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준표 여론조사비 대납자, 대선 캠프서 활동"

홍, 최모씨 측근 아니라더니…"대선 캠프서 목격"

최씨, 검찰에서 "조사 결과 홍 쪽에 넘겨" 진술

홍 시장 당선 뒤 대구시청 공무원으로 채용돼

'최씨는 측근' 증거·증언 넘쳐도 홍준표는 부인

2025-03-06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홍준표 대구시장이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동상 제막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4.12.23.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의 측근으로서 여론조사 비용 수천 만 원을 대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아무개 전 대구시 서울사무소 대외협력팀장에 대해 홍 시장이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정작 최 씨는 검찰에 출석해 "2021년 홍준표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여론조사 결과도 홍준표 쪽에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 씨가 대선 캠프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했고 캠프 직책이 담긴 명함도 갖고 다녔다. 대선캠프 경남 상황실장을 맡았다"는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아울러 최 씨의 부탁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입금한 최 씨의 후배 박아무개 씨가 최 씨와 함께 대구시 공무원으로 취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 씨는 지난해 11월 창원지검에 출석해 비록 "대선 캠프에서 단순 자원봉사를 했다"고 진술했지만 ▲4000여만 원이라는 큰 금액의 여론조사 비용을 쓰고 이후 대구시 공무원으로 발탁된 점 ▲최 씨 대신 돈을 입금한 박 씨까지 함께 대구시 공무원으로 채용된 점은 홍 시장과 최 씨의 관계를 매우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매관매직 의혹까지 제기된다.

홍 시장은 그동안 "최 씨는 내 측근도 아니고 우리 캠프 근처에도 온 일이 없다"면서 여러 차례 선을 그었지만, 홍 시장의 거짓말 정황이 드러나면서 현재 받고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도 대선 출마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아무개, 홍 대선캠프 중요 직책…명함도 봤어"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5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취재진에 "최아무개 씨가 2021년 국민의힘 내부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경남 캠프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 직책이 찍힌 명함도 봤다"고 전했다. 한 내부 관계자는 "2021년 홍준표 대선 캠프 최고위 관계자에게도 확인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경선 당시 홍준표 캠프에서 경상남도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전직 국민의힘 의원도 <워치독>과 한 통화에서 "최 씨가 캠프에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단순 자원봉사자였는지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워치독> 취재에 응한 국민의힘 경남도당 관계자들은 "최 씨가 홍준표 대선캠프 경남 상황실장, 최 씨의 후배 박아무개 씨는 같은 캠프 사무국장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워치독> 취재와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2022년 대구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기 이전인 2021년 대선 경선 캠프 때부터 최 씨가 홍 시장의 지근거리에 활동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는 홍 시장의 그동안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최 씨는 홍 시장의 아들과 같은 고등학교를 다녀 친분이 두터워 자연스럽게 홍 시장과도 안면을 텄고 정가에선 '홍준표 양아들'로 불려왔다.

 

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글. 최용휘에 대해 "우리 캠프 근처에 온일이 없으며 우리 하고는 아무런 관계 없다"고 적혀 있다. 2025.3.5. 페이스북 갈무리

앞서 홍 시장은 지난해 12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씨는 내 측근도 아니고 우리 캠프 근처에도 온일이 없으며 우리 하고는 아무런 관계없는 명태균 측근일 뿐"이라고 적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14일에는 페이스북에 "최모 씨(대구시 서울사무소 대외협력팀장)는 같은 마산출신인 명(태균) 씨와 잘 알고 있는 사이였고 지난 대선후보 경선때는 우리캠프 근처에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워치독> 취재를 종합하면, "최 씨는 캠프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는 홍 시장의 해명은 거짓으로 보인다.

최 씨 "여조 결과 홍준표 쪽 전달"…홍준표 "못 봤어"

<워치독> 취재 결과, 검찰은 홍 시장과 최 씨의 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다. 최 씨는 지난해 11월 창원지검에 출석해 받은 조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홍준표 쪽에 제공한 적 있다"고도 진술했다. 이는 "여론조사를 구경도 하지 못했다"는 홍 시장의 입장과 어긋난다. 홍 시장은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해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래한국연구소의 전신인 시사경남이 PNR(피플네트웍스 리서치)에 의뢰한 국민의힘 당내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올린 것이 뒤늦게 확인돼 거짓말 논란이 일어왔다.

최 씨는 검찰에서 "명태균 씨에게 10차례 정도 여론조사를 했던 것 같다"면서 "(여론조사는) 홍준표와 관련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비용으로 "4000만 원 정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후배 박아무개 씨를 통해 강혜경 씨에게 송금했다"고 덧붙였다.

