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NSW주 상원의원 "이종섭 보낸 건 무례…교체해야"
캐머런 머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상원의원 주장
수도 캔버라 연방의회 광장서 열린 촛불집회 참석
"한국 정부, 호주 한인 생각해 대사 교체 필요하다"
호주 촛불행동 이 대사 임명 규탄 대회 이어갈 계획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캐머런 머피(Cameron Murphy) 노동당 상원의원이 23일(현지시간)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임명에 대해 "한국이 이 대사를 이곳에 보낸 이번 결정은 호주뿐만 아니라 호주 한인 사회에도 무례한(disrespectful) 것"이라고 말했다.
머피 의원은 이날 오후 호주 캔버라 연방의회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호주 촛불행동 주최 '전국 총집합 시위'에 참가해 "호주와 한국은 매우 길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왔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머피 의원은 "이 대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고, 누구를 호주로 보내기로 결정했는지는 한국 정부의 선택"이라면서도 "그가 이번 호주 대사로 임명됨으로써 매우 중요한 부패 조사(해병대 채상병 순직 수사외압 사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그 선택에 대해 숙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머피 의원은 끝으로 "호주 사회에서 호주 한인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이 대사를 한국에 머물게 하고, 그 자리에 호주와의 관계에 더 도움이 될 사람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머피 의원은 여당인 노동당 소속으로, 수도인 캔버라가 인접한 뉴사우스웨일스주 의회 여당 상원의원이 이 대사에 대해 호주 내 한인들의 입장을 대변해 발언한 것은 의미가 크다. 주호주 한국대사관은 캔버라에 위치해 있으며, 총영사관은 주도인 시드니에 있다.
이날 집회에선 한인들의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이 대사가 부임해 한인들의 자부심이 땅에 떨어졌다며 즉각 해임하고 수사받을 것을 촉구했다.
캔버라에 사는 계명주 씨는 "모국의 자부심이 모래성 위에 쌓아올린 유리성과 같다"며 "이 대사 부임 소식을 한국 뉴스를 통해 알게됐을 때 수치심과 모멸감이 온몸으로 퍼졌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국민과 해외동포를 우롱하고 있다"면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망 사건 진상 규명을 축소없이 조속히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시드니에서 온 박은덕 씨는 "호주에 40년 넘게 거주하는 대한민국 출신으로 지난 수년간 케이(K) 방역, 케이 팝(음악), 케이 무비(영화), 케이 푸드(음식) 등으로 자부심에 차 있었다"며 "그런데 이런 자부심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한국 정부를 향해 "이 대사를 즉각 해임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받게 하고, 우리 해외 동포 특히 호주 동포들을 더 이상 창피하게 만들지 말라"며, 이 대사를 향해서도 "호주로 돌아오지 마라.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정부를 향해서도 "이 대사에게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내줄 때, 그가 범죄 피의자이며 수사 대상자란 사실을 알면서도 내줬다면 옳은 결정이냐"면서 "그 사실을 모르고 내줬다면 이제는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따졌다.
멜번에서 온 최정헌 씨는 "범죄 피의자가 도주 대사로 온 작금의 사탤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냐"며 "나라가 망해가는 상황, 국격이 땅에 떨어지다 못해 공중으로 산화되어 버린 작금의 사태를 맞이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 씨는 "왜 이렇게 호주 동포를 창피하게 하느냐"며 "이종섭은 호주대사를 그만두고 공수처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호주대사 웬말이냐" "수사외압 기소하라"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한인 청년도 목소리를 보탰다. 캔버라 호주 국립대학교(ANU) 학생회 출신인 브랜드 리는 "호주 한인의 일원으로서 이번 결정에 깊은 실망과 실망감을 느낀다"며 "할머니와 할아버지로부터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배웠지만, 이번 결정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외교 관계에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며 "그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지하지 않거나 이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의 임명을 거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호주 촛불행동은 성명에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에 대해 심각한 모욕을 느끼며 이는 윤석열 정부의 해외 동포에 대한 무시와 국제적 망신이라고 간주한다"며 △이종섭 대사 임명 철회 △신속한 수사 등을 촉구했다.
호주 촛불행동은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이 대사 임명 규탄 집회를 계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다.
시드니 촛불행동은 오는 24일 오후 4시 시드니 웨스트 라이드 콜스 앞 광장에서 ‘7차 윤석열 퇴진 시드니 촛불대회’를 연다. 멜번 촛불행동은 30일 멜번 주립 도사관 앞에서 이종섭 대사 규탄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