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뭘 잘못했냐”…아직도 정신 못차린 국힘

이종섭 귀국 이후 프레임 전환에 골몰하는 국힘

귀국만 했을 뿐인데, 한동훈 “다 해결됐다”

공수처장 임명도 막으면서 "수사하라" 다그쳐

외교부 "회의 급조 아니다" 한동훈 "외교결례 무릅써"

얼마나 급했으면…손발도 못 맞추는 여당·정부

2024-03-22     김성진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3.21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종섭 대사가) 뭘 잘못했다고 항의를 하나요?”

21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도피성 출국’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 이혜훈 서울 중성동을 후보가 한 말이다.

이 후보는 전날 채널A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일시 귀국한 이 대사에게 ‘즉각 수사 받으라’고 항의한 데 대해 이같이 말하면서 “(민주당이) 그런 쇼들을 너무 잘하는데, 쇼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내에서 제기되는 이 대사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답답하다고 생각이 되는 게, 너무 그렇게 막 저쪽(민주당)에서 몰아가면 우리가 같이 덩달아서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오히려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민주당이 악의적인 프레임을 거는 것에 대해서 준엄하게 꾸짖고, 국민들이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도록 절대 도주가 될 수가 없는 일을 이렇게 악의적으로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진상을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 최근 이 대사의 ‘도피성 출국’ 이후 서울 지지율이 15% 떨어지며 위기론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도 “제가 시장, 골목만 돌면서 계속 하루 종일 명함만 뿌리는 사람인데, 어디 거리에 나가서도 이종섭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호주 대사는 24시간 공개된 공석에 있는 분이다. 재외 공관장이 어디를 숨냐”며 “16만 명이나 되는 호주 재외국민들에게 노출되어 있고 하루 종일 행사를 해야 하는 분인데 어떻게 도피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억지 프레임을 씌울 때, 저희가 초동 대응을 좀 더 강경하게 했었어야 되지 않나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며 “언론도 분별을 좀 해주면 좋겠다. 어떻게 도주 대사라는 이름을 붙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혜훈 서울 중구성동을 후보. 2024.3.22.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종섭 귀국 후 프레임 전환하는 국힘

문제 본질은 바뀐 게 없는데…

한동훈 “문제 다 해결됐다”

이 후보의 발언은 개인 입장에서 한 발언이지만, 이 대사 귀국 이후 당내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며 바짝 엎드렸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이 대사 귀국 보도가 나오자 “오늘 다 해결됐다”면서, 마치 이 대사가 귀국하면 사태가 끝난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채 상병 죽음에 대한 진실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가 완료되지 않았다. 채 상병의 죽음을 밝히던 수사단장에 대한 수사 외압 문제와 관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역시 이제 시작 단계다.

특히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군 사병의 죽음을 둘러싸고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핵심 피의자를 출국 금지까지 풀어 호주 대사로 내보낸 것이지만, 이 대사는 여전히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고 수사는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다 해결됐다”고 발언하는 것은 유가족에 대한 모욕이자 국민 기만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한 위원장은 이 대사가 귀국했으니 국민의힘과 관련이 없다며, 연일 공수처를 향해 수사를 빨리 매듭지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대사 귀국을 자신들이 이끌었으니 수사를 빠르게 하지 못하면 공수처와 야당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한 위원장은 전날(21일) 오후 대구 달서구을 윤재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최근에 얘기되고 있던 이종섭 대사가 귀국했다”며 “이제 답은 공수처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지 정부와 우리 국민의힘이 해야 될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말로 문제가 있었으면 (공수처가) 빨리 조사하고 끝내야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이건 공수처와 민주당이 총선 앞두고 정치질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22일에도 경기 안성시에서 유세 뒤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 안성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 직전에 이렇게 정치적 사안을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하게 언론 플레이하는 건 선거 개입이고 정치질”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21일 대구 달서구 윤재옥 대구 달서구을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찾아 손가락 2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4.3.21. 연합뉴스

그러나 21년 수사 경력을 가진 한 위원장이 할 발언으론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이 대사 ‘도피성 출국’으로 악화된 여론을 공수처와 야당으로 돌리려는 프레임 전환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해병대 박정훈 대령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은 지난해 8월 제기됐지만, 공수처는 지난 1월에 와서야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물 분석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마치지 않았다.

