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 50일 내 정전 않으면 중·인에 100% 관세?

러시아산 원유 중국이 47%, 인도 38% 수입

나토가 미국산 무기 구입해 우크라 지원안도 합의

미 의회, “러시아 에너지 구입 제3국에 500% 관세”

정전 압박용인지 친러적 기존방침 변경인지 불명

2025-07-15     한승동 에디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우크라이나 정전과 지원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가디언 7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50일 안에 전쟁을 멈추는데(정전)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거래하는 나라들에 100%의 “가혹한(severe)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주로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등을 대량 구입하는 중국과 인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00% 관세 발언, 중국 인도 겨냥?

중국과 인도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 온 러시아 제재에 가담하지 않고 러시아산 석유, 가스 등을 대량 구입함으로써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사실상 지원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핀란드의 싱크탱크 에너지 그린셰어 연구센터에 따르면, 2022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러시아가 수출한 원유의 47%는 중국에, 그리고 38%는 인도, 6%는 튀르키예로 갔다.( <일본경제신문> 7월 15일)

나토가 미국산 무기 구입해 우크라 지원 합의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들이 미국이 생산하는 무기를 구입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새로운 군사지원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러시아에 대단히 큰 불만을 갖고 있다. 50일 이내에 (정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몹시 가혹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관세는 100%로, ‘2차관세’라 불러도 좋다”고 말했다. 2차관세란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가리킨다.

미 의회, 러시아산 에너지 구입 제3국에 500% 관세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의회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법안을 이번 달 안에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초당파 의원들이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등을 수입한 제3국에 최대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추가제재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제재하는 ‘2차제재’다.

<닛케이>는 의회의 법안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유럽과 일본 등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는 예외조치를 받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모순이 발생한다.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해 온 일본이 제재 대상에서 빠지고 계속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할 경우, 러시아의 전쟁수행 능력를 파괴하기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해 결과적으로 러시아에 전쟁자금을 제공해 온 중국과 인도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정권의 주장은 자가당착이 된다.

“전화 협의 뒤 공격 뒤통수 치면 대화는 무의미하다”

트럼프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정전 중개 등 세계 각지의 분쟁해결에서 성과를 올렸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은 러시아뿐”이라 주장하면서 “이 문제에 오래 관여해 온 것은 아니고, 애초에 중요한 과제도 아니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실망했다. 2개월 전에는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을 모양”이라며 거듭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2차관세가 발동되면 러시아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푸틴과의) 전화를 끊을 때마다 ‘좋은 전화였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미사일이 키이우와 다른 도시들에 발사된다. 나는 ‘기묘하네’라고 말한다. 그런 일이 3, 4차례 되풀이되면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 하르키우 지역에서 군사장비를 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사. 뉴욕타임스 7월 14일

나토, 수십억 달러 미국산 무기 구입해 우크라 지원

트럼프는 또 미국제 무기를 나토를 매개로 해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나토 쪽과 합의했다고 거듭 얘기했다. “우리는 오늘 그들(나토 쪽)에게 무기를 보내고, 그들은 그 대금을 지불한다는 데에 합의했다. 미국은 일절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우리는 만들고 그들이 비용을 부담한다”고 했다. 그는 “수십 억 달러의 군사장비를 미국에서 구입해 나토 등에 공급하고, 다시 신속하게 전장에 배치된다. 우크라이나가 (그것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바라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패트리엇’ 몇 기가 며칠 안에 현지에 도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전화로 “러시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능력(자위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싶은데, 그 비용은 유럽 국가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완전히 논리적인 판단”이라며, 그 방식에 대해 독일이 가장 적극적이며, 핀란드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캐나다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는 방공능력만이 아니라 미사일이나 탄약 등 대량의 군사장비들도 입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거리 공격욤 미사일 등도 지원에 포함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13일 트럼프가 발표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안에는 공격용 무기 제공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를 비롯해 러시아 영내 깊숙한 곳에 있는 목표들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이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 격화를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자위용 무기로 제한해 왔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허용한 전임 조 바이든 정권을 비판했다. 이번 조치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공격용 미국제 무기가 제공될 경우 기존의 그런 규제를 철회하는 셈이 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 자국을 방문한 미국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담당 특사와 만나 방공체제 강화와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 등을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금 지원도 거론됐다. 미국 CBS 방송은 지난 12일 트럼프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자금원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재원으로는 바이든 전 정권이 남긴 38억 5000만 달러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전 압박용인지, 기존 친러적 정책 변경인지 불명

트럼프의 이번 조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의를 중시하면서 러시아에 유리한 쪽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싶어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기존 방침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인지, 정전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관세폭탄을 이용한 또 다른 대중국 제재 강화 쪽에 더 무게를 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100%라는 과도한 관세율에다 ‘50일 안’이라는 짧지 않은 협상용 유보기간을 둔 것도, 그 동안 발표해 온 정책 결정사항을 자주 번복해 온 전례들도 있어서, 이번 발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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