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파산 막자”…민주당 총선 1호공약 ‘간병비 급여화’

이재명 “한 사람이 여럿 간병하면 사회적 비용 절감”

이개호 “건보법·의료법 개정으로 건강보험 적용”

정부가 전액 삭감한 시범사업 예산 80억으로 증액

국힘도 긍정반응 “윤 정부 국정과제…환영할 만한 얘기”

2023-11-30     박승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구로구 더세인트요양병원에서 열린 간병비 급여화 정책 현장간담회 시작 전 병원을 둘러보고 있다. 2023.11.28.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1호 공약으로 ‘간병비 급여화’를 내놨다. 국민의 과도한 간병비 부담을 덜고 사회적 효율성을 추구하자는 취지다. 국민의힘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여야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8일 오후 이개호 정책위의장, 신현영·신동근·윤건영·고영인 의원 등과 함께 서울 구로구 더세인트 요양병원을 찾아 간병 실태에 대해 현장을 점검하고 간담회를 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간병비는 지난 5월 기준으로 1년 새 11.4%포인트 증가했다. 하루 기준 13만~15만 원이며,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경우 한 달 450만~500만 원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간병비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간병·치매보험 가입자만 하더라도 약 799만 명에 이른다. 국민들이 늘어나는 간병비 부담을 민간 보험을 통해 일부 완화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간담회에서 “개인이 간병인을 구하면 전속이 되고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서 500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면서 “제도로 편입하면 한 사람이 몇 사람을 동시에 간병하고 사회적 비용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내 간병 수요가 생기면 온 가족이 경제적, 심리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면서 “오죽하면 간병 파산이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우선 요양병원부터 간병비를 급여화해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간병 수요가 발생해서 어려움을 겪더라도 국가가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간병인 1인이 여러 명을 돌보도록 해 비용을 낮추고 간병 서비스의 효율을 높여 공공부문이 맡도록 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구로구 더세인트요양병원에서 열린 간병비 급여화 정책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28. [국회사진기자단]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간병비가) 집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월평균 450만 원, 그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웬만한 고액연봉자가 아니고서는 한 명도 케어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간병비 부담이 더 높아지고 있다”면서 “간병비 표준계약서가 정립돼 있지 않아 각자 개별, 사적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어 간병비 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건강보험법, 의료법 개정을 통해 간병비의 건강보험 적용을 반드시 실현해 나가도록 하겠다”면서 “당장 내년 예산에 80억 원의 10개 소 시범 사업비를 먼저 확보해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로드맵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간병비 시범사업’ 관련 예산 16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 예산을 80억 원으로 증액해 의결했다. 민주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정부와 여당을 설득해 시범사업 예산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26조에 간병비 지급 규정이 있어 실질적으로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국가가 사실 결단만 하면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간병비 급여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45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28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간병비 문제는 아주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을 정도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리 당에서도 대책을 강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28일 간병비 급여화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우리 당의 공약이기도 해서 우리로서는 매우 환영할 얘기”라면서 “다만 간병비의 급여화 등은 막대한 예산을 수반하는 문제이므로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미 간병비 급여화에 대해 용역을 맡겼고 오는 12월 결과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유 정책위의장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당과 정부가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재 더세인트 요양병원장은 “간병비 벽에 막혀서 조금 더 치료가 필요하고, 의사와 간호사, 간병인의 손길이 필요한데도 무리해서 집에 가는 분들도 있고 다른 시설로 옮기는 분들도 있다”면서 “간병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에 있는 환자가 요양병원으로 갈 수 없어 계속 버티게 되면서 대학병원에 병실 지체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요양병원이 치료비도 훨씬 적게 드는데 간병비를 조금만 보전해 주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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