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준표 여론조사비 대납자, 대선 캠프서 활동"
홍, 최모씨 측근 아니라더니…"대선 캠프서 목격"
최씨, 검찰에서 "조사 결과 홍 쪽에 넘겨" 진술
홍 시장 당선 뒤 대구시청 공무원으로 채용돼
'최씨는 측근' 증거·증언 넘쳐도 홍준표는 부인
홍준표 대구시장의 측근으로서 여론조사 비용 수천 만 원을 대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아무개 전 대구시 서울사무소 대외협력팀장에 대해 홍 시장이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정작 최 씨는 검찰에 출석해 "2021년 홍준표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여론조사 결과도 홍준표 쪽에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 씨가 대선 캠프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했고 캠프 직책이 담긴 명함도 갖고 다녔다. 대선캠프 경남 상황실장을 맡았다"는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아울러 최 씨의 부탁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입금한 최 씨의 후배 박아무개 씨가 최 씨와 함께 대구시 공무원으로 취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 씨는 지난해 11월 창원지검에 출석해 비록 "대선 캠프에서 단순 자원봉사를 했다"고 진술했지만 ▲4000여만 원이라는 큰 금액의 여론조사 비용을 쓰고 이후 대구시 공무원으로 발탁된 점 ▲최 씨 대신 돈을 입금한 박 씨까지 함께 대구시 공무원으로 채용된 점은 홍 시장과 최 씨의 관계를 매우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매관매직 의혹까지 제기된다.
홍 시장은 그동안 "최 씨는 내 측근도 아니고 우리 캠프 근처에도 온 일이 없다"면서 여러 차례 선을 그었지만, 홍 시장의 거짓말 정황이 드러나면서 현재 받고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도 대선 출마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아무개, 홍 대선캠프 중요 직책…명함도 봤어"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5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취재진에 "최아무개 씨가 2021년 국민의힘 내부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경남 캠프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 직책이 찍힌 명함도 봤다"고 전했다. 한 내부 관계자는 "2021년 홍준표 대선 캠프 최고위 관계자에게도 확인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경선 당시 홍준표 캠프에서 경상남도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전직 국민의힘 의원도 <워치독>과 한 통화에서 "최 씨가 캠프에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단순 자원봉사자였는지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워치독> 취재에 응한 국민의힘 경남도당 관계자들은 "최 씨가 홍준표 대선캠프 경남 상황실장, 최 씨의 후배 박아무개 씨는 같은 캠프 사무국장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워치독> 취재와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2022년 대구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기 이전인 2021년 대선 경선 캠프 때부터 최 씨가 홍 시장의 지근거리에 활동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는 홍 시장의 그동안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최 씨는 홍 시장의 아들과 같은 고등학교를 다녀 친분이 두터워 자연스럽게 홍 시장과도 안면을 텄고 정가에선 '홍준표 양아들'로 불려왔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해 12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씨는 내 측근도 아니고 우리 캠프 근처에도 온일이 없으며 우리 하고는 아무런 관계없는 명태균 측근일 뿐"이라고 적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14일에는 페이스북에 "최모 씨(대구시 서울사무소 대외협력팀장)는 같은 마산출신인 명(태균) 씨와 잘 알고 있는 사이였고 지난 대선후보 경선때는 우리캠프 근처에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워치독> 취재를 종합하면, "최 씨는 캠프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는 홍 시장의 해명은 거짓으로 보인다.
최 씨 "여조 결과 홍준표 쪽 전달"…홍준표 "못 봤어"
<워치독> 취재 결과, 검찰은 홍 시장과 최 씨의 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다. 최 씨는 지난해 11월 창원지검에 출석해 받은 조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홍준표 쪽에 제공한 적 있다"고도 진술했다. 이는 "여론조사를 구경도 하지 못했다"는 홍 시장의 입장과 어긋난다. 홍 시장은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해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래한국연구소의 전신인 시사경남이 PNR(피플네트웍스 리서치)에 의뢰한 국민의힘 당내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올린 것이 뒤늦게 확인돼 거짓말 논란이 일어왔다.
최 씨는 검찰에서 "명태균 씨에게 10차례 정도 여론조사를 했던 것 같다"면서 "(여론조사는) 홍준표와 관련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비용으로 "4000만 원 정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후배 박아무개 씨를 통해 강혜경 씨에게 송금했다"고 덧붙였다.
