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간첩 조작' 또 다른 검사, 민정수석실에 합류
유우성 기소한 주임검사 한정화, 법률비서관으로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함께 유우성 수사해
대통령실, 사건 연루 전직 검사들 보란 듯이 중용
'검사 탄핵 기각' 헌재에 시민사회 "존재 가치 부정"
촛불행동 "윤석열 탄핵 대비?…'방탄' 책임 물을 것"
민변 "피해자에 또 고통…사법부 참혹한 현실 개탄"
참여연대 "법무부, 안동완 검사 중징계 즉각 나서야"
추미애 "지독한 사법 카르텔…국가 총체적 무너져"
대통령실은 최근 새 법률비서관에 검사 출신인 한정화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를 임명했다. 무슨 이유인지 공식 발표는 아직 안 했는데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상태다.
1970년생인 한정화 비서관은 대구 출신에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수원지검 공안부장,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부부장·수석검사,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등을 지낸 '공안통'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8년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광장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 일해왔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이 부활시킨 민정수석실은 대검찰청 차장 출신인 김주현 수석 산하에 역시 검사 출신인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과 한정화 법률비서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출신인 이동옥 민정비서관 체제로 진용을 완성했다.
그런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검찰 측 주역으로 기존에 익히 알려졌던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으로 교체됨)은 물론, 신임 한정화 법률비서관도 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2013년 2월 검찰이 유우성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할 때 주임검사가 바로 한 비서관이었다. 대통령실이 유우성 씨 간첩몰이에 책임이 있는 전직 검사들을 배척하기는커녕 보란 듯이 잇따라 중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2월 26일 검찰과 국정원은 서울시 공무원이던 유 씨를 간첩으로 몰아 구속기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 라인은 '지검장 최교일–2차장 이금로–공안1부장 이상호–주임검사 한정화'였다. 그러나 2013년 8월 22일 1심 재판부는 유 씨의 간첩 활동을 입증할 만한 유일하고 핵심적인 증거인 동생 유가려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고 객관적인 증거와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 과정에서는 국정원이 1심 재판 때 유우성 씨의 북·중 출입경 기록을 조작한 중국 공문서를 검찰에 증거로 제시했고, 검찰은 이를 사실상 인지하고도 그대로 법정에 제출한 의혹이 불거져 큰 파문이 일었다. 검찰은 결국 위조 공문서 3종의 증거 제출을 철회했다. 2014년 4월 25일 2심 재판부는 "유 씨의 여동생이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사실상 구금된 상태에서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국정원 측의 회유에 넘어가 허위 진술했다"며 역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서울중앙지검장 김수남–1차장 신유철–형사2부장 이두봉–검사 안동완)은 2심 선고 불과 2주 뒤인 2014년 5월 9일, 이번엔 별도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유 씨를 또다시 기소했다. 이미 4년여 전인 2010년에 서울동부지검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유 씨의 대북 송금 관련 사안을 되살려 소위 '별건 수사' '보복 기소'를 한 게 명백해 보였다. 이에 법원은 "검찰이 어떤 의도를 갖고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했다"며 기소 자체를 무효로 판단했다. 한국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검찰의 이런 위법적 권한 남용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처벌을 받은 검사는 없다. 검찰은 유 씨의 간첩 혐의 2심 선고 직전인 2014년 3월 31일, 증거 조작을 한 국정원 요원 등을 구속기소해 재판에 넘겼지만 수사 및 공판의 주축이었던 이시원‧이문성 검사(유 씨는 두 검사를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로 고소했다)는 불기소 처분했다. 두 검사를 포함해 유 씨 사건을 담당한 검사들 모두 국정원 측에 속았을 뿐 문서 조작에 관여한 바가 없으며, 위조 사실을 알고도 법원에 제출했다는 점 역시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후 두 검사는 위조된 서류에 대한 검증 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2014년 5월 1일 각각 정직 1개월의 내부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이렇게 솜방망이 같은 징계가 이뤄지고 8일 뒤에 검찰은 유 씨를 보복 기소했다).
대법원이 2015년 10월 29일 유 씨의 간첩 혐의에 최종 무죄 선고를 한 데 이어, 2021년 10월 14일에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역사적인 '공소권 남용' 확정 판결을 내린 이후에도 검찰의 사과나 반성은 전무했다. 오히려 보복 기소에 가담했던 이두봉 검사는 대전고검장으로 영전했다가 2022년 의원사직했고, 안동완 검사는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에 이어 부산지검 2차장으로 검찰 고위직에 올랐다. 심지어 윤석열 정권 들어 이시원 검사는 공직기강비서관에 기용됐고, 이번에 한정화 검사까지 법률비서관에 발탁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이자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용민 의원은 30일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 방송에 출연해 "유우성 사건에 등장하는 '나쁜 검사'하면 이시원 전 검사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원래 이시원 검사와 한정화 검사 둘이 같이 수사를 했다"며 "그런데 이시원 검사가 잠시 파견을 나가서, 한정화 검사가 공소장을 만들어 기소를 했다. 유우성 사건의 기록상 주역은 한정화"라고 지목했다.
