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그려준 손녀를 위한 노래 ♬"리틀 피카소, 라희"♬
캐나다에 사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
"디지털 아트 공부해 함께 그림책 내야지"
휴가철을 맞아 아주 오랜만에 세상에 하나뿐인 손녀 라희가 왔다. 가끔 그림을 그려서 날 기쁘게 해준다. 한번은 내 사진을 보내주고 초상화를 주문한 적이 있다. 그림을 보내와서 100달러를 며느리에게 보냈다. 그림 도구를 사는 데 쓰라면서. 그 초상화가 지금 내 카톡의 프로필 사진이다.
식사를 마치고 그 기억을 되살리며, 초상화를 다시 그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라희가 망설이거나 뒤로 빼면 어쩌나 했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좋단다. 우린 공부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의자에 앉더니 나에게 책상 앞에 앉으란다. 스케치북을 달라고 해서 건네주었다. 4B 연필을 쥔 손녀는 한참 나를 주시하는 듯하더니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화면에 둥그런 원 하나를 큼직하게 그었다, 타원형의 원이 아니라 삐뚤빼뚤해도 괜찮은가 보다. 그 안에 거침없이 눈 코 입과 눈썹을 넣고, 그리고 귀를 그리고 머리카락을 그렸다. 망설임 없이 척척 그리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수십 년 전에 아내와 프랑스 여행을 갔을 때, 몽마르트 언덕에서 초상화를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라희의 몸짓은 그림을 그리며 흘깃흘깃 살피던 파리의 프로화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는지, 내게 배경은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고 묻는다. 친절하기도 한 소녀 화가가 귀엽기만 하다. 책장 앞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해달라고 주문했다. 거침없이 좌우로 선을 그어 책장을 만든다. 칸칸이 색을 채워 나가다가 지치는 기색이 감돈다.
그 순간, 라희가 나를 쳐다보더니 말을 건넨다. 내게 넌지시 도와줄 수 있냐고 묻는다. 아빠와 그림 그릴 때 아빠는 잘 도와준다고 말했다. 작품에 참여해 달라니 영광으로 여기며 얼른 승낙했다. 둘이서 한참 색을 칠하며 책장을 채워 나갔다. 라희가 웃음 지으며 다 되었다고 그림을 내민다.
짓궂은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그림에는 화가의 사인이 들어가야 한다고 해봤다. 고개를 갸웃하더니 좋단다. 라희는 ‘휘리릭’ 멋진 사인을 남겼다. 이렇게 라희와 할배의 그림 프로젝트가 끝났다. 라희가 부러워 죽겠다. 너는 어찌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니?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 시대에 어울리게 디지털 아트를 해봐야겠다. 마침 큰아들이 사준 아이패드가 있으니 활용해야겠다. 인터넷을 뒤져 프로그램을 골라 컴퓨터에 설치했고, 따라 하기 쉬운 책 두 권도 주문했다. 부지런히 공부해서 디지털 아티스트가 되어, 라희와 디지털 그림책을 내야겠다. 라희야, 고맙다. 나에게 새 꿈을 주어서. 라희야, 아주 많이 사랑해.
노래 "리틀 피카소, 라희" ----> https://youtu.be/-nYUL8t4p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