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단풍처럼 떠나간 이여! 잊지 않고 함께 하리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국기도회
“높은 자리에서 자기 안전만 생각하는 자 …가슴에 손을 얹으라”
희생자 159명 이름 한 명씩 부르는 것으로 미사 시작
유가족 “윤 대통령, 희생된 청년을 불의의 사고로 왜곡”
이태원 참사 시민 추모대회 추진위원에 시민 2만 명 참여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미사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우리의 분노가 쉽게 시들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가 하루 지난 30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추모 미사에서 사제단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의 분노는 쉽게 시들지 않아야 한다”면서 “애도를 기도로, 분노를 창조적 실천으로 들어 올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애도”라고 밝혔다.
사제단은 “세월호에서, 이태원에서 우리는 매번 이 모양이어야 하는가”라면서 “국가권력은 태생이 야만의 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1년이 지나도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없었다”면서 “대통령은 지금도 그날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며 딴전을 부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제단은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해놓고 저 높은 자리에 올라 자신의 생명과 안전만 생각하는 자들에게 말한다”면서 “먼저 가슴에 손을 얹으라”라고 밝혔다.
시국기도회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씩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송년홍 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작년 이맘때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했다”면서 “영정 사진도 위패도 없이 분향소를 설치하라고, 조문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식이 죽어서 울고 있는 부모에게, 형제·자매가 죽어서 울고 있는 가족에게, 친구가 죽어서 울고 있는 친구에게 울지 말라고, 조용히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지르고 겁을 주고 모이지 못하게 했다”라면서 “우리끼리 위로하고 미안하다고 손잡아 주고 진실 규명을 위해 서로가 노력하자”라고 말했다.
김영식 사제단 대표신부는 강론을 통해 “우리는 결코 지지 않을 것이고 끝내 이길 것”이라면서 “저 무정하고 비정하며 무식한 폭정의 무리에게 무릎을 꿇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명단 공개를 범법이라고 하고 언론과 정치계가 패륜으로 몰고 갔다”면서 “하지만 하나님의 아들, 딸들의 영혼을 아버지께 맡겨드리고, 유가족을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하는 일은 사제가 당연히 해야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또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과정을 짚어낸 2부작 다큐멘터리 크러시가 공개됐다”면서 “한국은 잦은 시위로 인해 대규모 군중을 다루는데 매우 잘 준비되고 경험도 많은 나라인데 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예외였는지 물어야 한다고 제작진이 밝혔다”라고 말했다. 이어 “참사가 벌어진 우리나라에서는 예고편조차 볼 수 없다”면서 “드러나서는 안 될 진상이 드러나고 책임자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 정권과 국민의힘은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와 역사에 대한 범죄 행위로 주권자들을 모독하는 일을 당장 멈춰야 한다”면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팽개치고 선택적 수사와 기소로 막강한 검찰 권력을 남용하는 검찰, 법으로 밥을 사고파는 법장사들의 놀음을 당장 멈추도록 탄핵의 그날을 앞당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뻔뻔한 국가지도자가 자신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면서 법치주의를 강요한다”면서 “우리는 늘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이웃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어지면서 고난의 강을 건너며 무도한 폭정을 숱하게 이겨왔듯이 검찰 독재 윤석열 정권을 탄핵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작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때 미사를 집전하던 때가 생각난다”면서 “그때 미사 바로 옆에서 캐롤송을 틀면서 방해하던 악마들을 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흔들리지 않고 미사를 집전해 주신 신부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에게도 지난 1년은 힘겨운 과정이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이 정부는 이태원 참사가 잊히도록 하기위해 끝없이 외면하고 무시해왔다”면서 “유가족들이 지쳐서 모두 흩어질 때까지 끝없는 압박을 가해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추모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청했는데 윤 대통령에게 꼭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159명의 젊은 청춘이 희생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야속하게도 대통령은 이 자리에 오지 않고 초등학교 때 다니던 교회에서 추모사를 했다고 들었다”면서 “교인들도 아닌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앞에 놓고 추도사를 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된 젊은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이야기했다고 들었다”면서 “대통령은 불의의 사고라고 왜곡하고 모든 탓을 희생자들 본인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우리는 결코 불의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끝까지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원인을 찾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위 김덕진 대외협력위원장은 “국민의힘 정부의 힘이 빠져가고 있고 애써 외면하려 했던 국민의 열망에 굴복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앞서가신 신부, 수녀, 자매, 형제의 길을 함께 걸어가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시민 추진위원 모집 인원이 2만 명에 육박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김규철 시인은 추모시를 통해 “10월의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떠나간 영령들이시어! 그날의 진실을 끝내 밝혀내리라. 잊지 않고 함께하리라. 안녕”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 시국기도회는 6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 주교좌 성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송년홍 사제단 비대위원장은 “신부님들에게 연락해서 꼭 모시고 나와달라”면서 “다음 주에 많이 오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