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윤석열과 언론, 복기의 시간이 왔다

언론이 2022년 윤 무능·의혹 제대로 검증했다면①

선거기간 내내 무능력·무자격·부도덕 덮기만

윤-김건희 부부 여러 의혹 눈감고 정책평가 소홀

낯부끄런 미화·찬양 기사 쓴 언론인 지금 뭐하나

2025-04-23     김성재 에디터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의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온 나라를 혼란과 위기에 빠뜨렸던 ‘윤석열의 난’이 진압되어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어쩌다 윤석열 같은 망상증 환자가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혼란과 퇴행으로 몰아갔는가’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왜 우리는 괴물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것과 또한 대통령직을 완전히 잘못 수행한 것을 막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이다. 바둑에서 말하는 ‘복기(復棋)’의 시간이 온 것이다.

그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것은 선거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극우들이 생각하는 부정선거가 아니었다면, 선거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유권자의 과반수 이상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그가 제대로 검증을 받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언론이 제대로 된 검증을 했더라면 그가 당선되었을까? 또한 3년여의 대통령 임기 동안 그의 무능·무책임·무도함을 제대로 견제하고 비판했다면 그가 무모한 비상계엄 내란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선거에서 후보 검증, 그리고 선출된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언론의 본업이고 본령이다. 언론이 이 일을 제대로 했다면 어쩌면 우리는 지난해 12월3일 밤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내란 사태를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한 반대로 그날 밤 언론이 윤석열 쿠데타 세력에게 굴복하지 않고 시민의 편에서 보도한 덕분에 계엄군의 국회 장악은 실패한 것이다. 언론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모든 책임을 언론에 돌린다고 비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 1980년 언론이 살아있었다면 광주의 비극과 전두환 쿠데타 세력의 잔혹한 민주주의 탄압이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언론이 사기꾼 이명박의 거짓말을 만천하에 폭로했더라면’이라는 가정도 같은 맥락이다. 거꾸로 언론이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밝혀냈기 때문에 나라를 구해낸 것이다. 언론의 역할과 책임의 막중함은 부정할 수도, 깎아내릴 수도 없다.

지난 2022년 윤석열이 후보로 나온 20대 대선에서 언론은 제 역할을 했을까? 그 때 국민들은 대부분의 언론이 황당한 ‘윤석열 띄우기’에 골몰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자질, 자격, 능력, 도덕성, 책임감을 검증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무능력, 무자격, 부도덕성, 무책임을 덮으려 애를 썼다. 윤석열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검증 보도를 하지 않았고, 윤석열 후보 당선을 위해 경쟁상대인 이재명 후보 깎아내리기에 치중했다.

예컨대 “윤석열, 외교-노동 등 자문하며 ‘열공모드’”(동아일보), “윤석열, 여의도 문법 아닌 본인 페이스로 정치”(국민일보), “윤석열, 반려견 산책도 끊고...경제·외교 과외 열공”(한국경제) 등의 기사가 그랬다. 주류 언론을 포함한 많은 언론들이 그의 무지를 덮어주기 위한 기사를 ‘성심껏' 만들어냈다. 조선일보 계열 매체인 월간조선은 “중학생 윤석열 주머니 털어 가난한 친구에게 자장면을...”이란 미담 기사를 ‘단독’이라며 보도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부장급 기자는 “사나이 윤석열의 매력”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는 깜짝 놀랄 만큼 예스러운 남자의 매력이 넘친다...‘사나이’보다는 ‘싸나이’가 어울리는, 소신과 의리의 화신”“우직하고 안쓰러운, 모두 여의도 정가에서 탐낼 법한 정치적 자산”이라고 찬양가를 불렀다. 조선일보 부장급 기자도 “나훈아, 윤석열...오죽하면 두 형님에게 열광하랴” 칼럼에서 “위기에 승부수 던진 나훈아·윤석열” “권력에 굽히지 않는 배짱과 뚝심에 세상 낙이라곤 없는 대중들이 열광했다”며 신화를 밀들어냈다. 이 언론인들이 윤석열의 파면과 사법처리를 앞두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민언련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당시 주류 언론들은 대선 후보의 정책검증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검증 보도를 한 경우에도 윤석열 후보보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 검증에 집중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경우 대선 관련 보도 100건 중 정책검증은 4건에 불과했고, 4건 모두 이재명 후보만 비판했다”고 했는데, 조선일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주류 언론들은 윤석열 후보가 역대 대선에서 보지 못할 정도로 토론 기피 행태를 보였는데도 침묵했다.

윤석열 후보에게는 반드시 검증해야 할 불법·비리 의혹도 많았다. 그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주류 언론 대부분은 입을 닫았다.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논문표절·학력위조 의혹 등도 선거기간에 검증되었어야 할 문제였지만 언론은 조용했다. 대신 주류 언론들은 윤석열에게 ‘순정파’ ‘강골검사’ 같은 분칠을 해주었고 김건희 씨에게는 성형으로 독특하게 보이는 외모와 반려견 사랑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그 어떤 제대로 된 검증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류 언론의 윤석열 대선 후보 검증은 형편없이 부실했고 지독하게 편향적이었으며, 검증이라고 하기보단 일방적 미화와 찬양이 대부분이었다. 유권자가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정책·노선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거의 하지 않거나 미화로 포장했다. 동아일보 계열 매체인 신동아에는 심지어 한 ‘이미지평론가’의 말을 옮긴 “이(재명)보다 윤(석열) 이마가 빛나 당선 예감”이라는 황당한 기사가 보도된 적도 있다.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동아일보는 “윤석열은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오라”(김순덕 칼럼)며 노골적으로 윤석열 당선 응원 보도를 냈다.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이 보도한 김건희 씨와 반려견 사진.

윤석열이 당선된 직후 국내 주류 언론들이 윤석열 당선자를 미국 오바마에 비유했지만 해외 언론은 그를 ‘한국의 트럼프’로 불렀다. 프랑스 유명 일간지 ‘르 피가로’는 선거 한달여 전 “한국 대선 후보 부인, 비판적 언론인 구금 위협”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김건희 씨가 한 인터넷매체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남편이 대통령 되면 비판 언론인들을 전부 감옥에 넣겠다”고 한 말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다. 이 기사에는 한국을 쿠데타가 자주 일어나는 아프리카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나라로 묘사했다. ‘르 피가로’의 예상이 적중한 것일까? 그렇다면 프랑스 언론보다 윤석열을 더 잘 알고 있었을 우리나라 주류 언론들은 왜 단 한 번도 이런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일까?

복기의 시간이 왔다. 괴물 혹은 망상증 환자 윤석열이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데에 주류 언론들의 ‘기여’가 컸다. 대선 후보 검증을 소홀히 했을 뿐 아니라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노골적이고 적극적으로 미화·찬양했다. 유권자 국민이 악수(惡手)를 두도록 언론이 잘못된 훈수를 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겨우 24만7천표(득표율 0.7%차이)를 더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어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끝내 '국민과 헌법을 배신한'(헌법재판소 선고문)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다. 윤석열 당선을 가져온 24만7000표에 대한 책임을 언론에 묻는 것은 과도한 것일까? 복기할 줄 모르는 바둑은 배울 것도, 나아질 것도 없다. 제 역할을 못한 주류 언론들을 비판하는 것보다 더 서글픈 것은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는 언론을 계속 비판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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