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 중재국'마저 폭격…국제사회 "주권 모독"
트럼프도 '당황'…"동맹국 카타르에 일방적 폭격"
인남식 "이스라엘 편들면 동맹 방기 신호 준다"
하마스, 트럼프 휴전안 검토하던 중 폭격당해
하마스 정치국 부의장 아들 포함해 6명 사망
유엔 안보리, 10일 긴급회의…의장국 '한국'
이스라엘이 급기야 가자 전쟁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마저 공격하고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정권은 9일 오후 하마스 정치국원들이 거주해온 도하 카타라 지구의 주거용 건물을 전격적으로 공습했다. 하마스 정치국원들은 이곳에서 거주하면서 지난 2년간 미국,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로 이스라엘 측과 휴전 협상을 해왔다.
로이터, AFP와 알자자리 등 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0분께 카타르 수도 도하의 카타라 지구에서 폭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공습 직후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군과 신베트는 하마스 테러 조직의 고위급 지도자를 겨냥해 정밀타격을 했다"라며 "하마스 테러 조직을 격퇴하기 위해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도 폭격
하마스 정치국 부의장 아들 등 6명 사망
하마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 공격으로 하마스 협상 대표단을 이끄는 이칼릴 알하야 정치국 부의장의 아들을 포함해 하마스 멤버 5명과 카타르 보안군 장교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카타르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비겁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이 범죄적 공격은 카타르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무모한 행위, 역내 안보를 계속 교란하는 행위, 카타르의 안보와 주권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협상 중재는 지속할 뜻을 밝혔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이란, 튀르키예 등 아랍‧중동 국가들은 일제히 강도 높게 규탄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스라엘 점령 세력이 범죄를 지속하고 국제법을 비롯한 모든 국제 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타르, 미국과 함께 가자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이집트도 대통령실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국제법 위반으로 강력히 규탄한다. 위험한 선례이자 용납할 수 없는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선제적 공격을 당했던 이란의 외무부 대변인은 "위험한 행위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도 "평화 보단 전쟁을 지속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이스라엘이 역내 확장주의 정책과 테러를 국가 정책으로 채택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가세했다.
아랍‧중동, 유럽 포함 국제사회 "주권 모독"
유엔 총장 "카타르의 주권‧영토 침해 규탄"
유럽을 포함한 국제사회 거의 대다수가 카타르의 주권 모독이자 확전 시도라며 규탄 대열에 동참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이번 달 의장국은 한국이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X를 통해 국제법과 카타르의 영토 보전을 침해한다면서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만큼 어떻게든 가자 전쟁 확대를 피해야 한다"고 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X를 통해 카타르 주권 침해를 비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X에 올린 글에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의 확대이자 카타르 주권 모독"이라며 "목적과 관계없이 이런 공격은 지역 전체로 갈등이 확대될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일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성명을 통해 "카타르의 주권과 지역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가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휴전과 인질 석방에 긍정적 역할을 해온 카타르를 이스라엘이 공격했다"며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히 침해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당사자는 휴전을 파괴할 것이 아니라 영구적 휴전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 10일 긴급회의…의장국 '한국'
하마스, 트럼프 휴전안 검토 중 폭격당해
이스라엘의 이날 카타르 공습은 하마스 휴전 협상 대표단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휴전안을 논의하던 도중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에도 충격을 주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격 보고를 이스라엘이 아닌, 미군으로부터 받고 카타르에 통보를 지시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유일한 맹방인 미국도 국제사회의 규탄 강도완 사뭇 차이가 나지만, 이례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 인근 식당에서 '사전 통보받았느냐'란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난 전체적 상황이 불만족스럽다.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난 내일(10일) 완전한 성명을 내겠지만 매우 기분이 나쁘다는 정도로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성명도 이스라엘을 향한 발언치고는 강도가 셌다. 레빗은 "우리와 함께 평화를 중재하고자 매우 열심히 협력하고 용감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주권국이자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인 카타르에 대한 일방적 폭격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마스 제거는 "가치가 있는 목표"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도 '당황'…"동맹국 카타르 일방적 폭격"
인남식 "이스라엘 편들면 동맹 방기 신호 준다"
트럼프도 트루스 소셜에 동일한 내용을 포스팅했다. 그러면서 의문의 폭격을 당한 카타르를 달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공격은 네타냐후 총리가 한 결정이지 내가 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일단 '공모'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리곤 "난 카타르를 미국의 굳건한 동맹이자 친구라고 여기며 이번 공격의 장소에 대해 매우 안 좋게 생각한다. 난 가자지구의 모든 인질 석방과 유해 송환, 그리고 이 전쟁이 당장 끝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곤 카타르의 국왕 및 총리와 통화해 "카타르 영토에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겠다고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는 지난 5월 걸프 3국 순방 때 트럼프에게 2조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전용기용 호화 항공기도 선물한 나라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네타냐후 정권의 카타르 공격은 '선'을 한참 넘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은 트럼프가 까맣게 모르게 하고 다시 한번 군사 공격을 했다"고 논평했다.
이에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페북 글을 통해 "트럼프 입장에선 당황한 공습으로 보인다"며 트럼프의 '딜레마'를 거론했다. 인 교수는 "지난번 이란 공습 때처럼 네타냐후와 함께 갈까? 그 경우 이스라엘의 미 동맹국 공습행위에도 불구, 이스라엘 편을 들며 동맹을 무시 내지 방기하는 신호를 준다. 앞으로 트럼프가 꿈꾸는 중동 평화 구축의 업적에 방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인 교수는 "여기서도 트럼프가 네타냐후 편을 들며 지지하는 언급을 내놓는다면, 기존의 중동 정책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판이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