게다가 공수처장까지 공석인 상태에서 수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도 어려운 여건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처장 후보 2명을 추천했지만 최종 후보를 지명하지 않아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의 공수처장 임명 지연과 관련,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권 관련 수사를 표류시킬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음에도 역으로 수사를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수처도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공수처 수사팀은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기획 입국 의혹까지 받고 있는 이 대사의 귀국 일정에 맞춰 수사를 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여당이 수사 방향을 정해주고 공수처의 수사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또다른 형태의 외압이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이제 답은 공수처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지 정부와 우리 국민의힘이 해야 될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 대사만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문제에 연루된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수사 외압으로 공수처에 고발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충남 천안시갑)과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경북 영주·영양·봉화)을 국회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했다. 국민의힘이 이 문제에서 무관하다고 하기 어렵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2일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2. 연합뉴스 

손발도 못 맞추는 당정

외교부는 급조한 귀국 아니라는데

한동훈 “외교 결례 무릅쓰고 귀국하게 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사의 귀국과 관련해 “우리는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 현직 (호주) 대사를 귀국하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 발언을 그대로 해석하면 상대국에 대한 외교 결례에도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사를 긴급 귀국시킨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입장과도 정면 배치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전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이 대사의 귀국이 급조됐다는 의혹에 대해 “4월 재외공관장 전체회의를 계획하면서 주요 방산 대상국 공관장들을 따로 모여 심도 있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모이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 귀국하게 했다”는 한 위원장과 “계획하면서 판단해서 모았다”는 조 장관 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 확인은 어렵지만, 이 대사 귀국을 두고 당정이 일치된 메시지도 내놓지 못할 만큼 긴급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시당초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하지 않고 출국금지를 풀지 않았으면 벌어지지 않을 ‘외교결례’를 마치 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한 것인 양 발언한 것도 일반 국민의 상식과는 멀어 보인다.

또한 한 위원장은 “저는 검사 오래 했지만 이렇게 중요한 선거 앞두고 이렇게 시끄럽게 언론 플레이하고 직접 입장까지 내는 수사기관을 본 적이 없다”면서 공수처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의 친정인 검찰은 총선을 앞두고 ‘6명 밥값 10만 원 제공’ 혐의로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를 기소했고,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인 정상진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회장을 영화 ‘그대가 조국’ 배급 문제로 수사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공수처에 대해서만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수사기관에 대한 공정한 판단으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뒤 이동하며 겨레하나 회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2023.1.12. 연합뉴스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국힘

“해외 도피는 야당의 억지 프레임

이 후보나 한 위원장의 발언과 달리 국민의힘 당 일각에선 여전히 이 대사의 자진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당내 격전지 후보들은 “이 대사는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경남 양산을 김태호 후보)” “이 대사가 거취 문제를 고민한다면 스스로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경기 분당갑 안철수 후보)”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이는 대신 이 대사 문제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위원장도 이러한 기조에 맞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만큼 이 대사 자진사퇴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국민의힘 당내에선 한 위원장의 발언에 맞춰 공수처와 야당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오고 있다.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전날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특명전권대사가 ‘형사 피의자가 외국으로 도피했다’는 야당의 억지 프레임을 벗어버리기 위해 임지를 떠나 귀국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 대사가 귀국했으니 공수처는 신속하게 필요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지금 공수처는 수사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야당의 어거지 주장에 편승해서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도 전날 논평에서 “공수처 고발 후 7개월여를 끌어놓고서도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저 공수처의 무능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일 뿐”이라고 공수처를 비판했다.

박 단장은 이날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에서) 공수처 수사를 받으라는 소리는 없었다. 혹시 아직 아무것도 준비 안 된 공수처 때문은 아니냐”며 “진정으로 진실을 원하는 것이라면 공수처가 신속히 조사를 진행하고 끝내면 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누가 잘못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하루빨리 적극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해서 국민들이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게 하는 게 공수처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2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의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해찬, 이재명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상임공동선대위원장. 2024.3.21. 연합뉴스

몰아치는 야당, 정권심판론에 바람

“쌍특검 1국조 총선 전 처리”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총선 전 ‘쌍특검·1국조’ 카드를 꺼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채 상병 사건 국정조사와 특검뿐 아니라 이 대사 특검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사로 시작한 정권 심판론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이종섭 대사는 국기문란 사건의 핵심 피의자”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이 대사를 해임하고 출국금지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사가 행사 때문에 귀국한 것처럼, 마치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처럼 포장하려 하지만 본질은 여전히 대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이종섭 도주 사태라는 중대 사건에 대해 의혹을 명확하게 밝히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 상병 사건에 대한 특검뿐만 아니라 이종섭 특검도 시작해야 한다”며 “채 상병 국정조사, 채 상병 특검, 이종섭 특검 등 ‘쌍특검·1국조’ 처리를 국민의힘에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총선 전 본회의에 의원 전원이 참석해 ‘쌍특검 1국조’를 처리하겠다”며 “국민의힘이 손톱만큼이라도 국민을 존중하고 진심을 가지고 있다면 쌍특검 1국조에 대해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종섭 특검을 우리가 발의했지만, 패스트트랙에 지정된다고 해도 (회기 내)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며 “4월 3일이면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되는 채 상병 특검을 수정해 그 내용까지 포함하는 방식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 진행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국정조사도 하겠다”며 “국정조사를 위한 국회법상 모든 절차를 마친 상라고 했다. 그는 다만 “국정조사 계획서 처리를 위해서는 국회의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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