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주민들 주검 위에 세울 '더 위대한 유대인 국가'

[가자 전쟁 ②] 네타냐후 극우 정권 '악마의 계획'

'지상의 신' 미국 반대에도 가자 재점령 추진

"2차 팔 주민 내쫓기, 가스·원유 주권 관련일 것"

목표 위해 전쟁·살육도 서슴지 않는 확신범들

"이스라엘, 군국·신자유주의적 유대 전제정치로"

2024-01-05     이유 에디터

인간 살육 그 자체를 즐기는 '전쟁광'일까?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극우 유대교 광신자 각료들을 두고 드는 궁금증이다. 10‧7 하마스 공격을 당한 후 군사 역량을 총동원해 90일째 가자 지구에 무차별 보복 공격을 퍼부어 약 2만 명을 학살했고, 경건하면서도 즐거워야 할 성탄절도 새해 벽두에도 무자비한 폭격과 지상 작전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 절대다수의 비판도 압박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민간인 여부를 가리기는커녕 민간인이어서 도리어 공격한다고 여겨질 정도다. 그들은 '하늘의 신'인 야훼(유대 종족의 신)와 '지상의 신'인 미국이 유대 민족을 '선택'했다면 뭔 짓을 해도 된다고 여기는 게 아닌가 싶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5일 가자 북부에서 군 지휘관과 병사들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2023. 12. 25 [AP=연합뉴스]

목표 위해 전쟁·살육도 서슴지 않는 확신범들

'지상의 신' 미국 반대에도 가자 재점령 추진

지난 세월의 행적을 보면, 그것보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인간 살육도 서슴지 않는 확신범 쪽에 가까운 듯하다. 그럼 이들의 '목표'는 무엇이길래 이런 만행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당장의 목표는 가자 주민 220만 명을 외부로 강제 이주시키고 가자를 재점령하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작년 10월 13일 작성된 이스라엘 정보부의 전시계획서 초안에서 확인됐다. 이스라엘 총리실이 '개념문서'일 뿐이라고 격하한 이 문건은 "하마스 타도"와 "전투 지역 바깥으로 주민 소개"를 두 축으로 삼고 가자 주민 전체를 이집트의 시나이반도로 강제 이주시킬 것을 권고했다. 이집트가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을 보면 그리로 한발씩 더 다가가고 있다. 이른바 제2의 나크바(대재앙)를 저지르겠다는 것이다. 나크바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75만 명을 강제로 내쫓은 '종족 청소'(ethnic cleansing)를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들어 거듭 '전후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점령에 반대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네타냐후 정권은 재점령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2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극우 유대 광신자인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은 작년 12월 31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끝나면 유대인 정착민이 가자지구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다른 국가에 재정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젠 '지상의 신'인 미국의 경고도 무시하고 '하늘의 신'인 야훼의 목소리만 듣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아랍연합군에 승리하면서 요르단강 서안(요르단), 골란고원(시리아)과 함께 가자(이집트)를 점령했으나, 1993년 오슬로협약에 따라 유대인 정착촌들과 가자 대부분을 팔레스타인당국(PA)에 넘기고 2005년까지 정착촌 철수를 마쳤다.

 

가자 중부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더미들. 2023 01. 03 [AFP=연합뉴스]

가자 살육·종족 청소 부추기는 '악마의 계획'

'더 위대한 유대 국가' 실현의 핵심은 '가자'

네타냐후 정권이 가자 재점령과 '종족 청소'에 해당하는 주민 강제 추방에 목매는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아니,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실현해야 할 나름 원대한 '악마의 계획'이 있다.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하마스의 제거는 이 계획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작은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야훼'의 뜻에 따라 요르단강부터 지중해에 이르는 '더 위대한 유대 국가'(a Greater Jewish State)의 건설이다. 서안지구에 무력을 사용해가면서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괴롭혀 쫓아내는 것도 이 구상의 일환이다. '종족 청소'란 개념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92년 공식으로 "한 종족이나 종교 그룹이 폭력적이고 테러를 부추기는 수단을 통해 다른 종족이나 종교 그룹을 지리상 특정한 지역에서 제거하려는 의도적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뭣보다 지금의 이스라엘을 '더 위대한 유대 국가'로 도약시키려면 경제적 번영이 필수적이다. 이스라엘이 유전과 가스전 등 풍족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중동 지역의 국제물류 중심이 되고자 하는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가자의 근해와 서안의 지하에 거대한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지가, 그리고 동지중해의 레반트 분지에도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 매장지가 있다는 점이다. '레반트'는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를 뜻하는 말이다. 이스라엘은 이 두 지역의 방대한 유전‧가스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은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관문인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에 맞서는 '대안 수로' 계획도 2021년 4월 발표했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의 이름을 딴 이른바 '벤구리온 운하' 건설 계획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중해 연안의 가자 지구 내에 '벤구리온 항'을 만들어 '벤구리온 운하'와 이을 계획도 비밀리에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구리온 운하와 항구는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9월 10일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발표했던 이스라엘을 통과하는 '인도-중동-유럽 회랑 프로젝트'(IMEC)의 핵심 고리로 관측된다. IMEC는 중국과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까지 해로와 육로로 연결하는 중국의 일대일로(BRI)에 대항하는 거대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다. 보다시피, 이런 모든 이스라엘 구상의 교집합이 바로 '가자 지구'이다. 미국의 반대에도 네타냐후 정권이 가자 재점령과 통치 의지를 꺾지 않는 데는 '더 위대한 유대 국가'를 건설하는 데 꼭 필요한 가자를 아예 먹겠다는 '흑심'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가자와 요르단 지구에서 빨간 점이 가스전, 푸른 점이 유전. 노란 삼각형은 레반트 분지. [글로벌 리서치]

