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악 범죄 '집단학살'…"이스라엘, 가자에서 자행"

세계 제노사이드 학자들 결의안 통해 '최종 결론'

예비역 대위, NYT에 '소집 거부' 촉구 기고

"국수주의적 포퓰리스트들이 벌인 전쟁,

인질들, 팔레스타인인들 피로 대가 치러"

네타냐후, 가자시티 공격·서안 합병 강행

스모트리히 "두 국가 망상 사실상 지워"

2025-09-01     이유 에디터

"가자지구에서 자행한 이스라엘의 정책과 행위는 1948년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처벌 협약 제2조의 제노사이드란 법적 개념에 들어맞는다."

국제제노사이드학자협회(IAGS)의 집단적 결론이다. 

2023년 10·7 사태 이후 6만3000명 학살 등 가자에서 저질러온 이스라엘 극우 유대 광신 정권의 온갖 행동은 인류 최악의 범죄인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란 최종 판단을 국제제노사이드학자협회가 내린 것이다. 1994년 출범한 IAGS엔 세계 각국의 제노사이드 연구 전문가 500여 명이 소속돼 있으며, 이 분야에서 최고 권위가 있다.

 

3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 공격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 08. 31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제노사이드학자협회 "가자서 제노사이드"
소속 학자 500여 명 중 절대다수 86% 찬성

로이터에 따르면, IAGS는 1일 채택한 결의안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지난 23개월 가자에서 자행했던 △ 어린이를 비롯해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 공격과 살해 △ 굶기기 △ 인도적 지원·식수·연료, 그 밖의 주민 생존에 필수적인 물자 박탈 △ 성적·재생산 관련 폭력 △ 주민 강제 이주 등을 일일이 적시한 뒤 이스라엘을 향해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제노사이드,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를 구성하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결의안엔 회원 절대다수인 86%가 찬성했다.

이에 멜라니 오브라이언 IAGS 회장(서호주대 국제법 교수)은 "가자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태가 제노사이드라는, 제노사이드 연구 전문가들의 최종 확정적인 성명"이라고 말했다.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처벌 협약'에 따르면, '제노사이드'는 "통상 국민적,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에 의해 규정된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권은 지금까지 제노사이드는 물론, 전쟁 범죄나 반인도적 범죄마저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진행되는 베네치아 리도 섬에서 가자와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열렸다.  광장엔 "제노사이드를 멈추라"는 글귀와 함께 수 많은 종이배들이 놓여 있다. 2025. 08. 30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규탄 지구촌 확산
네타냐후, 가자시티 공격·서안 합병 맞서

이렇듯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행위에 대한 분노와 규탄의 목소리가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하고, 프랑스,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같은 서방 동맹국들마저 이달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하겠다며압박하고 나섰지만, 네타냐후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되려 네타냐후는 이런 움직임을 저지하고자 완전한 가자 지구 장악과 아울러 차제에 요르단강 서안을 병합하기 위한 수순으로 31일 내각회의를 열어 서안 병합안을 공식 의제로 상정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행정권을 지닌 서안을 이스라엘이 강제로 병합한다면, 현실적으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은 어려워진다. 그러나 지금도 이스라엘은 불법 점령지인 이곳에 유대인 정착민들을 보내 정착촌을 건설하고 살도록 부추기고 있다. 국제법 위반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의 지지만을 믿고 이스라엘은 막무가내다.

 

점령지 서안의 헤브론 남부 마사페르 야타 지역의 움 알-카이르 팔레스타인 마을 인근에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새로 건설한 이동식 가옥들. 2025. 08. 28 [AFP=연합뉴스]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 3700호 조성 승인
스모트리히 "두 국가 망상 사실상 지워"

이날 회의에선 또한 서안에 약 3700호의 유대인 정착촌 조성 계획도 승인했다. 자칭 파시스트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이는 '두 국가'라는 망상을 사실상 지워버리고 유대인이 이스라엘 땅의 심장부를 장악하는 것을 공고하게 하는 중대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트럼프 미 행정부를 빼곤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찬성한다.

앞서 네타냐후 정권은 지난달 8일 완전한 가자지구 장악을 위한 첫 조치로 북부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장악할 계획을 승인한 데 이어, 21일 '기드온의 전차 2단계' 작전을 개시했고, 25일엔 가자 병원을 공습해 취재기자, 구조대원 포함해 20여 명을 죽였으며, 29일엔 가자시티를 '위험 전투 지역'으로 선포하고 본격적인 공격 작전에 들어갔다.

이 작전을 위해 네타냐후는 추가로 예비군 6만 명 소집 명령을 내리는 한편, 전선에 배치된 예비군 2만 명의 복무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 국방군(IDF) 총참모장은 군의 인력 부족과 피로도를 거론하며 네타냐후의 '가자 완전 점령' 방침에 반대한 바 있다.

 

하마스가 억류한 이스라엘  인질들의 가족이 모든 인질의 석방과 가자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촉구한 뒤 17일 수도 텔아비브 '인질 광장' 일대에서 진행 중인 시위 장면. 2025. 08. 17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내 소집 명령 거부 움직임 본격화
예비역 대위, NYT에 '소집 거부' 촉구 기고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내에서 소집 명령 거부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8월 초 '인질을 위한 군인들'이라는 한 예비군 단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예비군들에게 소집 명령에 불응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 대표적 사례는 이번 가자 전쟁에서 IDF의 전차 소대장으로 참전했던 요탐 빌트 예비역 대위다. 빌트는 30일 자 뉴욕타임스(NYT)에 장문의 글을 싣고 이스라엘 예비군들에게 소집 명령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빌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조국이 길을 잃었다는 또 다른 가혹한 진실이 드러났다...그것은 종전 결정에 필요한 정치적 대가를 치르길 거부하고, 대신 우리 군인들, 인질들, 팔레스타인인들이 피로 그 대가를 치르도록 요구한 국수주의적 포퓰리스트들이 벌인 전쟁이었다"라고 성토했다.

 

이스라엘 보안군 병력들이 27일 서안 도시 나블루스에서 군사 공격을 하는 동안 기갑차량 옆에 서 있다. 2025. 08. 27 [AP=연합뉴스]

"국수주의적 포퓰리스트들이 벌인 전쟁,
인질들, 팔레스타인인들 피로 대가 치러"

그는 "가자는 군대에 대한 효과적 감시가 거의 없고, 군인 개인에 대한 책임 추궁도 거의 없는 무법지대가 됐다. 우리는 시간표도, 달성이 가능한 목표도, 출구 전략도 없는 전쟁을 벌이게 됐다"고 개탄했다.

빌트는 "가자시티 재점령 계획은 신중한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 오직 파괴할 줄만 알지 건설할 줄 모르는 어느 정부의 점령 중독 증상이다"라면서 "복무 거부는 나라를 배신하는 게 아니고, 바로 나라를 구할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빌트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천 명의 예비군이 소집을 거부했고 이 중 일부는 처벌받았다.

빌트는 "우리가 이 길을 계속 걸어 영구히 가자를 통제한다면, 한때 이 나라를 정의했던 자유 민주주의란 취약한 비전 중 어떤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자기 권력의 한계를 부인하는 무모한 국수주의-포퓰리스트 정부하에서 이스라엘에 지속이 가능한 미래가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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