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자화자찬·동문서답 판 깔아준 관훈토론회

자기 피알 구구절절, 불리한 질문은 회피형 답변

김건희 명품백? "저열한 몰카공작…경호에 문제"

대통령 당무개입? "지금 이후가 중요하다고 생각"

김경율 사천 사당화? "한달만에 그렇다면 정치의 신"

'이재용·양승태 무죄' 부실수사? "법관한테 물어보라"

2024-02-07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정치 입문 과정부터 4·10총선 목표까지 길게 언급했지만,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식의 구체성 없는 일반론만 펼쳤다. 또 카운터 파트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사감을 반영한듯 여과없이 비난하고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청산' 등 평소하던 말을 반복하며 정치 언어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대신 한 위원장은 자신의 법무부 장관 시절 업적에 대해선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가방 수수 문제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김경률 비대위원 사천 등 불리한 문제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했다. 자신이 수사를 맡았던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등이 무죄 선고를 받아 '부실 수사'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단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우탁 관훈클럽 총무의 사회로, 이제교 문화일보 정치부장, 김승련 동아일보 논설위원, 남혁상 국민일보 정치사회담당 부국장, 황준범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김경태 MBC 저널리즘책무실 국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에선 김건희 씨 명품가방 수수나 대통령 당무개입 논란 등 국민들의 관심사 큰 주제가 다뤄졌지만, 치열한 토론이나 공방은 없었다. 오히려 한 위원장의 일방 주장만 난무했고 자화자찬판을 깔아준 듯한 모습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2.7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또 개딸 전체주의 반복…정치언어 부재

구체적 비전 없이 자기 PR만 구구절절

한 위원장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오늘 토론에 앞서서 어떤 마음으로 정치 길에 나섰는지 그리고, 목련이 피는 4월 10일까지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이재명 대표 민주당이 4월 총선에서 이겨서 '개딸 전체주의'와 '운동권 특권 세력'의 의회독재를 강화하는 것이, 이 나라 동료시민을 정말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대위원장을 수락하면서 제가 비대위원장을 하는 것이 그걸 막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만을 기준으로 결정했다"며 비대위원장 취임 시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지금 민주당보다 더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이고 더 실용적일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 더 진보적이라 생각한다. 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책임과 반응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것이고 이미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약속하면 반드시 실천하고 허황된 말로 국민 현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사례나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동료시민' 일상 속 격차를 해소하는데 집중할 것이고, 국민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교통·안전·치안·건강·경제·의료 등 우리 사회 깊숙이 존재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하고 줄이는데 집중할 것"이라면서 일반론만 반복해서 읊었다. "전통적으로 우리가 패배 의식에 있었던 지역에 대해서 파이팅 있게 싸울 것"이라는 식의 약속만 반복했다.

대신 한 위원장은 "개별 이슈(문제)마다 어느 쪽에서든 선명하고 유연한 정답을 찾으려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끄는 우리 국민의힘은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예시로 자신이 법무부 장관 때 했던 일을 자기 피알(PR)처럼 긴 분량으로 읊었다. 자신의 정치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인혁당 사건' 국가배상에 대한 소위 '빚고문' 문제를 해결한 것은, 우리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였다. 국가배상 받은 사람이 판례 변경으로 받은 돈보다 더 큰 이자를 나라에 토해내야 하는 억울한 사안이었다. 지난 민주당 정부는 거칠게 말해서 자기 편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지기 싫고 귀찮아서 그 불합리를 방치했다. 저는 그건 명백히 억울함이 있는 사안이고, 국민의 억울함을 해결해주는 데 진영 논리가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취임 직후 그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 민주당 정부는 그러다가 배임 책임을 질 수도 있다라는 이유로 인혁당 관련자에 대한 '빚고문'을 방치했지만, 저는 국민의 억울함을 해결하는 데 그게 죄가 된다면 장관인 제가 처벌받겠다는 말로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군 복무 중 순직한 고(故) 홍정기 일병 사망 사건에서 가족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해주기 위한 국가배상법 개정 역시 같은 기준이었다. 국민의 억울함을 해결하는 데는 내편네편 정치적 유불리가 낄 자리 없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 하면서, 제 정책들을 보시면 저는 좌우를 가리지 않았고 그냥 국민의 어려움과 현안만 보고 했었다. 저는 국민을 좀 더 잘 보호하기 위해서 '제시카법'(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을 주장했고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추려고 주장했고, 다양한 정책들을 폈다고 생각한다. 정책은 저는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정책들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기 위해 제주 4·3 문제를 언급하면서는 공산주의자와 연관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 공산주의자가 관련된 부분이라는 정의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과정에서 억울한 분이 생겼다는 것도 공감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난 민주당 정부에서 안 했던 제주 4·3 직권재심까지도 저희가 하겠다고 하고 실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가 열리고 있다. 2024.2.7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소심한 한동훈? 불리한 질문은 회피

본인도 추대됐으면서 만장일치 비판?

한 위원장은 토론에서 "저는 사실 이런 스피치나 기자 답변을 할 때 준비를 별로 안 한다. 안 하는 이유는 그냥 제가 생각하는 것을 '가감없이' 말하는 게 크게 국민들이 보시기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점을 제가 한 1~2년 동안에 알았고, 그게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았다"면서도, 정부·여당이나 본인에게 불리한 현안은 회피하거나 단답으로 일관했다.

