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ㆍ2인 방통위 옹호했던 '이성 잃은' 주류언론들
법원, "방통위 2인체제 위법"…MBC 장악에 제동
조선일보와 아류 매체들, 법원 판결에도 침묵· 왜곡
"2인 체제 적법?"…방송장악을 '방송정상화'로 호도
방통위 파행 본질 안따지고 야당 탄핵만 맹비난
언론자유는 권력비판 위한 것…누구위한 언론인가
법원이 26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김태규 부위원장 2인의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린 것은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과 졸속 임명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문진 이사 교체-사장 교체로 서둘러 MBC를 장악하기 위해 벌인 이진숙 방통위의 위험한 급발진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방통위원장들이 합의제 취지를 무시하고 방통위를 ‘2인 체제’의 파행으로 몰고 간 목적이 공영방송 장악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방송을 장악해 정권의 잘못과 무능을 감추고 한국 사회를 극우세력의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박민 사장이 취임한 KBS의 ‘땡윤뉴스’와 광복절 이승만 다큐영화로 방송장악의 성과를 맛보았다. 눈엣가시같은 MBC 역시 하루라도 빨리 입맛에 맞는 사장으로 갈아치워 KBS처럼 장악하고 싶었을 것이다. 국민의힘과 극우세력은 ‘방송장악’이란 표현이 스스로도 부끄러웠는지 이를 ‘방송정상화’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교묘한 궤변으로 윤 정부의 위법적인 ‘2인 방통위’ 체제와 공영방송 장악을 옹호하고 방통위 파행에 이르게 한 것은 여당과 극우세력만이 아니다. 정권의 언론장악·방송장악을 감시·비판해야 할 일부 주류 언론들도 한 몫를 했다. 같은 언론으로서 정권의 언론파괴를 막는데 더 적극 나서야 할 언론이 이를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더 교묘한 방식으로 정권의 방송장악을 도와준 것이다.
일부 주류 언론들은 윤 정권의 방송장악을 마치 국민의힘 대변인처럼 ‘방송정상화’라고 부르고, 야당의 이진숙 위원장 탄핵을 ‘입법권력 남용’ ‘묻지마 탄핵’으로 몰아갔다. 극우 성향의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비롯해 서울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문화일보 등 조선일보의 아류 신문들은 여전히 윤 정권의 방송장악을 수수방관하거나 아예 적극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심에 눈감고 거꾸로 가는 것은 윤석열 정부만이 아니라 일부 주류 언론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친일극우 매체로 친윤 보도에 가장 앞에 서 있는 조선일보는 그동안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지적하지 않고 거꾸로 ‘거야(巨野)의 탄핵 폭주’라는 프레임으로 오히려 야당의 방통위원장 탄핵만을 일방적으로 비난해 왔다. 최소한의 중립과 공정도 내다버리고 알몸으로 권력에 아부해 온 정치언론 조선일보다운 모습이다.
조선일보 이용수 논설위원은 야당의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당시 사설에서 민주당을 ‘MBC 구사대’라며 민주당 비난에만 열을 올렸다. 행정법원의 MBC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정지 처분에 대해서도 ‘2인 방통위 위법성’을 인정했다는 해석보다는 ‘이로써 문재인의 방문진 체제가 계속된다’라든가 ‘방통위가 싸움터로 변했다’라는 엉뚱한 프레임 씌우기로 본질을 호도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국민일보는 심지어 “법원이 방통위 2인 체제의 적법성을 인정한 적이 있다”는 허위 왜곡기사까지 써가며 ‘방통위 2인 체제’ 옹호에 애를 썼다. 이들 매체가 말하는 ‘적법성을 인정한 적’이란 지난 5월 서울고법이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변경 처분 정지 소송에서 “이 사건 처분은 2명의 재적위원이 참여해 이뤄진 것으로 규정상 의결 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쓰여진 부분을 말한다.
