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지자체장도 반대하는 종부세 완화, 민주당은 왜?
부산 5개 구청장 성명 “대안없는 폐지 안돼”
“작년에 이미 교부세 138억 줄어 재정 악화”
“종부세 폐지는 지방 재정 악화로 직결될 것”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충분히 협의할 만하다”
이재명 대표의 인식 변화라는 설명 사실인가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 일부까지 들먹이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들이 모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26일 부산 동·중·서·영도·부산진구로 구성된 원도심 산복도로협의체는 종부세 개편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은 "대안 없는 종부세 폐지는 지방재정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성명에 참여한 지자체장들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종부세는 보유하고 있는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때 부과되므로 수도권에서 주로 걷혀 지방에 부동산 교부세 형태로 배분된다. 따라서 종부세가 줄어들면 연동해서 지자체의 부동산 교부세도 감소하게 된다. 지난해 부동산 교부세가 감소한 전국 기초단체는 부산 중구 4.8%, 경북 울릉군 3.8%, 인천 동구 3.7%, 부산 동구 3.4%, 부산 영도구 3.3% 등으로 나타났다. 감소율 상위 5곳 중에 부산지역 옛도심 3개 기초단체가 포함돼 있다.
원도심 산복도로협의체는 성명서에서 "종부세 개편으로 2022년과 비교해 지난해 이미 부동산 교부세 세입이 평균 2.9%, 138억원가량 줄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줄 세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종부세 폐지 추진은 열악한 지방 재정의 형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합부동산세 폐지는 지방 재정 세수 확충 방안부터 마련한 뒤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종합부동산세 폐지 추진을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책 멘토라고 불리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부세 완화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밝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 기사는 민주당의 종부세 완화론이 이 대표의 인식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 원장을 발언을 직접 인용했다.
이 원장은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이 지난 16일 “종부세는 초고가 1주택과 가액 총합이 매우 큰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부과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비록 “전면 폐지는 안된다”고 전제했지만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를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장만했는데 갑자기 집값이 뛰면서 종부세 대상이 된 분들이 많다”면서 “특히 은퇴하고 연세 드신 분들이 종부세 때문에 고충이 컸다”고 부연했다.
비록 종부세 완화와 직접 연관시켜 한 발언은 아니지만 “올해 초 테러 사건을 겪은 뒤 사고가 유연해져, 세상이 꼭 기득권과 소외계층의 이분법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인터뷰 기사의 제목이 “이재명, 테러 겪은 뒤 중도의 길…종부세 완화론, 그래서 나왔다”로 붙여진 근거로 보인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종부세 개편에 대한 언급이 나와 전문가 그룹은 물론 지지자들에게까지 호된 질책을 받았다. 하지만 그 언급들은 모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들이다. 이번 이 원장의 경우는 아주 다르다. 이재명 대표의 30년 지기이며 대표적인 책사인 그가 자신의 견해가 아니라 이 대표의 인식 변화로 종부세 완화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비판과 호된 질책이 있어 수그러든 줄 알았던 종부세 완화론이 여전히 민주당 안에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아무리 합당한 정책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올해 세수펑크가 1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마당에,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 최고위 정책 참모들이 민생은 내팽개치고 ‘부자감세’에 올인하는 이 마당에 야당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주장이라는 말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사고가 유연해져서 종부세 완화를 말한다면 이를 비판하는 쪽은 경직돼 있어서 그렇다는 말이냐”면서 “이런 걸 두고 망언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