한 위원장은 남혁상 국민일보 정치사회담당 부국장의 김건희 씨 명품가방 수수 관련 질의에 대해 "기본적으론 굉장히 저열한 몰카 공작이 맞다"며 "그렇지만 경호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 전후 과정에서 국민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앞으로 제2부속실 설치라든가 특별감찰관 임명 등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본질인 뇌물수수에 대해선 언급조차 안 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들이 걱정할 부분을 좀 구체적으로 언급해달라'는 남 부국장의 추가 요청에도 "국민들께서 아시면서 생각하시는 그대로다. 저는 국민 눈높이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그 부분을 제가 지적한 것이라고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이제교 문화일보 정치부장이 '검사 한동훈이라면 김건희 명품 수수 가방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겠는가, 몰카가 증거능력이 없으니 불기소 처분했겠는가'라고 묻자 "사안을 다 모르는 상황에서 제가 일도양단(一刀兩斷, 칼로 한 번 휘둘러 둘로 나누듯 분명히 행정하거나 결정함)을 말하는 것이 괜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김승련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 질의에도 "특검은 명백한 총선용 악법"이라는 기존의 주장만 반복했다. 오히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이) 재의 요구하는 것 자체에서 머리 굴리는 걸 보세요"라며 "어떻게 하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만 움직이고 있지 않냐, 그런 문제를 감안하면 이 특검은 총선용 악법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과의 갈등 문제와 관련해서도 김 논설위원이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고 물었지만, 한 위원장은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대통령실과의 소통은 다양한 방법으로 충실히 진행되고 있고 결국 우리의 목표는 민생을 살리고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답변을 피했다.

황준범 한겨레신문 정치부장이 '대통령이 당무개입을 한 것 아니냐'고 다시 질문했지만,  한 위원장은 또다시 "일도양단으로 말씀드릴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의 소통이 충분히 잘 되고 있고, 할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동문서답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2.7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본인이 기용해서 '사당화' '사천' 논란까지 일으킨 김경율 비대위원과 관련된 질문(남혁상 국민일보 정치사회담당 부국장)에선 "정치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 한 달도 안 돼서 집권 여당을 사당화할 수 있다면 저는 그분 찾아서 모셔오고 싶다. 정치의 신 아니냐. 그런 문제는 사실 나올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논점을 피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후광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여당 대표로 추대돼 당권을 장악했음에도, 필요에 따라 정치 신인이라는 식으로 문제를 빠져나가는 것은 공당 대표로서 책임감 부재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이같은 '사당화' '사천' 논란에도 자신의 공천 원칙과 관련된 질문(이제교 문화일보 정치부장)을 받고 "클리셰(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로 얘기하자면 깨끗한 공천,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는 공천, 이기는 공천"이라고 강조하며 "저는 공천을 하기에는 가장 적합하고 준비돼 있는 대표다. 저는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자화자찬했다.

또 그는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해 '의회 독재'라고 비난하면서도 국민의힘 공천과 관련해선 "권력의 실세, 의회 권력 핵심이 이길 수 있고 우리 당 선거에 도움이 되는 분이라면, 그분들이 불출마하겠다고 하면 집에 가서 말릴 것"이라며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였다.

모순적인 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 위원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한 데 대한 질문(이제교 문화일보 정치부장)엔 "코미디"라면서 "얼마 전에 북한에서도 99점 몇 프로(%) 나왔던데요, 그런데 (민주당에선) 100프로 나온단 말이에요. 여기가 북한인가요?"라고 비아냥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 본인도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가기구 수장으로 치켜세울 때 사용하는 방식인 '추대 방식'으로 비대위원장이 됐다.

선거제와 관련해서도, 거대 양당 중 하나이자 원내 제2당인 국민의힘을 "소수당"이라고 표현하면서, 국민들의 다양한 표심을 반영해 소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하는 데 유리한 연동제를 왜곡했다.

그는 "선거 제도가 복잡해지는 방향이 민주주의냐" "병립형으로 해야하는 입장이 한 번도 변한 적이 없고 지금도 그렇다"면서 과거의 선거 방식으로 회귀하자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또한 이전 국회 합의는 무시한 채 "꼭 숫자대로 퍼센트(%)여야 하는 필연적 논리가 있냐"고 따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2.7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사실관계 자체를 틀리기도 했다. '검사 독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남상혁 국민일보 정치사회담당 부국장)엔 "만약 검사 독재가 있다면 이재명 대표는 지금 감옥에 있을 것"이라며 "검사 독재란 말 자체는 검사를 사칭한 분이 이런 말씀하시는 게 좀 코미디 같기는 하다"고 했다. 검사를 사칭한 것은 이 대표가 아니라 KBS 피디였지만,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자신이 수사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 '부실수사' 비판이 제기된 것과 관련, 김경태 MBC 저널리즘책무실 국장이 '도대체 수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질문하자, 으레하는 태도와 말투로 "재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시는 게 좀 맞을 것 같다"고 비아냥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 사안이 굉장히 큰 사안이었고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은 사안이었다는 것은 제가 인정한다"면서 "아직 1심 단계이기 때문에 제가 한 번 잘 지켜보겠다, 이 정도로 말씀드리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김 국장이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나 압수수색이 문제가 많아 인정할 수가 없다고 해서 사실상 수사상에 하자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지적하자, 한 위원장은 MBC 측 패널을 한겨레 신문으로 착각한 듯 "한겨레에서 굉장히 응원하는 보도를 당시 해주셨던 걸 기억한다"고 받아치며 "법적인 판단에 대한 기준이나 근거는 굉장히 법리적인 문제다. 추후 잘 지켜보시면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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