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패배 깻잎 한 장 차이, '대장동'이 결정타

[대장동 잔혹극의 전말] ⑦대선의 모든 것이 되다

대선 후보 5차례 TV토론 주제는 ‘대장동, 대장동…’

조선일보, 대선 막판까지 ‘이재명 책임’ 조사 내보내

갤럽 “대선서 이재명 뽑지 않은 이유 3위가 대장동”

1위는 ‘신뢰성 부족·거짓말’, 2위도 ‘도덕성 부족’

“믿을 수 없다” 이미지 형성에 대장동이 결정적 역할

2023-11-06     민병선 20대 대선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장동의 끝은 어디일까? 20대 대선 기간 중 제기된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의 낙선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토건 비리와 싸웠던 이재명은 거꾸로 토건 비리의 원흉으로 몰렸다. 대선이 끝났지만 대장동의 잔혹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재명에게 대장동은 시지프스의 끝나지 않는 고통의 바위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 잔혹극이 어떻게 만들어져 전개됐는지 밝히는 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2년 3월 10일 민주당사에서 낙선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국정 감사장에서 이재명이 대장동에 대해서 적극 해명했지만 유권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집 없는 유권자들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와중에 수 천 억의 수익을 업자들이 가져간 대장동 사업에 박탈감을 느끼며 분노했다. 특히 청년층의 분노가 컸다. 이런 원망과 분노는 이재명으로 향했다. 2021년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 박영수, 곽상도 등 ‘50억 클럽’의 이름이 공개됐지만 대중은 대장동을 이재명의 책임으로 봤다. 이런 흐름은 대선이 본격화한 2021년 말부터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9일까지 이어졌다.

5차례 걸쳐 실시된 대선 TV토론에서 대장동은 핵심 이슈였다.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을 공격하는 무기로 대장동을 적극 활용했다. 언론에서 대장동 의혹의 주범으로 이재명을 지목하고 있는 마당에 윤석열은 이재명을 공격하기만 하면 됐다.

2022년 2월 3일 열린 1차 토론이 시작되자 대장동을 들고 나왔다. 윤석열은 이재명에게 책임이 있다며 “3억 5000만 원 투자한 사람에게 배당받을 수 있는 최상한선인 캡(한계)을 씌우지 않고 이렇게 설계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이재명은 “저축은행 대출 비리는 왜 봐줬을까. 우연히 우연히 우연히 김만배의 누나는 왜 아버지의 집을 샀을까? 내가 입만 벙끗하면 윤석열 후보는 죽는다, 이런 말을 왜 할까?”라고 맞섰다. 이재명은 대장동의 책임이 윤석열에게 있다고 강조했지만, 그동안 언론 보도를 보면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에게 책임이 있다는 게 상식이었다. 이재명 입장에서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2022.2.21 [공동취재] 연합뉴스

1차 토론이 끝난 뒤 나온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면 토론에서 대장동이 얼마나 뜨거운 이슈였는지 알 수 있다. 기사 제목은 <토론 시작부터 대장동, 또 대장동 그리고 대장동>이다.

20대 대통령선거를 34일 앞둔 2월 3일, 지상파 방송3사 초청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토론으로 맞붙었다. 가장 큰 민생 현안인 부동산으로 시작됐지만, 네 후보는 지난해부터 정국을 달군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가장 먼저 발언권을 얻은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 정권의 반시장적인 부동산정책으로 인해서 주택가격이 수직상승했고 젊은층이 ‘영끌’ 매수를 해왔다”며 “거기다 LH사태, 대장동게이트 이런 권력과 유착된 부정부패들이 우리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미래세대에 좌절감을 줬다”고 짚었다.

이재명 후보는 “우선 국민의힘이 방해하고 저지했더라도 100% 공공개발을 못해 국민들께 실망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정말로 어렵다”며 “지금 말씀하신 것은 저번에 제가 일부러 국정감사를 자처해서 이틀 동안 정말 탈탈 털다시피해서 검증하고, 언론에서도 다 검증하고 검찰 수사까지 했는데 이런 얘기를 다시 하며 시간 낭비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민생과 경제를 얘기하면 좋겠다”고 끊었다.(중략)

이재명 : “저는 이익 본 일이 없다. 윤 후보님은 부친 집을 관련자들이 사주지 않았나.”

