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 나아졌다고?…교부금‧코로나 지원 줄인 탓

관리재정수지 52.2조 적자 전달보다 18.4조 개선

총수입 '부자 감세'로 10월까지 45.2조 줄었지만

쓸 곳 안 쓰니 총지출은 77.8조나 훨씬 크게 감소

작년 공공부문 부채 사상 처음 GDP의 70% 넘어

에너지값 상승에 한전 등 공기업 부채 역대급 증가

2023-12-14     유상규 에디터
기획재정부가 14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2023년 12월호 표지 일부.

올해 10월 현재 실질적인 나라 살림의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일부 개선됐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부자 감세'로 인해 총수입의 큰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방교부세 감소와 코로나 지원 축소 등으로 총지출이 더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한 지난해 정부와 비금융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전력 부채 급증의 영향으로 비금융공기업 부채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과 비율로 상승했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12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국가채무는 5조 9000억 원 증가한 1105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한 달 만에 다시 본예산 전망치(1101조 7000억 원)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정부의 총수입은 492조 5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조 2000억 원 줄었다.

국세 수입이 305조 2000억원으로 50조 4000억원 감소했다. 소득세(-14조 6000억 원)와 법인세(-23조 7000억원), 부가가치세(-5조 4000억 원) 등을 중심으로 수입이 줄었다. 앞뒤 가리지 않은 '부자 감세'의 영향이다.

세외수입은 한국은행의 잉여금 감소 등에 따라 2조 7000억 원 줄어든 22조 6000억 원이었다. 기금수입은 보험료 수입 증가 등에 힘입어 8조 원 늘어난 164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 및 국세 수입 추이.

10월까지 정부의 총지출은 502조 9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7조 8000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수입 감소액보다 32조 6000억 원이나 지출이 더 줄어든 셈이다. 코로나19 대응 사업의 축소, 지방교부세·교부금 감소 등으로 예산 지출이 28조 2000억 원 줄었기 때문이다.

기금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 종료 등으로 지출이 39조 2000억 원 감소했다.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0월 말 기준 10조 4000억 원 적자였다. 정부가 버는 돈보다 쓴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 달 새 적자 규모가 20조 7000억 원 줄었다. 수입보다 지출을 더 줄인 결과다.

 

재정수지 동향 (2023년 잠정) 자료 = 기획재정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2조 2000억원 적자였다.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규모도 역시 한 달 전보다 18조 4000억 원 줄면서 정부가 예상한 연간 전망치(58조 2000억 원 적자)를 하회했다.

정부는 부가가치세 수입이 들어오면서 관리재정수지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부가세 수입은 10월에 추가로 19조 3000억 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수지 개선의 더 큰 몫은 지출의 감소였다.

정부는 향후 국고채 발행과 상환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중앙정부 채무가 정부 전망치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1∼11월 국고채 발행량은 161조 7000억 원으로 연간 총발행 한도(167조 8000억 원)의 96.4%로 집계됐다.

이날 기재부가 발표한 '2022회계연도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부채는 1588조 7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61조 4000억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73.5%로 처음으로 70% 선을 넘었다.

 

공공부문 부채 추이 (2018~2022년)

공공부문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11년 54.2%에서 2014년 61.3%까지 높아진 뒤 2018년 56.8%로 내려가는 등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9년(58.9%)부터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한 해 동안 4.9%p 상승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큰 상승 폭이다. 상승 폭이 가장 높았던 것은 2020년으로 코로나19 등으로 지출이 많아 7.2%p가 올랐다.

부문별로는 비금융공기업의 부채가 517조 4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77조 7000억 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는 21.1%에서 23.9%로 2.8%p 높아졌다. 증가액과 증가율 상승이 모두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비금융공기업 가운데 한국전력 및 발전자회사의 부채가 연료값 상승의 영향으로 부족자금 조달을 위한 차입금 및 공사채 발행 증가 등으로 46조 2000억 원이 늘어났다.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한국가스공사의 부채도 17조 1000억 원 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정책사업 확대 등으로 6조 5000억 원 늘었다.

일반정부 부채는 1157조 2000억 원으로 90조 9000억 원 늘었다. 국고채가 84조 3000억 원 늘어나는 등 중앙정부의 회계·기금에서 부채가 늘어난 것이 주 원인이다.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GDP 대비 53.5%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비율이 2.2%p 높아졌다.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2019년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비기축통화국의 부채비율 평균치(53.1%)를 지난해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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