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조차 소거된 정치인 김문수
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2025-08-28 홍순구 시민기자
김문수의 정치 여정은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패배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런 김문수에게 전한길이 사과까지 요구하는 것은 참으로 비정하다. '살모사 정치'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당대표 선거 결선 TV 토론에서 진행자가 "내년 선거 때 한동훈 전 대표와 전한길 씨 중 누구에게 공천을 주겠나"라고 묻자, 김문수가 "한 전 대표"라고 답한 것을 구실삼아 어제의 동지를 몰아세우며 자기 정치적 몸집을 키우려 한다. 이 방식은 전광훈 목사가 즐겨 써먹은 수법과 다르지 않다. 김문수가 당대표에 당선되었다면 전한길이 이같은 태도를 보였을까?
김문수는 애초 뚜렷한 자기 세력이 없던 정치인이었다. 오죽하면 전광훈에게 기댔겠는가. 그는 한덕수 대권 프로젝트의 불쏘시개 역할로 마무리했어야 할 정치 인생을, 우여곡절 끝에 제1 야당의 대선 후보를 거쳐 당대표 선거 무대까지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끝내 당사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설난영 여사를 대동하고 기묘한 스트레칭 농성이나 하는 비루한 쇼맨십을 보이며 자기정치의 한계를 드러냈다.
애써 그의 초라한 몰골까지 굳이 감싸줄 마음은 없다. 다만 신념과 철학 없이 권력을 좇던 정치인의 말로가 얼마나 쓸쓸하고 처량한지를 상기하고자 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