윤석열 : “사주다니요.”

이재명 : “오히려 윤 후보님이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중략)

2, 3, 4차 토론에서도 대장동 개발이익 진상 규명, 박영수 딸의 특혜 분양과 11억 입금,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김만배 남욱 정영학 녹취록 등이 거론됐다.

대장동 설전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5차 토론이었다. 이재명은 대장동과 관련해 김만배 누나의 윤석열 부친 집 매입,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개발업자 관련 불법대출 부실수사를 거론하며 윤 후보를 압박했다. 이재명은 “대선이 끝나도 특검을 하자. 특검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대통령에 당선돼도 책임지자”라며 “동의하느냐”라고 5번이나 윤 후보에게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이거 보세요”라며 “지금까지 다수당으로서 수사를 회피하고, 대선이 국민학교 반장 선거인가. 정확히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검찰이) 덮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윤 후보가 대장동 특검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토론이었다.

하지만 5차 토론 한 번으로 유권자들은 이재명에게 대장동 책임이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는 없었다. 조선일보는 대선 막판까지 집요하게 ‘이재명 대장동 책임론’을 물고 늘어졌다. 조선일보는 2022년 2월 26일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대장동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45.0%였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27.2%에 그쳤다. ‘보수’라고 답한 이들 중 73.7%가 이재명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고, 12.8%는 윤 후보였다. 중도라고 답한 이들은 ‘41.2% 대 28.9%’로 이재명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진보는 ‘25.2% 대 45.2%’였다.

국민일보는 대선 투표를 불과 6일 앞둔 3월 3일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결과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에 대해 응답자의 45.0%가 ‘이재명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했다. ‘윤 후보의 책임이 더 크다’고 응답한 비율은 22.7%였다. ‘두 후보 모두의 책임’이라고 답한 비율은 24.7%였다. 국민일보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기간인 3일 직전 대선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했다”고 했지만 대장동 책임론을 거론하며 이재명에게 불리한 기사를 낸 것이었다.

 

2022년 2월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20대 대선후보 토론회를 TV로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깻잎 한 장 차이에 '대장동 결정타'

이재명은 대선에서 패했다. 48.56% 대 47.83%로 0.73%p 차이였다. 깻잎 한 장 차이라고 했지만 한 장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 컸다. 이재명은 낙선과 함께 범죄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재명을 찍은 유권자들은 어떤 대선 결과보다도 좌절했다.

갤럽은 대선 투표일 이틀 뒤인 3월 11일 사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결과를 보면 깻잎 차이를 만드는 데 대장동 의혹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재명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그 이유로 첫 번째 ‘신뢰성 부족·거짓말’(19%), 두 번째 ‘도덕성 부족’(11%), 3번째 ‘대장동 사건’(6%)을 꼽았다. 대장동 의혹 제기가 없었다면 이재명이 당선됐을 것이라는 결과다. ‘신뢰성과 도덕성 부족’이란 응답도 언론이 대장동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보도하자 생겨난 부정적 이미지일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이 대장동 연루설을 적극 부인하자 유권자들은 그가 거짓말을 하는 믿을 수 없는 후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재명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뭔가 있지 않겠느냐’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의심이 유권자에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경험 부족’(18%), ‘무능무지’(13%), ‘검찰 권력·검찰 공화국’(6%) 등을 거론했다. 반면 윤석열 투표자는 그 이유로 ‘정권 교체’(39%)를 가장 많이 거론했다. 그 다음으로 ‘상대 후보가 싫어서·그보다 나아서’(17%), ‘신뢰감’(15%), ‘공정·정의’(13%) 등을 꼽았다. 정권 교체 여론이 그만큼 높았다고 볼 수 있다.

- 8편 ‘잔혹극의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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