회동 열사' 추모 연작

열사의 죽음을 '윤석열 취임 1주년 성과'로 비판

전태일 열사가 양 열사 보듬는 '아직도...' 등 4점

박 화백 "많이 힘드셨겠다" 질문에 말 잇지 못 해

2023-05-06     이승호 에디터

 

박재동 화백이 분신 노동자 고 양회동 열사를 주제로 한 그림을 연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불꽃으로 산화한 열사를 추모하는 그림이다. 분노와 다짐의 그림이기도 하다.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4점을 그려냈다. 박 화백은 “더 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제발>은 양회동 열사가 야당 대표들에게 보낸 유서에 나오는 부탁의 말 “제발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려 주십시오”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양 열사는 “억울하고 창피하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찰 독재정치의 제물이 되어 지지율을 올리는 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죄없이 구속돼야 한다. 당 대표님들,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 제발 풀어달라.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뜨려 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양회동 열사는 노동절인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해, 다음날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 도중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는 윤석열 정부가 전태일 열사를 분신으로 몰고 간 박정희 정부와 다른 게 뭐냐고 묻는다. 53년 전의 비극이 아직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절망과 분노를 담고 있다. 서울 청계천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 열사는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고는 분신했다. 당시 22세였다. 그림 속의 전태일 열사는 양회동 열사를 껴안고 있다.

 

 

<그렇게도 만들고 싶었던 빨간 인간>은 ‘간첩단 의혹’ 등을 터뜨리며 노동계를 전방위로 탄압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공안 정국을 비판하고 있다. <빨간 인간>은  ‘윤 정부 작’이다.

처음 올린 그림은 <윤석열 취임 1주년 성과 작품>이다. 사흘 전에 올린 그림이다. 윤 정부의 지난 1년에 걸친 초강경 노동탄압이 양회동 열사를 분신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고발이다.

 

6일 늦은 저녁 박재동 화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짧은 통화만 할 수 있었다. 그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양회동 열사를 조문하고 있는 중이었다.

박 화백은 “그림을 그리면서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는 질문에 감정이 북받치는지 “그러니까, 참, 그래…”라며 말을 잇지 못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회동 열사 그림을 또 그릴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렇게 될 수도 있어”라고 답했다.

박재동 화백은 요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사 만평을 올리곤 한다.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여, 그 만평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미, 대일 외교를 비판하는 만평을 연이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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