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오세훈·윤희근 면죄부…"특수본 500명이 뭐 한 건가"
이태원 참사 특수본 73일 수사하고 6명 구속
지휘부 라인 수사는 서면조사도 않고 '무혐의'
김광호 서울청장 증거인멸 가능성에도 불구속
유족 "500명 경찰이 이 정도밖에 수사 못하냐"
박홍근 "尹, '치외법권' 이상민 파면 결단하라"
10·29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예상대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윗선' 수사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17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기는 등 '용두사미'에 '반쪽짜리도 안 되는' 수사에 불과했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13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기관인 경찰, 구청,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23명(6명 구속)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정보부장),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등 6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대규모 인파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을 예상했음에도 사전 대책을 세우거나 예방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 후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을 받는다. 특수본은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돼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각 기관 공무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으로 묶었다.
구속된 공무원들 가운데,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등 경찰 정보라인 간부 2명은 용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위험분석 정보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로 이미 지난달 30일 구속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17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불구속 송치됐다. 김 청장은 구속이 예상됐지만 결국 불구속됐다. 경찰에서는 김 청장을 비롯해 참사 당일 상황실을 비운 류미진 전 서울청 상황관리관,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 전 용산서 112팀장, 이태원 파출소 경찰관 등 총 8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소방에선 구조 책임을 맡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용산소방서 이모 현장지휘팀장 등 2명이 불구속 송치됐다. 이 밖에 유승재 부구청장 등 용산구청 간부 2명과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송은영 이태원역장, 이권수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 등이 불구속 송치됐다.
사고 발생 지점 골목 인근에 불법 구조물을 증축한 해밀톤호텔 대표이사와 호텔 1층 주점 프로스트 대표 등 2명도 참사 현장 인근에 불법 구조물을 세워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검찰에 넘겨졌다. 수사를 받다 극단 선택을 한 정모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은 '공소권 없음' 처분됐다.
그러나 특수본은 73일 동안 500여 명을 동원해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재난관리 책임자인 이 장관과 오 시장, 윤 청장 등 지휘부 라인에 대한 수사는 서면조사 조차 하지 않았다. 사고 예견 가능성이 충분했음에도 이들에 대해 수사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유가족과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수본은 행안부와 서울시에 대해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 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대규모 인명피해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 및 회피 가능성이 없는 등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경우, 법령상 특정지역의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가 자치경찰사무라 예견하기 어렵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경찰법에 따르면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 △안전사고 및 재해·재난 시 긴급구조지원은 자치경찰사무이기 때문에 국가사무 총괄인 경찰청장은 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장관의 경우 행안부 소속청인 경찰청이 지난 2005년 상주운동장 압사 사고 뒤인 지난 2006년 5월 '혼잡경비 실무 매뉴얼'을 냈고, 행안부가 자체적으로 2018년 5월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을 발간하는 등 사고는 이전부터 충분히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다.
또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최소 10만명 이상 운집 가능성 등이 언론에서 보도됐고, 김광호 서울청장도 참사 전인 10월 17일과 24일 화상회의를 통해 사전 대책 마련을 지시했던 만큼 행안부도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지만 특수본은 이를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 장관은 재난관리 주관기관장으로 신속하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응급조치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는 첫 신고(오후 6시 34분) 이후 5시간 가량 지난 오후 11시 20분에야 사고를 인지했고 현장에도 참사 인지 후 85분이 지나 도착했다.
게다가 이 장관은 현장 통제도 할 수 없으면서 긴 시간을 들여 현장을 방문함으로써 중대본 설치가 늦어졌고(10월 30일 오전 2시 30분), 결과적으로 행정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하지만 특수본은 이로 인한 피해 확산 여부도 따지지 않고 수사를 종결했다.
참사 당일 해외출장 중이던 오 시장도 사고 예견이 가능했다. 서울시의 2020년, 2021년 연도별 '서울특별시 안전관리계획'에는 공연·행사장 안전사고에 압사가 포함됐다. 또 시 의회에서 밝혔듯이 오 시장은 용산서가 작성한 핼러윈 관련 보고 문건을 참사 이후 확인했다. 사전에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재난안전법 시행령 53조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인명 또는 재산 피해정도가 매우 크고 그 영향이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될 때'로 규정하고 있어 오 시장도 1차 응급조치 책임이 있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가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큰 압사 사고임에도 1차 책임을 용산구에만 물었다.
경찰법에 따라 안전관리 문제가 자치경찰사무이기 때문에 윤 청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도 '책임 회피' '제 식구 감싸기'에 불과하다. 관할이 서울청이더라도 경찰청장은 각급 경찰기관장에 대한 총지휘·감독권자이기 때문에 사전 대비, 예방 등과 관련해 지휘권을 행사했어야 했다.
윤 청장은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가 규정한 극도의 혼잡이나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위험을 방지할 의무도 다하지 못했다. 그는 참사 당일 오후 충북 제천시에서 지인들과 캠핑을 하고 잠들었다가 전화를 받지 못했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음주 사실도 시인했다.
김광호 서울청장 불구속도 문제가 있다. 김 청장은 용산서가 서울청에 인파관리를 위해 기동대를 요청했는지 여부를 두고 진술이 엇갈리고 있으며, 2020~2021년 이태원에 투입한 기동대가 질서유지를 했음에도 방역 목적이라고 진술해 위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음에도 특수본이 불구속 송치한 부분은 이해가 어렵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특수본 수사 결과를 비판하고, 경찰 수사의 공을 검찰을 향해 '윗선'을 포함한 폭넓은 수사를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와 이정민 부대표는 이날 오전 피해자 진술을 위해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특수본 수사에서 부족하고 미진했던 부분을 검찰에서 더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철 대표는 "(특수본이) 김광호 서울청장에 대해 선을 그을 것으로 예상했고, 역시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시장 등 관련자 소환조사는 없었다"며 "500명이나 되는 거대 조직으로 이 정도로밖에 수사를 못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민 부대표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선에서 종결된 특수본 수사에 대해 "경찰청장이나 행안부 장관 등 지휘부에 책임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특수본은 아예 (행안부, 서울시, 경찰청을) 수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휘부 라인에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가 밝혀진 바도 없고 알 수도 없었다"면서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 최고위원 회의에서 "대통령의 비호로 치외법권 장관이 된 이 장관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모든 방안을 고려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금이라도 진심 어린 사과와 이 장관 파면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특수본은 소방청에서 참사 당일 중앙긴급구조통제단 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 해밀톤호텔 대표이사의 업무상 횡령 혐의 등 남은 수사를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등으로 넘기고 수사 결과를 유가족들에게 통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