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은 미국 대선 “지금대로면 트럼프가 이길 것”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여론조사 토대로 예측

애리조나 등 6개 경합주 중 5개주에서 4%p 앞서

경제도 ‘트럼프가 더 잘 할 것’ 59%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

2023-11-08     한승동 에디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 휴정 시간에 법정을 나서며 입에 지퍼를 채우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산가치 조작 의혹 관련 민사 재판에서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 일부 개입했다고 시인했다. 2023.11.07. AP 연합뉴스

만약 내일 미국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면 도널드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내년의 미국 대통령선거(2024년 11월 첫 번째 주 화요일)를 1년 앞둔 7일 <이코노미스트>에 이런 기사가 떴다.

조지아 등 6개 경합주 여론조사

지난 주말에 <뉴욕 타임스>가 시에나 칼리지와 함께 대통령선거 결과를 좌우할 6개 경합 주(swing states)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쓴 이 기사는,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선동하며 지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트럼프가 다음 선거에 또 나설 경우 당선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민주당원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클럽 47'에서 유세하는 가운데, 한 지지자가 트럼프의 얼굴 사진과 '절대로 굴복하지 않아'라는 글귀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가슴의 MAGA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구호. 클럽 47은 트럼프가 내년 11월 5일 치러질 대선 유세를 위해 만든 회사다. 2023.10.12. EPA 연합뉴스

5개 주에서 트럼프 4%포인트 앞서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의 등록 유권자들 중에서 트럼프가 4% 포인트 차이로 바이든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위스콘신에서만 바이든이 2% 포인트로 앞섰다. 게다가 이들 주에서 마이너리티(소수자)들의 여론도 바이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스패닉 유권자의 42%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유권자의 22%가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지난 수십 년 간 민주당이 이 지역에서 의존해 온 소수자 지지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기사는 지적했다.

경제도 ‘트럼프가 더 잘 할 것’ 59%

또 경제도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더 잘 다룰 것으로 믿는다는 유권자들이 59% 대 37%로 더 많았다. 이민 문제도 53% 대 41%로 트럼프가 더 잘 대처할 것이라고 했고, 심지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조차 50% 대 39%로 트럼프가 더 잘 처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유고브(YouGov)에 의뢰해 실시한 바이드노믹스(바이든 경제정책) 관련 여론조사도 미국인의 55%가 경제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왔다. 공화당 쪽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바이드노믹스는 완전 실패”라고 선전하고 있다. 공화당은 휘발유, 식료품, 주택 등의 가격 폭등을 바이든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인플레 때문에 미국인들의 실질임금은 바이든이 취임한 2021년 1월 이후 약 1.4% 줄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의 한 농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선거 유세에서 "미국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며 그들은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3.11.02. AP 연합뉴스

민주당원 포함 10명 중 7명 “비이든 너무 늙었다”

늘 빠지지 않는 나이 문제도 고령의 바이든에게 불리하다. 민주당원 대다수를 포함해서 유권자 10명 중 7명이 바이든이 유능한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생각했다. 곧 81세(1942년 11월 생)가 되는 바이든의 고령화에 따른 외모 변화와 어눌해진 말은 시간이 갈수록 마이너스 요인이 더 커질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바이든보다는 낫지만 전반적으로 이미지 개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조사 결과가 너무 불길하다고 여겨선지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도운 민주당 정치 전략가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바이든이 사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제안했다.

여론조사 믿을 수 있나?

그러나 이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변덕스러운 샘플링의 오류나 유권자들이 점점 응답하기를 꺼리는 바람에 조사 표본 구성조차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 등을 들어 여론은 언제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며 너무 신경쓸 것 없다는 지적들이 민주당 쪽에는 당연히 많다. 특히 주요 변수가 되는 히스패닉과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같은 소수자들의 속내는 더 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크리스토퍼 웨지언이나 윌 제닝스 같은 정치학자들이 수십 개 나라의 선거 연구를 통해서 확인한 것처럼, 선거 1년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가 최종 결과를 예측하는데는 별 쓸모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1 대 1 대면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들이 나와 위의 여론조사가 유별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 개시 전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와 관련, "(이스라엘군이 아닌)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3.10.19. AP 연합뉴스

문제는 바이든이 잘못한 게 아니라 트럼프가 너무 강한 것

문제는 바이든 쪽이 치명적인 결함이 있거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본선 경쟁상대가 될 것이 가장 유력한 후보, 즉 트럼프 쪽이 예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데 있다고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지적한다.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도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기사는,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잘하는 선거비용 모금도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팀 역시 잘 하고 있지만, 선거자금 조달에 유능한 것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는 전혀 확실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대통령 재직시의 지지율 변동을 보더라도 상황은 바이든에 전혀 유리하지 않다. 데이터 저널리즘 기관인 FiveThirtyEight(538)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의 순 지지율은 집권 초기에 비해 16% 포인트나 내려갔다. 이는 트럼프가 대통령 재직시 지금의 임기 시점 때 기록한 지지율과 거의 같고, 오바마의 그것에 비해서는 5% 포인트 낮은 것이다.

 

2024 미국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데리의 뉴잉글랜드 스포츠센터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연설하고 있다. 뉴햄프셔주 대통령 선거인단 수는 전체 538명 중 4명에 불과하지만, 이곳 프라이머리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함께 경선의 향배를 가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2023.10.24. AFP 연합뉴스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

예컨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대처에 민주당의 바이든이 공화당의 트럼프보다 훨씬 더 잘 대처하고 있다고 미국인 다수는 생각하지만 선거 때는 그런 정도로는 이길 수 없다고 기사는 지적한다. 바이든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백인, 비백인 모두 공화당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유권자들 마음을 되돌려 놓아야 하고, 정부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에 짜증을 내는 진보주의자들의 열정을 북돋아 제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여기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트럼프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내년 대선에 그가 공화당 최종 대표 후보로 결정되는 것 자체가 과연 어떤 효과를 불러 올 것인가. 91가지 죄목에 4가지 범죄혐의로 기소된 트럼프가 내년 봄 이후 서게 될 법정에서 그 특유의 어투로 판사들을 질책하려 들 그의 언행이 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어쩌면 그런 트럼프쪽 요인들이 바이든에게 표가 쏠릴지 말지를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건대, 이대로 가다가는 트럼프가 될 것 같은데, 변수들이 많으므로 확정적으로 얘기할 순 없다, 아직은 모르겠다는 얘기다. 여기엔 트럼프가 이기면 큰일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는 질책 내지 경고까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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