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 꼭 필요한 공약' 노란봉투법 재추진 1순위
직장갑질119 설문 결과, 대통령의 거부권에 반감 표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도 "찬성" 답변이 "유예" 압도
연합뉴스 여론조사, "현행대로" 55%, "유예해야" 36%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대기업과 부자들 편향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정책에 대해 직장인 등 시민들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이 강력하게 유예를 주장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에 대해 절반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무산된 '노란봉투법'의 재추진이 직장인에게 필요한 총선 공약 1위에 올랐다.
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달 22∼29일 이 단체 소속 노무사, 변호사 등 노동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24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공약 10개' 투표를 진행한 결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 재추진이 1위를 차지했다. 직장갑질119는 최근 1년 동안 들어온 제보를 분석해 공약 23개를 선정했으며, 노무사와 변호사 189명 중 109명이 투표에 참여해 올해 총선에서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공약을 인당 최대 5개씩 선택했다.
가장 많은 72명(66.1%)의 선택을 받아 1위에 오른 공약은 '노란봉투법 재추진'이었다.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12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입법이 무산됐다.
노동 전문가들이 꼽은 2위 공약은 '5인 미만·특수고용 등 모든 노동자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63명·57.8%)이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 연차휴가, 휴업 및 가산수당, 해고제한 등을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지 않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직장갑질119는 이런 사각지대로 인해 노동조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고용노동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 근로기준법 5인 미만 확대 적용 정책안을 쏟아냈지만, 지금까지도 별다른 진척이 없다고비판했다.
이밖에 꼽힌 공약으로는 ▲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 금지 ▲ ABC테스트(노동자를 사업자로 보기 위한 검증 요건) 도입 및 근로자성 판단 시 사용자 입증책임 ▲ 연장근로 상한 주 12시간에서 주 8시간으로 단축 및 일 연장근로시간 상한 설정 ▲ 5인 미만, 특수고용 해고제한 조항 적용 ▲ 체불임금 지연이자제 도입 ▲ 모든 일하는 사람 고용보험 가입 ▲ 포괄임금계약 전면 금지 ▲ 대표적 노조의 초기업교섭 제도화, 협약효력 확장제도 도입 등이 있다.
윤 대통령이 강력하게 유예를 요청해 온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 대해서도 유예하지 말고 현행대로 시행하자는 응답이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과 관련, '노동자의 안전 강화를 위해 현행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55%로 집계됐다. 반면 '중소기업·영세 상공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답변은 36%에 지나지 않았고, 모름·무응답은 9%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를 향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현장의 영세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현행대로 확대 적용에 찬성하는 응답이 유예하자는 응답보다 1.5배나 많았다. 확대 적용에 찬성하는 의견은 18∼29세(65%)와 40대(65%), 광주·전라 지역(62%), 더불어민주당 지지층(70%) 등에서 다수였다.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응답은 60대(48%)와 70세 이상(45%), 대구·경북(43%)에서 많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유예' 응답 비율(55%)이 '현행대로 시행'(37%)보다 우세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업체인 메트릭스가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