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종횡무진 말바꾸기…변호인 '탄식', 재판장 '갸우뚱'

[김용 재판] 재판장 “유 진술 신빙성이 핵심 쟁점”

변호인 “유 말하는 ‘가짜 변호사’, 본인이 선임”

검찰 “변호인 ‘면담’ 과장…‘시민언론’ 가짜뉴스 보도”

유동규 “700억,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위한 돈”

2023-03-15     고일석 에디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장은 재판 초입부터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유동규 진술의 신빙성"이라고 규정했다.

14일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 23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 공판에서 재판장은 신문 과정에 직접 개입해 그때그때 유동규의 진술을 확인했고, 유동규와 김용 측 변호인간의 공방이 가열될 때마다 “사실 여부를 다투는 것보다 유동규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선을 그으며 분위기를 자제시켰다.

이날 유동규의 답변과 진술은 인간의 기억이 가진 한계와 유동규의 입장을 최대한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바꾸기와 앞뒤가 어긋나는 모순, 그리고 핵심 사항에 대한 불명확과 모호함으로 일관됐다. 

변호인 “유 말하는 ‘가짜 변호사’, 본인이 선임”

김용 측 변호인은 유동규가 ‘심경변화’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가짜 변호사’ 문제와 구속연장 여부가 심경변화의 배경이었을 가능성부터 짚었다.

변호인(이하 ‘변’)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들이 증인에 대한 변호를 하기보다 감시를 한다거나 증인의 생각을 파악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고 하는데 그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줄 수 있나요?

유동규(이하 ‘유’) 내가 석방되는 것보다 계속 들어가 있기를 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계속 구속되기를 바랬다는 말인가요?

나오지 말고 유지되기를 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기망당하고 능멸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재판장 변호가 불성실하다거나 못 믿겠다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변호인이 구속을 더 시키려고 했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데, 그런 느낌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딱 찝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구속을 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구치소를 압수수색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환하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인가요?

구속 여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예단할 수도 없었습니다. 변호인은 석방을 원했겠지만 그러지 않는 것에 대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유동규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윗선’에서 두 명의 변호사들을 보냈고, 특히 두 번째 전 모 변호사의 경우에는 “선임하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김용 측 변호인은 전 변호사에 대해 유동규가 자필로 서명해 제출한 ‘선임신고서’를 제시하며 물었다.

증인이 자필로 서명한 선임신고서입니다. 심경변화가 있었다고 하는 9월 26일 이후인 10월 4일 변호인이 증인과 접견을 마친 후 교도관을 통해 서명을 받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 사실을 아는가요?

써달라고 해서 써줬지만 수임계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전 변호사는 이 신고서를 4월 11일에 법원에 제출했고, 그 사실이 재판 경과 기록에 기재돼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재판장 변호인을 접견하고 선임계(선임신고서)를 쓴 다음 돈은 나중에 주기로 했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선임계를 본인 의사에 반해서 썼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검찰 “변호인 ‘면담’ 과장…‘시민언론’ 가짜뉴스 보도”

검찰은 이날 지난 7일 첫 공판에서 변호인단이 모두 진술을 통해 “총 12시간 15분의 ‘기록되지 않은’ 면담이 있었다”고 공개하고 이 사실이 보도된 데 대해 크게 반발했다. 검사는 “변호인이 주장하는 면담 시간은 휴식 시간과 같은 짜투리 시간들까지 모두 합친 것”이라며 “특히 시민언론이라고 하는 데서(시민언론 민들레를 지칭) 이 면담으로 유동규가 진술서를 썼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했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김용 측 변호인단은 면담시간을 집계한 자료를 제시해 설명했고, 특히 모두 진술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9월 26일에도 장시간 면담이 있었다고 공개했다. 변호인단이 공개한 9월 26일 조사기록에는 검사실에 오전 10시에 입장해 조사는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과다 면담’ 논란에 대해 재판장은 유동규의 조사 기록에서 검사실 입장 시간과 조사 시작 시간의 차이가 큰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조사 시작 전에 면담을 통해 조사 과정을 미리 정리하고 방향을 잡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다한 면담은 부적절하다는 판례도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에서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측 변호인은 심경 변화가 있었다고 하는 9월 26일을 전후해 유동규에 대한 뇌물 수사가 있었음을 환기시켰다. 변호인은 남욱과 김만배의 검찰 진술조서 등을 제시하며 유동규의 ‘심경변화’에 뇌물 수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 추궁했다.

