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제2부속실 설치 추진…대통령실 속셈은?

김건희 특혜 수사 비판 의식한 '시선 돌리기'

특검 반대 논리 세우고 부정 여론에 '물타기'

"지금 국민의 명령은 제2부속 아니라 특검"

2024-07-30     김성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하와이 주지사 부부 등 영접 인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를 보좌할 '제2부속실' 설치에 착수한 가운데, 야권과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2년 넘게 무시했던 제2부속실 설치를 왜 지금에 와서야 추진하는지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김건희 씨의 특혜 조사와 특검에 대한 비난 여론을 돌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30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설치를 확정하고 이른 시일 내에 대통령비서실 직제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2부속실장에는 장순칠 시민사회수석실 시민사회2비서관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비서관은 윤석열 대선 캠프 수석부대변인,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 등을 거쳐 대통령실에 입성한 인물로, 대통령 부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부인의 일정 및 행사 기획, 동선 및 메시지 관리, 수행 등 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조직이다.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함께 국내·외 주요행사, 외교무대 등에서 사실상 공직자로 수행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고, 법률상 지위가 없는 대통령 부인을 공적으로 '관리'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캠페인 당시 갑자기 제2부속실 폐지(영부인 폐지)를 공약했다. 대통령실 규모를 줄여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실질은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으로 파문이 일자 '시선 돌리기'로 내놓은 공약에 불과했다.

결국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제2부속실을 예전처럼 다시 설치하라는 목소리는 터져 나왔다. 김건희 씨 팬클럽에 대통령(VIP) 세부 일정과 대통령 집무실 사진이 유출되는가 하면, 김건희 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무속인' 의혹이 제기된 지인을 대동하는 등 공사 구분을 전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국민 앞에 고개숙였던 김건희 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국정운영뿐 아니라 외교까지 개입하면서, 야권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제2부속실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대통령실은 모르쇠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1.12.26.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이제 와서 갑자기 대통령의 공약을 깨고 제2부속실 설치를 추진하는 데 대해, 보수 성향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 본인이 지난 2월 <KBS> 특별대담에 출연해 "국민 대다수가 원하면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면서, 또한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동훈·나경원·원희룡·윤상현 등 모든 당권주자가 제2부속실 설치나 대통령 부인 공적 관리를 만장일치로 요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김건희 씨를 둘러싼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해석이다.

제2부속실 설치를 언급한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이하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윤 대통령이 이에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대통령실에서는 제2부속실 설치 논의가 나왔다. 정치권에선 '명품백 수수 의혹'과 주가조작 등 비위 의혹에 대한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라며 "양두구육(겉과 속이 다른 경우)도 정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제2부속실 설치 역시 김건희 씨의 주말 비공개 특혜 조사가 논란이 된 뒤에 언급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부인이 기관총, 장갑차로 중무장한 시설에 검사를 불러 휴대전화까지 뺏은 뒤 받은 조사는 이미 결과가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게 정치권이나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혜 조사, 불공정 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제2부속실 설치를 다시 띄운 것은 김건희 씨 수사에 대한 시선 돌리기 차원으로 보인다. 아울러 제2부속실 설치를 통해 특검 반대 논리를 세우고 김건희 씨에 대한 부정여론에 물타기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제2부속실이 제대로 운영될지도 의문이다. <연합뉴스>는 제2부속실과 관련, 기존 부속실에서 김건희 씨를 보좌해온 비선 '배우자팀'을 기반으로 5명 이상 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그간 체계도 없이 운영돼 온 '배우자팀'을 그대로 제2부속실에 적용한다면, 껍데기만 신설일 뿐 내용은 이전과 별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씨의 비위 의혹에서 촉발된 문제인 만큼 대통령 부인에 대한 '공적 통제'를 강조해야 하지만, 대통령실이 이러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27일 MBC 장인수 기자가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300만 원 상당의 디올(Dior) 명품 파우치를 선물 받았다. 김 씨가 받은 쇼핑백에 디올 글자가 보인다. 2023.11.28.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사상 초유 '배달의 검사' 출장 조사 등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끝날지는 불 보듯 뻔하다"며 "이 시점에 허울뿐인 제2부속실을 설치하는 것은, 김 여사를 각종 의혹으로부터 방탄하는 '벙커'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했다. 최 대변인은 "지금 영부인에 얽힌 의혹들을 허울뿐인 제2부속실 설치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에 경고한다"면서 "지금 국민이 명령하는 것은 김건희 여사의 벙커로 전락할 제2부속실 설치가 아니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을 전면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당당히 서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라"며 "윤 대통령이 말한 '국민 대다수가 원한다면 검토'해야 할 것은 제2부속실이 아니라 특검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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