그러나 고법의 결정문을 끝까지 보면 핵심이자 본질은 이와 다르다. 재판부는 “규정상 의결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피고(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에 해당하고, 회의를 요구할 2인 이상의 위원 및 위원장 1인 합계 3인의 재적위원이 최소한 요구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없지 않아 2인 의결로 행해진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위법성이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라고 되어있다. 결정문의 결론에 ‘위법성이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감추고 마치 법원이 적법성을 인정한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이들 ‘조선일보 류(類)’ 매체들은 그동안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해 법원이 몇 차례나 지적한 위법성 경고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귀도 막았다. 고법은 지난해 12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강제해임 효력정지 소송에서 “2명 방통위원 심의·결정에 따라 이뤄져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 방통위의 YTN 대주주 승인 집행정지 소송에서도 “2인체제 방통위가 이를 의결한 것은 절차적 위법성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방통위가 과거 자체적으로 벌인 법률검토에서도 같은 취지의 자문 결과를 받은 적이 있었다. 지난 7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2017년에 3인만으로 구성된 상태에서 회의 소집, 심의, 의결이 가능한지를 외부 법률회사에 문의했는데 2개 법무법인이 “3인 방통위가 주요한 사항들을 의결한다면 5인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방통위원 3인 재적에 2인이 의결하는 것조차 ‘방통위법 취지 훼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는데 ‘2인 체제’의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주류 매체들은 이런 사실에는 관심도 의미도 두지 않고 오로지 ‘거야 입법권 탄핵’이니 ‘탄핵 폭주’를 제목으로 야당 비난 여론 몰이를 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가 MBC 장악을 위해 방심위를 동원해 벌인 기괴한 공작과 법원의 경고에도 ‘조선일보류’의 언론들은 침묵했다. 올들어 방심위는 MBC뉴스의 ‘일기예보 숫자 1’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등 17차레가 넘는 황당무계한 법정제재를 내렸지만 법원은 이 제재 역시 모조리 집행을 정지시켰다. 류희림 방심위가 MBC에 집중적으로 법정제재를 가한 것은 MBC 사장 교체의 빌미를 쌓아놓기 위한 것이었다. 방통위·방심위의 용의주도한 MBC 장악 움직임을 제대로 비판한 언론은 주류 언론 중에 한겨레나 경향 정도 밖에 없다.
최근 동아일보가 윤석열 정권에 대해 종종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윤 정권의 방송장악을 비판하는 데에는 별로 적극적이지는 않다. 동아일보는 28일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 정지…‘2인 방통위’에 대한 근본적 의문” 제하의 사설에서 “이 같은 결과는 방통위를 기형적으로 운영한 정부가 자초한 것...방통위의 모습이 참담하다”라면서도 다른 기사에서는 2인 방통위의 MBC 이사 선임을 ‘방송정상화’라고 표현했다. ‘기형적이고 참담한 방통위’가 하려는 것이 어떻게 ‘방송정상화’라는 말인가?
이밖에 다른 극우 ‘조선일보류’ 매체들도 이진숙 위원장 탄핵과 방송장악 추진에 대해 ‘입법권력 남용’ ‘묻지마 탄핵 공세’(서울신문), ‘이성을 잃은 방통위 무력화 정략’ (문화일보), ‘이성 잃는 야 탄핵 폭주’(세계일보)라며 정권 비판이 아닌 정권 감싸기 보도에 열을 올렸다. 역시 야당의 탄핵을 불러온 원인과 과정은 덮어버리고 단지 결과만으로 야당 비난에 나선 것이다. 권력 감시의 본업은 망각한 채 ‘이성을 잃고’ ‘묻지마 폭주’를 하는 것은 언론 그 자신이다.
방통위원장이 잇따라 탄핵당하고 방통위가 파행을 계속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은 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강행에 있다. 위법적인 ‘2인 방통위’로 인한 파행를 불러온 원인 제공자이자 최종 책임자이며 무한 책임자는 바로 대통령 윤석열이다. 갈등이 벌어지면 이를 조정하고 해결해야하는 최우선 책임도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 백번 양보해 그것이 여야간 정쟁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먼저 풀어야 할 책임은 집권 여당에게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이런 점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닫고 핵심과 본질을 왜곡하며 오로지 극우 기득권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를 위한 언론인지 묻고 싶다.
MBC 이사 임명 효력이 정지됨으로써 윤석열 정권이 용의주도하고도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인 MBC 장악 작전은 당분간 진행이 어렵게 됐다. 방통위가 항고하겠다고 했지만 항고심 결정까지 수개월~1년여 기간이 소요된다고 하고, 임명 무효 본안 소송도 길면 2년 가까이 걸릴 것이다. 국민신뢰도 1위의 MBC는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의 탄압을 계속 받겠지만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는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언론은 방통위 파행과 방송장악 공작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게 책임을 묻고 사과도 요구해야한다. 그러기 전에 주류 언론들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공영방송 KBS가 ‘땡윤뉴스’와 광복절 기미가요를 방송하는 것, 위법한 ‘2인 방통위’가 지나가던 소도 웃을 부실한 절차로 공영방송 이사진을 임명하는 것, MBC가 KBS처럼 정권비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관제방송이 되어도 괜찮다는 것인가?
언론자유는 부당한 권력을 비판하라고 언론인에게 주어진 자유다. 언론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언론인으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부끄럽지 않다면 언론자유를 말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