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간 권익위…"배우자 통하면 추석선물 무제한 가능"

"직무관련 없는 공직자에겐 100만원까지 OK"

권익위 국장 죽음도 있었는데 홍보물 게시 부적절

누리꾼들도 "기가 찬다" "분개한다" 격앙된 반응

전현희 "김건희 명품백 무혐의 정당화하려는 것"

2024-08-23     김성진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카드뉴스. 2024.8.23. 

국민권익위원회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직무 관련 없는 공직자에게 100만 원까지 선물이 가능하며, 배우자를 포함한 공직자인 친족에게는 금액 제한 없이 선물 가능하다는 카드뉴스 홍보물을 제작·배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을 홍보해 법률상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김건희 명품백 무혐의 종결과 권익위 간부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시점에 배우자의 무제한 선물 홍보가 적절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권익위는 지난 21일 '2024년 추석 명절 청탁금지법 바로알기' 카드뉴스를 제작해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배포했다. 8장짜리 카드뉴스에는 △"누구든지 친구, 친구 등 공직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는 명절 선물은 금액 제한 없이 얼마든지 줄 수 있습니다" △"직무와 관련 없는 공직자에게는 100만원까지 선물도 가능합니다" △"공직자인 친족(8촌 이내 혈족, 4촌이내 인척, 배우자)에게는 금액 제한 없이 선물 가능"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해당 카드뉴스가 알려지면서 SNS에선 "믿어지지 않는다"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기가 찬다" "권익위하는 짓거리가 참 비루하다" "누가 장난으로 만든 것 아니냐" 등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청탁금지법은 사문화됐다" "배우자에게 선물하라는 거냐" "이런 카드뉴스를 만든 권익위에 분개한다" 등 격앙된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다.

권익위는 과거에도 청탁금지법과 관련한 혼선을 막기 위해 추석 명절 등을 계기로 카드뉴스 홍보를 했지만, 최근 검찰이 김건희 씨 명품백 사건을 무혐의 결론 내리고, 명품백 사건 처리 등으로 괴로움을 토로하던 권익위 국장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한 홍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권익위는 지난 6월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에 대해 위반 사항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해 공직자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해도 되느냐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왼쪽)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추석명절 청탁금지법 바로 알기' 안내문을 보여주며 뇌물 청탁 등에 활용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안내문에는 "누구든지 친구, 친지 등 공직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는 명절 선물은 금액 제한 없이 얼마든지 줄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2024.8.23.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익위의 카드뉴스 게시물을 공유한 뒤, "기가 찬다. 국민권익위가 보란듯이 추석맞이 부패조장 홍보물을 올렸다"면서 "김건희 여사 면피를 위해 대한민국 공직사회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참 나쁜 정권이다. 이런 게 정승윤 부위원장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냐"고 비판했다.

권익위원장 출신인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을 무력화시키더라도 김건희 씨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 최고위원은 "학교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 잘 교육시켜줘서 고맙다고 학부모가 음료수 한 병 선물해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하고, 스승의날 학교에서 카네이션마저 사라지게 만든 권익위였다"며 "그런 권익위가 배우자에게는 수백만 원 명품백 선물을 마음껏 제공할 수 있다고 면죄부를 공개적으로 주고 있다"고 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제 공직자에게 직접 선물하면 뇌물이나 청탁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지만 배우자에게 우회해서 주면 무제한 허용된다"면서 "권익위가 대놓고 공직자에게 금품을 제공할 수 있는 탈법 수단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끝으로 "권익위 수뇌부가 대통령 부부의 비위를 덮고 억지식 면죄부를 준 불법적 조치가 한 정의롭고 강직한 공직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 아니냐"며 "아무리 윤석열 정권이 입틀막하려고 해도 결국 김국장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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