이어 "한정화 검사는 밑에서 수사하다가 공소장만 쓰고 잘 모르는 사람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이 사건의 아주 중요한 참고인인 중국 동포분이 유우성 씨의 행적에 대해서 한정화 검사에게 조사를 받을 때 (유 씨의) 알리바이를 명확하게 진술해줬다. '그날은 북한에 가지 않고 저희랑 있었다'고 명확하게 해줬는데, 그걸 조서에 누락시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저는 그걸 범죄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조작해야 하는 흐름 안에서 알면서 실행했던, 중요한 인물로 보고 있다"며 "물론 재판 진행 과정에서는 다른 데로 발령 나서 재판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에서 기소하는 데까지는 매우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핵심 인물 중의 하나다. 그러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유우성 사건의 핵심 인물을 지금 계속 등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헌정사상 첫 검사 탄핵을 무산시킨 사태를 두고 시민사회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안동완 검사가 유우성 씨에 대해 별건 수사를 통한 공소권 남용으로 보복 기소를 했다는 점이 대법원 판결로 확고하게 인정됐는데도 헌재가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헌재가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며 충격과 개탄을 표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헌재의 보수성이 심화하고 있어 이런 식이라면 향후 예상되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 때도 헌재가 '방탄'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안동완 검사에 대해서는 법무부 차원에서 즉각 징계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근본적으로는 검찰의 권한을 확실하게 분산하고 수사와 기소 조직을 분리시키기 위해 22대 국회가 적극적인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촛불행동은 31일 논평을 내고 "국회의 탄핵소추안은 불법을 저지른 검사가 검사직을 더는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후속 조처였다. 헌재의 기각결정은 이걸 가로막은 것"이라며 "내용적으로는 안동완 검사가 법률을 위반했다는 재판관은 6명이나 있었으나, 결국 위법에 대한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은 취임 이후 자신의 서울 법대 동기를 헌재 소장으로 지명하고, 수구보수 성향인 정형식 판사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으로 낙점했다. 이에 따라 헌재의 기본 구성은 보수 우위"라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진보적인 헌법재판관들도 윤석열 임기 동안 전원 교체될 예정이라 야당 추천 몫을 감안하더라도 헌재의 기본 구도는 윤석열과 친화력을 갖게 된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헌재의 결정이 윤석열 탄핵에 대비하는 조짐이 아닌가라는 의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옹호는커녕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조작해 기소하고 무죄가 되자 보복 기소를 한 검찰을 방탄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헌재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검찰독재정권의 방탄 노릇을 하는 헌재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향후 국회의 윤석열 탄핵소추를 거부할 결심을 하는 헌재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경고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에서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헌법의 가치를 포기한 것이다. 이번 탄핵 사건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공소권을 남용한 현직 검사의 헌법적 책임을 묻는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명백한 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대해 책임을 묻기를 포기한 결정이다. 스스로 법 앞에서의 평등을 부정한 헌법재판소를 엄중히 규탄한다"고 했다.
민변은 검사가 수사나 공소제기에 관한 권한 행사에 있어 독립성을 갖지만, 그 독립성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부여한 것이지 검사를 면책하기 위해 부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가 그 권한을 남용한 경우에는 법치주의와 만인의 평등이라는 헌법의 요청에 따라 그 검사에게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엔 법관과 법률가의 독립에 관한 특별보고관도 2014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공정한 책임을 묻는 것은 법치주의의 기본 요소이고, 법관과 검사를 포함한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 즉, 사법부가 검사의 명백한 권한 남용에 대해 면책을 하는 것은 국제인권 기준과 헌법의 요청에 전면적으로 반한다는 얘기다.
민변은 "안동완 검사의 공소권 남용은 검사의 본질적 업무에 관한 불법 행위인데, 이를 중대한 법률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자의적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법치주의와 만인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몰각하는 위헌적 결정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면서 "더욱이 안동완 검사의 보복 기소로 지금까지 고통을 받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피해자의 존엄과 회복을 수호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피해자의 권리를 재차 침해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통해 검사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 못하는 사법부의 참혹한 현실을 개탄할 수밖에 없다. 형사고발 외에 현직 검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탄핵심판 제도인 상황에서 안동완 검사의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 중대하지 않다며 면죄부를 준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그 존재 의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검찰이 가진 공소권은 피고인으로 지목된 사람의 삶 자체를 파괴하는 권한으로, 남용 그 자체가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거듭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주어진 권한을 남용할 경우 검사도 파면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법 위에 군림하던 검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기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무너졌다"면서 "헌법재판관 6명이 공소권 남용이자 법률 위반에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해당한다고 판단했음에도 최종적으로 파면 결정을 하지 않은 헌법재판소는 검찰 권력에 대한 최후의 통제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참여연대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탄핵소추 기각 결정이 안동완 검사에게 면죄부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탄핵소추 기각으로 안동완은 다시 '검사'로 복귀했지만 헌법재판소는 공소권 남용의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헌재 결정을 근거로 법무부는 징계 조치에 즉각 나서야 한다. 6명의 재판관이 검찰청법 위반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인정한 것으로 중징계 사유로는 충분하다"고 법무부 징계를 촉구했다.
또한 "그동안 검찰이 주어진 권한을 오남용한 것이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비대한 권한에 비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적절히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검찰의 권한을 줄이기 위한 두 차례에 걸친 수사권 조정은 미흡한 수준에 그쳤으며 그나마도 윤석열 정부 들어서 모법(母法)을 넘어서는 소위 '검수원복'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 권한은 유지되거나 되레 확장됐다. 오늘부터 시작된 22대 국회에서는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수사와 기소 조직을 분리시키는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권에서도 헌재의 퇴행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독한 사법 카르텔이다. 무고한 생사람을 간첩으로 조작해 기소했다가 무죄가 되자 검사는 다시 캐비닛을 열어 사법 피해자를 별건으로 보복 기소했다"며 "그런데 이에 대해 대법원이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철퇴를 내렸음에도 헌법재판소는 해당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를 기각했다. 파면해서는 안 된다고 감싸기를 했다"고 통탄했다. 추 의원은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옹호하라고 만들어진 헌법재판소가 거꾸로 망나니 칼춤을 옹호하고 있다"면서 "국가가 총체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