"2차 팔 주민 내쫓기, 가스·원유 주권 관련일 것"

이스라엘, 2008년 가자전쟁 때 가스전 확보 실패

이와 관련해 국제경제컨설팅 업체 디퍼런스그룹의 단 슈타인보크 설립자는 '무엇이 가자-이스라엘 재앙을 초래했나'란 월드파이낸셜리뷰 기고문(2023년 12월 19일 자)에서 하마스가 기습 공격한 "10월 7일쯤에 네타냐후 정권과 대규모 운하 프로젝트, 풍족한 에너지 매장지를 보유한 '더 위대한 유대 이스라엘'이란 거창한 계획 사이에 남은 유일한 문제는 '가자'였다"고 지적했다. 슈타인보크는 "궁극적으로, 수십 년의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에 깊게 뿌리내린 인구구성 재편 문제는 이제 경제적, 에너지 확보 열망과 결합해 있다"고 지적했다. 제1차 나크바를 비롯해 수십 년간은 이스라엘이 유대인이 다수를 점하는 유대 국가를 건설하고자 팔레스타인인을 가자와 서안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땅에서 내쫓았다면, 가자에 유전이 발견된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의 가자주민 내쫒기는 그런 목적에 경제적 목적까지 더해졌다는 얘기다.

가자 해저의 천연가스 매장지는 1990년대 말에 확인됐다. 2개 가스정에 1.4조 입방피트의 가스가 묻혀 있고 전체 매장량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슈타인보크에 따르면, 당시 팔레스타인당국(PA)은 브리티시가스(BG)와 개발 계약을 맺었다. BG는 개발과 관련 시설 가동에 필요한 재원을 대고 그 대신에 수입의 90%를 받기로 했다. PA는 수입 중 10%에다가 자체 필요를 충당할 정도의 가스를 받기로 했다. 가스 산업을 지닌 이집트는 육상 허브이자 가스 수송지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도 몫을 요구했다. 1999년 가자 연안 수역에 이스라엘 해군을 배치하고 둘 간의 거래를 방해했다. 가스를 시장가격보다 싸게 요구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수입 전체를 통제하겠다고 나섰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1일 공개한 병사들의 가자지구 작전 수행 모습. 2023. 01. 01 [AFP=연합뉴스]

2006년 하마스의 가자 선거 승리 이후 당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끼어들었다. 원 계약의 틀은 유지하면서 일부를 바꿨다. 가스를 이집트가 아니라, 이스라엘로 전달하고 대금은 우선 미 뉴욕연방은행에 보낸 뒤 나중에 배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테러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구실로 댔을 것으로 슈타인보크는 봤다. 하마스 정부가 이런 블레어의 제안을 거부하자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가자 봉쇄를 단행했다. 슈타인보크는 "이 두 가지 구실이 오슬로협약과 팔레스타인 예산의 자율성을 죽였고, 미래 전쟁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고 썼다. 2008~09년 팔레스타인인 1400명을 학살해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이스라엘군의 캐스트 리드 작전(일명 가자전쟁)과 관련해 슈타인보크는 "그 작전은 가자를 황폐하게 만들었지만, 가스전을 이스라엘의 통제권에 넣는데 실패했다"고 적었다. 그러던 중 2010년 동지중해 '레반트 분지'에서 대규모 천연가스 매장지가 발견되자 이스라엘은 이 곳의 대부분이 자국 영해 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지만, 레바논과 시리아, 키프로스, 팔레스타인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2010년 미국 지질학 조사에 따르면, 122조 입방피트의 가스와 17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 2023년 달러로 환산하면, 그 가치는 5570억 달러와 870억 달러. 총 6440억 달러(약 844조 원) 규모다.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사법 정비' 입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이스라엘 우파 연정이 지난 3월 중단했던 사법 정비 입법을 최근 다시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저항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2023.07.09.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 군국·신자유주의적 유대 전제정치로"

이런 맥락에서 슈타인보크는 네타냐후가 하마스의 공격 계획을 1년도 더 전부터 알고 있었고 10월 7일 직전에도 수많은 동향 보고가 있었지만 이를 의도적이든 아니든 방치한 것도 '가자 점령'이란 목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봤다. 그는 앞으로 이스라엘이 '군국주의화하고 신자유주의적인 유대 전제정치'를 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슈타인보크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1차 나크바는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 과정에서 자행된 종족 축출의 결과였지만, 2차 나크바는 국제 사회가 허용할 경우 가스와 원유 주권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면서 국제 사회가 또다시 이스라엘의 나크바 자행을 허용한다면 "우리 인류는 더는 같은 상태에 있지 못할 것이고,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일이 팔레스타인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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