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 때문에 검찰청 못 온다더니 마포대교 포토타임
김건희 씨, 면죄부 받자마자 공개 'V0행보' 재개
휴대전화가 원격 폭탄이라더니 방문기념 셀카?
추석 대국민 영상도 등장할 듯…비난여론 무시
국힘 김성태 "국정 뒷받침하려는 순수한 마음"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무혐의' 결론 내리고,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불기소 처분' 권고로 면죄부를 준 뒤, 김건희 씨 외부활동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경호 및 안전상 이유로 검찰청에 출석하지도 않고 비공개 특혜 수사를 받았으면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이 나오자 대놓고 공개 행보를 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처사인지 의문이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다.
김 씨가 '자살시도자 구조 현장 경찰관 간담회'(2023.8), '괜찮아, 걱정마' 마음건강 대화(2023.9), '회복과 위로를 위한 대화'(2024.6) 등 자살 예방, 생명 존중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현장을 방문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김 씨의 현장 행보는 대통령을 방불케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씨는 현장 근무자와 일일이 인사하며 "여기 계신 분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투신자 구조에 나섰다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를 통해 많은 국민께서 여러분의 노고와 살신성인의 모습을 알게 되셨을 것"이라며 "여러분이 존재해 주시는 것만으로 국가의 기본이 튼튼해진다"고 격려했다.
또 "남을 구한다는 생각에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수가 있는데, 본인의 정신건강 관리도 잘 신경쓰셔야 한다"며, 무엇보다 근무자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구조활동 중 위험한 상황이 없도록 조심해 줄 것을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 씨는 폐쇄회로(CC)TV 관제실, 보트 계류장 등을 살펴보고 실제 구조활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설명을 들었다. 김 씨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이상징후를 감지하고, 각 수난구조대로 전파하는 관제센터가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라며, 항상 주의를 기울여 선제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씨는 근무자들에게 자살 시도를 줄일 방안을 묻기도 했다. 한 근무자가 난간을 보강해 자살 시도가 줄어든 한강대교를 언급하며 투신 방지 시설을 모든 다리로 확대 설치할 것을 제안하자, 김 씨는 "현장에서 구조활동에 전념하는 분들이 역시 문제를 가장 잘 아신다"고 답했다.
김 씨는 용강지구대 순찰인력과 함께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도 나서기도 했다. 그는 마포대교 난간 등을 직접 살펴본 뒤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서울중앙지검 수사 상황이나 대검 수심위 권고에 따라 활동 범위를 점점 넓히는 모습이다.
앞서 김 씨는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검이 김 씨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고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하루 뒤인 지난달 23일 서울역 인근 쪽방촌을 방문해 자원봉사를 했다. 이 사실은 행복나눔봉사회가 29일 블로그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지난 2일엔 미국 민주당·공화당 상원의원 부부들을 청와대 상춘재에 초청해 만찬을 같이 하며 자신의 생일을 축하받기도 했다. 이날은 1987년 개헌 이후 대통령이 처음으로 불참해 '반쪽짜리' 국회 개원식이 열렸다며 비난 여론이 쏟아진 시점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씨는 상춘재 만찬 자리에서 공화당 빌 해거티 의원의 배우자에게 꽃다발을 받고 민주당 크리스 쿤스 의원 제안으로 다함께 축하 노래를 불렀다. 김 씨는 "제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만큼 감동적인 생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생일 파티 사진을 공개했다.
김 씨가 대통령 부인인 만큼 외부활동은 가능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7월 20일 김건희 씨는 무장병력이 있는 경호처 부속시설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불러 비공개 특혜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김 씨 쪽과 협의 결과 경호 및 안전상의 이유로 이런 방식으로 조사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대통령실 무장시설 내 비공개 수사에서 공정성을 찾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수사팀은 심지어 휴대전화까지 대통령실에 반납했다. 전례없는 수사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김 씨를 대리하는 최지우 변호사는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휴대전화는 원격으로 폭발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영부인을 대면할 때 반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김 씨 쪽 변호인의 논리라면, 휴대전화 원격 폭발 등 경호상 이유로 검찰청 출석조차 거부했던 대통령 부인이 휴대전화가 사방에 깔려 있는 쪽방촌과 경찰 지구대, 119 수난구조대 등을 방문해 기념 '셀카' 촬영까지 한 것은 이치에 맞는지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김 씨의 공개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지난 2월 설 영상 인사에서 모습을 감췄던 김 씨는 이번 추석 대국민 영상 메시지에선 직접 명절 인사도 전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부부는 설날이나 추석 때 영상을 보면 항상 함께 촬영했다"며 "대통령 부부는 다문화가정 및 소외된 계층과 함께 추석 메시지를 촬영했다"고 전했다. 영상과 메시지는 추석 연휴 직전인 오는 13일 공개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김 씨는 명절마다 한복 차림으로 영상을 찍어 대국민 메시지를 냈으나 올해 설엔 김 씨가 등장하지 않았다. 명품 가방 수수 문제 등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됐다. 대신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직원 합창단과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함께 부르는 영상으로 대체했다.
이번에 김 씨가 다시 추석 영상 메시지에 등장하는 것은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대검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를 권고한 만큼 더 이상 비난여론을 의식하지 않기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김 씨의 무혐의에 동의 못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음에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거의 바닥"이라며 "사실상 안에서 내조만 하고 있는 김 여사 입장에서는 대단히 답답하고 본인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늘려서라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뒷받침을 조금이라도 해보고자 하는 그런 순수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씨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은, 가방을 직접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심위 절차 이후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최 목사에 대한 수심위 일정이 끝난 뒤 김 씨 사건을 최종 처분키로 가닥을 잡았다. 명품가방 등 5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당샂인 최 목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수심위가 판단키로 한 만큼, 그 이전에 결론을 발표하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최 목사에 대한 수심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통상 수심위 일정 조율에 일주일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추석 연휴 뒤 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만약 수심위에서 기소 권고가 나온다면 김 씨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론, 앞선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 등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목사는 지난 10일 서울의소리와 함께 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받겠다"면서도 "내가 기소된다면 결국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기소에도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김 여사 측에 유리하게 진행됐다"며 "원천무효"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