최 씨가 진술한 내용은 <워치독>이 확보한 '강혜경 씨 농협 계좌에 입금된 최 씨의 여론조사 입금 기록'과 거의 일치했다. 최 씨는 자신의 후배인 박 씨를 통해 11차례에 걸쳐 강 씨의 농협 통장에 총 4100만 원을 입금했다. 40대 직장인으로서 단순히 캠프에서 자원봉사 역할만 했다는 인사가 쓸 금액 규모가 아니다.
최 씨는 그럼에도 검찰에 "당시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일 뿐이고 공식적인 직책 같은 것은 맡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캠프 의뢰를 받은 적 없다'고 했다. 자신이 좋아서 여론조사를 맡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씨는 "어떤 공을 세우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자비를 들여 여론조사를 한 데 대해서도 "홍준표를 통해 정치를 해보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4100만원 냈는데 단순봉사?…당원명부 유출도 확인"
최 씨의 검찰 진술은 거짓과 진실이 혼재돼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강혜경 씨와 최 씨가 나눈 통화 녹취, 검찰 진술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최 씨가 홍 시장의 부탁을 받고 여론조사를 돌렸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구체적이다.
<워치독>이 확보한 '최 씨-강혜경 씨 통화 녹취록'을 보면, 최 씨는 2022년 3월21일 강 씨와 한 통화에서 "대구 당원명부 보내드렸다"며 "저번처럼 설문지 그대로 해서 좀 (여론조사) 돌려주시겠어요"라고 말했다. 또 최 씨는 통화에서 홍 시장의 선거 캠프를 '우리 가게'라고 표현하며 "우리 가게가 지금 벌써 (여론조사) 몇 번을 돌렸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최 씨가 홍 캠프 쪽과 공동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통화에서 홍 시장 캠프의 여론조사를 담당한 인력처럼 매우 유창하게 말하는 모습을 띠었다. 또 캠프 차원에서 문의하듯 "홍 대표님 같은 경우는 단일화 참여할 수 없다고 이렇게 되면 그런 것도 (여론조사할 때) 문제 안 되나요?"라며, 여론조사와 관련해 강 씨에게 매우 상세하게 묻기도 했다.
최 씨는 대구지역 당원명부를 유출시켜 여론조사를 돌린 사실도 인정했다. 최 씨는 "정치적 선택에 따라 필요해서 의뢰한 것"이라며 "선거캠프에서 일해 보면 공공연히 당원명부가 돌아다닌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당원명부 유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원 명부 유출이라는 말은 어이없는 말이고 우리 대선후보 캠프가 당원 여론조사를 두 번 의뢰한 여론조사 기관은 '조원씨앤아이'였다"고 했지만, 최 씨가 당원 명부를 활용해 여론조사를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돌린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선거 뒤, 여조비용 대납자들 모두 대구시 채용"
최 씨와 최 씨의 돈을 대신 미래한국연구소 쪽에 송금한 박아무개 씨가 대구시 산하 기관에 특혜 채용된 사실까지 확인돼 의문은 더 커진다. 최 씨가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 뒤, 대구시 서울본부에 일반임기제 협력관으로 채용된 사실은 알려졌지만, 최 씨를 대신해 돈을 보낸 박 씨까지 같은 기관에 채용된 것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
<워치독>이 확인한 대구시 서울본부 관련 임직원 자료를 보면, 최 씨는 2024년 초 대구시 서울사무소 팀장으로 채용됐다가 '명태균 게이트'가 불거진 뒤 퇴사했다. 최 씨의 부탁을 받고 여론조사 비용을 입금한 박아무개 씨는 홍 시장이 당선된 직후인 2022년 7월 같은 기관에 채용돼 현재까지 대구시청 서울협력본부에서 근무 중이다. 이 기관 누리집에서 박 씨는 '공개 채용'된 것으로 소개돼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김윤환 대구시 서울협력본부장은 6일 <워치독> 취재진과 만나 '여조비용 대납에 따른 대가성 취업' 의혹에 대한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최 씨는 '홍 시장 대선 캠프 활동'에 대한 <워치독>의 질문에 "회사에 다니던 때라 상황실장을 할 수 없었다. 주말에만 (자원봉사로) 도왔다"고 해명했다. '여론조사비용 4100만 원 입금' 등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최 씨는 검찰에서 "대구시 서울사무소 대외협력본부장에 임명된 것은 대구시장의 비서실장 등에게 저의 능력을 어필해서 들어간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김성진·허재현·조하준·김시몬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