구치소 압수수색 후 9월 26일 부패방지법 등으로 추가 기소됐는데 이 당시 뇌물죄로 기소된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증인에 대한 구치소 압수수색이 있을 때 김만배와 남욱도 함께 압수수색이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몰랐습니다.

몰랐다구요?

압수수색은 알고 있었습니다.

압수수색이 8월 31일에 있었고 그 이후 김만배와 남욱의 검찰 신문조서를 보면 뇌물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기록이 보이는데 증인에게 뇌물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나요?

그런 질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유동규 “700억,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위한 돈”

2022년 9월 26일 이후 크게 달라진 유동규의 진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700억 혹은 428억의 주인에 대한 것이다. “700억은 유동규 것”이라는 정영학 녹취록의 내용에 대해 유동규는 “농담처럼 한 말”이라며 주장해왔지만 9월 26일 이후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말을 바꿨다. 1년 이상 진행되고 있는 대장동 재판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진술 변경이다. 유동규는 14일 공판에서 이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2014년 6월 이재명 시장의 재선 당시 김만배가 “대장동 지분이 아직 미정인 상태지만 자기 지분의 절반을 주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나요?

있습니다.

그 절반을 어디에 쓰기로 한 건가요?

앞으로 필요한 부분, 특히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돈과 관련해 증인은 어떤 위치인가요?

관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관리자라는 것은 일종의 심부름꾼 같은 것인가요?

내가 주주인데 심부름꾼은 아니고 소유가 같다고 생각했고 공통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돈이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쓰기 위한 돈이라면 본인 몫은 없는 것 아닌가요?

내 몫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저와 김용, 정진상이 1/3 씩 지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증인과 김용, 정진상이 1/3 씩 몫이 있는 것이라면 그 1/3은 본인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뜻인가요?

큰 틀에서는 이재명을 위해 쓰는 돈이고 의논해서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변호인은 김만배의 검찰 신문조서를 제시하며 “지분 절반 얘기가 나온 것은 2019년 이후”라고 추궁했다. 또한 10월 8일 자술서 이후 이루어진 검찰조사에서도 유동규가 “428억은 내 몫이 아니다”라고 진술한 사실을 지적했다.

김만배는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 유동규가 자기 몫이 많다고 얘기하기 시작하더니 2020년과 2021년에 이르러서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진술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이재명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김만배가 두려웠을 것입니다. 김만배가 거짓 진술한 것입니다.

2022년 10월 13일의 증인에 대한 검찰조사 기록입니다. 700억 중 428억을 피의자 몫으로 받기로 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증인은 아니라고 답했고, 이 지분의 소유자가 이재명, 정진상, 김용으로 알고 있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이 428억에 대한 처분권이 증인에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때까지만 해도 두려워서 망설였습니다. (대장동) 본류 재판에서 얘기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는 알면서도 잘못된 진술을 했다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재판장이 재판 시작부터 규정했듯이 이 사건은 유동규 진술의 신빙성이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 700억 혹은 428억의 실소유 문제에 대해 유동규는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쓸 돈”이라고 하면서도 “내가 쓸 몫도 있다”고 하고, ‘심경변화’가 있었다는 2022년 9월 26일 이후에도 “김만배 지분 절반은 유동규 몫, 혹은 이재명 대표 측의 몫”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부인해오다가 최근에 와서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는 점을 변호인이 짚은 것이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