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한달새 검찰 세 번째 출석…"유검무죄 무검유죄"

위례·대장동 의혹으로 또 포토라인에…헌정사 초유

"민생 외면 정권이 정치검찰 총동원 정적 죽이기만"

"50억 클럽 놔두고 이재명만 잡겠다니 곽상도 무죄"

얼굴에 회칠한 사형수 '회술레' 고통에 비유하기도

"내 모든 진술이 검찰 창작의 재료" 진술서로 갈음

2023-02-10     김호경 에디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소환 조사를 받기 앞서 입장 표명을 마친 뒤 검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3.2.10. 연합뉴스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또 포토라인에 섰다. 정치검찰의 망신주기, 낙인찍기 소환이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당내에 많았음에도 이 대표는 응하기로 결단을 내리고 지난 28일 1차 출석 이후 불과 13일 만에 2차 출석에 나섰다.

지난달 10일 성남FC 후원금(광고비) 의혹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나가 조사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제1 야당 대표가 한 달 사이 세 차례나 검찰 청사에 출석한 것이 된다.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차량 정체로 예정됐던 오전 11시보다 늦은 11시 22분쯤 검찰청사에 도착한 이 대표는 청사 출입구 앞 포토라인에 서서 준비한 입장문을 꺼낸 뒤 "민생에는 무심한 정권이 정치검찰을 총동원해서 '정적 죽이기', '전 정권 지우기'에 칼춤을 추는 동안 곳곳에서 국민들의 곡소리가 늘어나고 있다"며 민생 파탄 속에도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 노릇에만 열중하는 검찰 현실을 우선 거론했다.

이 대표는 경기 악화, 물가 폭등, 전세 사기 피해 등 서민들의 어려움을 하나하나 열거한 뒤 "국민의 불안과 고통 앞에 공정한 수사로 질서를 유지해야 할 공권력은 대체 무얼 하는 중이냐"면서 "유검무죄 무검유죄다. 곽상도 전 검사의 50억 뇌물 의혹이 무죄라는데 어떤 국민들이 납득하겠냐. 이재명을 잡겠다고 쏟아붓는 수사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50억 클럽 수사에 쏟아 넣었다면 이런 결과는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청년은 주 150시간을 노예처럼 일해도 먹고 살기조차 팍팍한데, 고관대작의 아들 사회초년생은 퇴직금으로 50억을 챙긴다"면서 "이게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공정인가? 평범한 청년들의 억장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라고 개탄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아들을 통해 받은 50억 원 뇌물 수수 혐의가 최근 법원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사실을 거듭 부각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이재명 죽이자고 없는 죄 만들 시간에 전세 사기범부터 잡으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민생을 구하는 데 힘을 쏟으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검찰 소환을 두고 "벌써 세 번째"라며 "첫 번째 소환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남FC 사건은 아직까지 뚜렷한 물증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연조사에 추가조사 논란까지 벌어진 두 번째 소환 이후에도 검찰에 조종되는 궁박한 처지에 빠진 이들의 번복된 진술 말고 대체 증거 하나 찾아낸 게 있느냐?"고 따졌다.

또 "김성태 전 회장만 송환되면 이재명은 끝장날 것이다, 이러면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마구 부풀리더니, 김 전 회장이 구속되었는데도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공평무사해야 할 수사권을 악용해서 온갖 억지 의혹을 조작하더니 이제는 해묵은 북풍몰이 조작을 시도하고 있다"고 검찰의 공작 수사 행태를 직격했다.

이 대표는 "사실 많이 억울하고, 많이 힘들고, 많이 괴롭다. 지금처럼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이 공개 소환은 '회술레' 같은 수치"라며 "하지만 제 부족함 때문에 권력의 하수인이 된 검찰이 권력 그 자체가 됐다. 승자가 발길질하고 짓밟으니 패자로서 감수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삶은 하루하루 망가져 가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겠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회술레'는 과거 목을 벨 죄인을 처형하기 전에 얼굴에 회칠을 한 후 사람들 앞에 내돌리던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검찰의 공개 소환이 그만큼 야만적이고 자신에게 고통스럽다는 점을 호소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권력이 없다고 없는 죄를 만들고, 권력이 있다고 있는 죄도 덮는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검사독재정권에 결연히 맞서겠다"며 "윤석열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민생을 챙기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전쟁의 위험에서 평화를 지키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소명과 역할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일각일초 허비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면서 "밤을 지나지 않고 새벽에 이를 수 없다. 유난히 깊고 긴 밤을 지나는 지금 이 순간, 동트는 새벽이 반드시 올 것으로 믿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가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2.10. 연합뉴스

이 대표는 검찰 출입 기자들이 '대장동 개발 사업이 이 대표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 등의 질문을 하자 "검찰이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조작하는 정권의 하수인이 돼서 없는 사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하늘이 알고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검사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지 않고 미리 제출한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하겠다는 입장도 다시 밝혔다. 검찰의 사건 조작 의도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앞서 1차 출석 때도 33장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수사팀에 제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내가 하는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라며 "진술서를 통해 검찰에 충분히 진술했기 때문에 검찰이 창작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진술서로 대신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이동했다.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와 3부(강백신 부장검사) 수사팀은 1차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서를 바탕으로 1차 때보다 많은 200쪽이 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수사1부 정일권(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과 3부 남대주(37기) 부부장이 1차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참여한다.

최근 본격 수사가 시작된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은 이번 조사 대상에 빠져있다. 백현동 관련 수사를 이유로 이 대표를 또 검찰에 부르겠다는 속내가 불 보듯 뻔하다.

민주당 내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도 전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검찰이 의도적으로 계속 언론에 노출시키고 소환되는 모습을 과장되게, 불필요하게 그렇게 확대할 의도가 있지 않은가"라며 "그래서 (검찰이) 욕 얻어먹는다. 제가 만약에 주임 검사 같으면 백현동 다 끝내고 난 다음에 그것까지 합쳐 가지고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조 의원은 "딱 포장 풀고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한 다음에 불러야지. 아니, 한쪽에서는 압수물 분석하면서 그 사이에 또 오시라,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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