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3호공약 ‘경로당 점심’…국힘 ‘노인 폄훼’ 논란
이재명 “원하는 사람은 주5일 점심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
이개호 “경로당 점심 제공 대전은 90% 이상, 대구는 1%”
민주, 노인복지법 신속히 개정해 전국 경로당 점심 제공 추진
국힘 비대위원 민경우 “노인 빨리 돌아가셔야” 발언 논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경로당 주5일 점심’ 공약을 내걸고 노인 계층 공략 강화에 나섰다. 내년 총선에서 2030 유권자보다 60대 이상 노년층 유권자 숫자가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적 포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의힘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민경우 씨가 “노인네들 빨리 돌아가셔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이 이 공약을 통해 열세 계층인 노인층 공략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이재명 대표와 김영호 서울시당 위원장, 김민석 의원, 이개호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구립 큰숲 경로당을 방문해 ‘경로당 주5일 점심’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은 배식 봉사를 한 뒤 경로당에 있는 노인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경로당이라고 하는 좋은 공간이 있어서 외로움도 함께 해소하고 교육도 받고 건강 관리도 하고, 먹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지방정부와 함께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면서 “최소 주 5일 정도는 원하는 사람 누구나 경로당에서 점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하지 않는 건 각자의 선택이지만, 원하는데 식사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애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수치스러운 통계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면서 “사실 우리 대한민국의 국력, 경제 수준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만큼 부족한 것은 아니다. 결국 국가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점차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면서 “(어르신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가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누구나 노인이 되는 것이고 지금 노인 세대들은 젊은 시절에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 왔던 정말 공로가 큰 세대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사회’ 정책을 설파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기본적인 최저선이 없이 심각한 상황에 빠졌을 때 그 사람만 선택해 골라서 지원해 주는 복지 개념이었다”면서 “앞으로는 국민 삶에 대한 기본적 수준을 정해두고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나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탈락자를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탈락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경로당 6만 8000개 가운데 급식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42%에 불과하다. 급식지원은 지방이양사업으로 운영비는 지방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재정 여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 편차가 크다. 서울에서는 성북구가 주6일 지원하는 반면 영등포구는 주2~3일 수준이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현재 부식비와 인건비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정한 비율을 지원해야 한다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많이 발의돼 있다”면서 “민주당이 노인복지법을 신속하게 개정해 전국의 모든 경로당이 주5일 점심을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지금까지 지원한 냉난방비와 쌀값 외에도 부식비와 부식 담당 인건비를 2분의 1 이상 부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면서 “우선 민주당 소속 지자체부터 솔선수범하고 각 지방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대전·충북의 경로당은 90% 이상 주 5일 급식을 하고 있지만 대구는 1%밖에 안 되는 등 지역 간 격차가 심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공약 실현을 위해 약 1487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노인 세대가 품격 있는 삶을 사는 나라, 선진 국가로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민주당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 등 노인과 가족들의 삶을 지키고 편안한 노후를 위한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경로당 주5일 점심제공’은 민주당 총선 3호 공약이다. 1호 공약은 노부모 간병 부담이 큰 4050 세대를 위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였으며 2호 공약은 3040 학부모를 겨냥한 ‘온 동네 초등돌봄’ 정책이었다.
한편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민경우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지난 10월 17일 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인간과 인간은 토론을 통해서는 (협의가) 잘 안 된다”면서 “지금 가장 최대의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빨리 돌아가셔라”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민 비대위원은 “젊은 세대의 사회적 역할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로 이미 그 방송에서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며 ‘죄송하다’는 사과 취지를 즉시 밝혔다”면서 “어르신들을 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신중치 못한 표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