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관세 파장…6월 미 소비자물가 2.7% 올라
CPI 시장전망치에는 부합하지만 상승폭 커져
트럼프는 득달같이 연준에 "금리 3%p 인하"
관세 영향 이제 시작…금리 낮추면 물가 폭등
파월 의장 교체 등 강공책 땐 사태 예측 불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여파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진 않았고 근원지수 상승률이 예상을 하회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가 서서히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물가상승률을 내세워 기준금리를 크게 내릴 것을 연준에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관세전쟁의 여파가 이제 막 시작되는 마당에 기준금리까지 크게 내린다면 물가가 폭등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관세전쟁의 여파가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영향받는 미 소비자물가
미국 노동부는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전월보다는 0.3% 상승했다. 상승률이 5월(2.4%) 대비 반등하며 지난 2월(2.8%) 이후 가장 높았다. 다만, 전년 동월과 전월 대비 상승률이 모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 부합했다.
관세에 민감한 의류 가격이 6월 들어 전월 대비 0.4% 올랐고, 가정용 가구 가격은 전월 대비 1%나 올랐다. 다만, 신차 가격이 전월 대비 0.3% 하락했고, 중고차 및 트럭 가격은 전월 대비 0.7%나 하락해 전체 물가지수 상승을 제약했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2% 올라 단일 항목 중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미 노동부는 설명했다.
한편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전월 대비 0.2% 각각 상승했다. 근원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및 전월 대비 모두 각각 전문가 전망을 0.1%포인트 밑돌았다. 이미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그동안 우려해 왔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관세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직면하는 제품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지속해서 경고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24일 의회 증언에서 관세의 물가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6∼8월 경제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이라며 전 세계 무역파트너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10%의 기본관세가 곧바로 발효됐고, 국가별 개별 추가 관세는 당시 중국을 제외하고 90일간 유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유예기간이 끝나자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멕시코, 캐나다 등 주요 무역파트너에 새로운 관세율을 통보하고, 내달 1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해, 사실상 관세 부과 유예를 연장하면서도 관세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 낮다'며 연준에 금리 인하 종용하는 트럼프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반등했다는 발표가 나온 15일(현지시간)에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소비자 물가는 낮다. 당장 연준금리를 내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곧바로 올린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연준은 금리를 3%포인트 내려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다. 연간 1조 달러(약 1천385조원)가 절약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연간 1조 달러 절약'은 금리가 3% 인하될 경우 연방정부가 지출하는 국채 이자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줄기차게 이어온 기준금리 인하 요구를 6월 CPI발표 이후에도 되풀이 한 것은 6월 CPI가 시장전망치에 부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6월 CPI상승을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가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하고 있다.
관세여파 이제 시작인데 금리까지 낮추면 물가 폭등할 수도
'소비자 물가가 낮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미 CPI는 5월에 이어 6월까지 상승하면서 관세전쟁의 여파가 본격화되는 조짐이 역력하다. 관세전쟁이 이제 초입단계에 불과하다는 점, 개별관세 및 상호관세의 폭이 여전히 미궁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관세가 물가를 어느 정도로 강타할지 가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 만약 기준금리 인하까지 단행된다면 물가가 폭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파월의 연준이 트럼프에게 온갖 조롱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는 건 지금의 국면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결정이 몰고 올 재앙적 상황을 염려해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해임하고 그 자리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사람을 앉히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추측조차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