최 씨가 진술한 내용은 <워치독>이 확보한 '강혜경 씨 농협 계좌에 입금된 최 씨의 여론조사 입금 기록'과 거의 일치했다. 최 씨는 자신의 후배인 박 씨를 통해 11차례에 걸쳐 강 씨의 농협 통장에 총 4100만 원을 입금했다. 40대 직장인으로서 단순히 캠프에서 자원봉사 역할만 했다는 인사가 쓸 금액 규모가 아니다.

 

최모씨가 박모씨를 통해 여론조사 비용을 강혜경 농협 통장에 입금한 내역. 2025.3.5.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최 씨는 그럼에도 검찰에 "당시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일 뿐이고 공식적인 직책 같은 것은 맡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캠프 의뢰를 받은 적 없다'고 했다. 자신이 좋아서 여론조사를 맡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씨는 "어떤 공을 세우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자비를 들여 여론조사를 한 데 대해서도 "홍준표를 통해 정치를 해보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4100만원 냈는데 단순봉사?…당원명부 유출도 확인"

최 씨의 검찰 진술은 거짓과 진실이 혼재돼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강혜경 씨와 최 씨가 나눈 통화 녹취, 검찰 진술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최 씨가 홍 시장의 부탁을 받고 여론조사를 돌렸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구체적이다.

<워치독>이 확보한 '최 씨-강혜경 씨 통화 녹취록'을 보면, 최 씨는 2022년 3월21일 강 씨와 한 통화에서 "대구 당원명부 보내드렸다"며 "저번처럼 설문지 그대로 해서 좀 (여론조사) 돌려주시겠어요"라고 말했다. 또 최 씨는 통화에서 홍 시장의 선거 캠프를 '우리 가게'라고 표현하며 "우리 가게가 지금 벌써 (여론조사) 몇 번을 돌렸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최 씨가 홍 캠프 쪽과 공동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통화에서 홍 시장 캠프의 여론조사를 담당한 인력처럼 매우 유창하게 말하는 모습을 띠었다. 또 캠프 차원에서 문의하듯 "홍 대표님 같은 경우는 단일화 참여할 수 없다고 이렇게 되면 그런 것도 (여론조사할 때) 문제 안 되나요?"라며, 여론조사와 관련해 강 씨에게 매우 상세하게 묻기도 했다.

최 씨는 대구지역 당원명부를 유출시켜 여론조사를 돌린 사실도 인정했다. 최 씨는 "정치적 선택에 따라 필요해서 의뢰한 것"이라며 "선거캠프에서 일해 보면 공공연히 당원명부가 돌아다닌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당원명부 유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원 명부 유출이라는 말은 어이없는 말이고 우리 대선후보 캠프가 당원 여론조사를 두 번 의뢰한 여론조사 기관은 '조원씨앤아이'였다"고 했지만, 최 씨가 당원 명부를 활용해 여론조사를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돌린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2021년 5월 11일자 홍카콜라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미래한국연구소 의뢰 여론조사를 띄우며 복당을 강조하고 있다. 2025.3.4. 유튜브 갈무리

"선거 뒤, 여조비용 대납자들 모두 대구시 채용"

최 씨와 최 씨의 돈을 대신 미래한국연구소 쪽에 송금한 박아무개 씨가 대구시 산하 기관에 특혜 채용된 사실까지 확인돼 의문은 더 커진다. 최 씨가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 뒤, 대구시 서울본부에 일반임기제 협력관으로 채용된 사실은 알려졌지만, 최 씨를 대신해 돈을 보낸 박 씨까지 같은 기관에 채용된 것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 

<워치독>이 확인한 대구시 서울본부 관련 임직원 자료를 보면, 최 씨는 2024년 초 대구시 서울사무소 팀장으로 채용됐다가 '명태균 게이트'가 불거진 뒤 퇴사했다. 최 씨의 부탁을 받고 여론조사 비용을 입금한 박아무개 씨는 홍 시장이 당선된 직후인 2022년 7월 같은 기관에 채용돼 현재까지 대구시청 서울협력본부에서 근무 중이다. 이 기관 누리집에서 박 씨는 '공개 채용'된 것으로 소개돼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김윤환 대구시 서울협력본부장은 6일 <워치독> 취재진과 만나 '여조비용 대납에 따른 대가성 취업' 의혹에 대한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최 씨는 '홍 시장 대선 캠프 활동'에 대한 <워치독>의 질문에 "회사에 다니던 때라 상황실장을 할 수 없었다. 주말에만 (자원봉사로) 도왔다"고 해명했다. '여론조사비용 4100만 원 입금' 등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최 씨는 검찰에서 "대구시 서울사무소 대외협력본부장에 임명된 것은 대구시장의 비서실장 등에게 저의 능력을 어필해서 들어간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김성진·허재현·조하준·김시몬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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