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탕탕전', 우리가 그날을 똑똑히 되새김하는 이유

1979년 김재규의 '탕탕!'으로 유신독재 종말

1920년 홍범도 장군의 '청산리 대첩' 승전일

1909년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쓰러뜨린 날

1597년 '명량해전'에서 왜선 330척 전멸시켜

15명 작가의 20여 작품…30일까지 광주 전시

2023-10-24     이승호 에디터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의 심장을 향해 권총을 쐈다. 영구집권을 획책했던 독재자가 마침내 쓰러졌다. 그날의 총성은 ‘유신의 종말’을 알리는 조종(弔鐘) 소리였다.

김재규는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아무런 야심도, 어떠한 욕심도 없었다”는 법정 최후진술을 남기고 이듬해 5월 24일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1920년 10월 26일,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대한독립군과 김좌진 장군이 이끄는 북로군정서가 일본군을 이겨 6일만에 대승을 거둔 날이다. 바로 만주에서 승리를 거둔 ‘청산리 대첩’이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이토 히로부미가 쓰러지자 안중근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태극기를 펼쳐 올리며 에스페란토어로 “코레아 우라!”를 3번 외쳤다. “대한 독립만세!”라는 뜻이었다. 안중근은 거사 이듬해인 1910년 3월 26일 일제에 의해 교수형을 당했다.

1597년 10월 26일, 이순신 장군은 함선 13척을 지휘하며 명량에서 일본 함선 330여 척을 전멸시킬 정도로 격퇴시켰다.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명량해전’이다.

20세기와 16세기에 있었던 ‘10월 26일’을 기념하는 미술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광주 예술의거리 BHC갤러리에서 열리는 ‘10·26 탕탕전’이다. 김규표·김두성·김서경·김운성·김화순·류기정·박성완·위종만·이사범·이상호·이성웅·전정호·전혜옥·조아진·조현 등 15명 작가들의 20여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회를 후원한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김순흥 지부장은 작가와 관람객들에게 ‘격문’을 보내왔다. 그는 ‘격문’을 통해 “명량의 승병들은 살생계를 몰라서 왜군을 베고 찔렀을까? 천주의 아들 안중근은 십계명을 몰라서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을까? 청산리의 독립군은 사람 죽이는 것이 좋아서 일본군을 쏘았을까? 김재규는 개인 야욕으로 박정희를 쏘았을까?”라고 물었다.

그는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미친 운전자가 행인들을 치고 질주할 때 목사가 할 일은 장례를 돌보는 게 아니다. 핸들을 빼앗는 것이다”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반나치 운동에 앞장섰던 본회퍼는 나치의 비밀경찰에 체포돼 1945년 4월 9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향년 39세였다.

 

김규표 작 ‘단죄하다’(116.7x91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예문 : 1.일본의 만행과 야욕을 단죄하다. 2.처음부터 그들을 단죄하였더라면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3.충일·친일 매국 세력을 내 손으로 단죄하리라.”

김두성 작 ‘가자!’(120×30cm 혼합재료)“이길 수 없는 전쟁이었다. 맥심 기관총과 무라타 소총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화승총은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멈출 수 없었다.나아가는 역사 앞에 비루하게 물러설 수 없었다. 이제 우리는 안다. 그때 그들은 졌지만 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비루하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김운성 작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가로24×세로30×높이72cm FRP에 아크릴 채색)

김서경 작 ‘홍범도 장군’(가로22×세로19×높이50cm FRP)“홍대장이 가는 길에는 일월이 명랑한데,왜적군대 가는 길에는 비가 내린다.에행야,에행야,에행야,에행야왜적군대가 막 쓰러진다.오연발 탄환에는 군물이 돌고화승대 구심에는 내물이 돈다에행야,에행야,에행야,에행야왜적군대가 막 쓰러진다.”-날으는 홍범도가(歌)

김화순 작 ‘선물’(130.3x193.9cm 캔버스에 유채 2023)“양금덕 할머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다. 12살에 근로정신대로 끌려가 미쯔비시중공업에서 중노동을 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오랫동안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싸우셨다. 그 과정에 대한민국 정부는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 2023년 윤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돈을 걷어 대신 보상금을 주겠다는 모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사과를 받는 것이 먼저다. 나는 그런 더러운 돈은 받지 않겠다.” 양금덕 할머니와 네 명의 원고들은 거부했고, 시민들은 함께 분노했다. 시민들은 역사정의시민모금으로 성금을 모아 네 분에게 전달했다. 모금액은 6억이 넘어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그림의 배경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현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2009년 전범기업 미쯔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200일이 넘게 1인 시위를 하던 모습이다. 결국 광주전시장은 문을 닫았고, 긴 재판도 2018년 대법원 판결로 최종 승소했다.지난 8월 역사정의 시민모금 전달식에서 93세 양금덕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셨다. 서로에게 선물인 시민들과 할머니를 그림으로 남긴다.”

류기정 작 ‘구축Ⅲ-형영상동’(70x110x25cm FRP+나무+혼합)“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는 갈 길이 아직 멀고도 먼데 이마저도 대놓고 방해하는 자들이 너무도 많다. 민족문화의 역사를 지우고, 민중항쟁의 역사를 지우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고... 과연 제정신이 박혀있는 대한민국 국민인가.용산점령군 흉내 내며 뉴라이트와 손잡고 역사를 파괴하는 자들, 용산에 점령기를 꽂고 친일파와 손잡은 1945년 미군정 따라하기냐. 그들은 매국으로 얻은 부와 권력을 지키려는 탐욕스런 기회주의적 역적들이다. 더 이상 이 무뢰한들이 역사를 망치게 놔두면 안 되겠다. 역사를 잃은 나 또한 미래는 없겠다.눈멀고 귀멀고 입만 벌리면 거짓말만 내뱉는 마리오네트. 동맹이라는 미명하에 나라정신 팔아치우는 검은 음모의 혼탁한 진흙탕 속을 허우적대고 있는 꼭두각시. 닌자처럼 숨어들어 우리 역사를 해치는 썩은 바다의 나라 밀정들. 그 실체가 선명한 그림자로 보인다. 꼭두각시 그림자가, 바로, 욱일기의 형태로!”

박성완 작 ‘부마항쟁이 부른 총성’(30x40cm Digital painting)“1979년 10월 16일 부산대에서 반정부시위를 시작합니다. 17일 저녁 시민들까지 합세하니 정부는 계엄령으로 군인들까지 투입합니다. 시위는 마산으로 확대되어 노동자 고등학생까지 합세하고 정부는 위수령을 발동합니다. 부산을 직접 본 김재규는 개혁을 통한 민심 수습을 주장합니다. 박정희의 질타와 함께 깔아뭉개면 된다던 차지철에게 밀립니다. 부마항쟁은 김재규에 의한 박정희 살해와 유신의 몰락을 가져옵니다.“

박성완 작 ‘코레아 후라’(72x91cm oil on canvas)“저격하는 순간의 총성으로 하얼빈은 적막하다. 연극으로 되살아난 인물들의 체적에 흐르는 빛을 따라 물감색들을 쌓는다. 흐릿한 형체 속에 총을 겨누는 화면 앞쪽의 사람은 안중근의 모습이다. 뒤로는 인파들을 가로막은 군인들의 모습이 있다. 왼편으로 두툼한 옷을 입은 세 명의 인물은 안중근의 총에 쓰러진다. 첫발의 총알이 반동을 남기고 총구에서 나와 민족의 심판을 실행하는 순간이다. 코레아 후라!”

위종만 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그리고 10.26’ (각 21x29.7cm 종이에 펜)"별-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별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다.비-뚜뚝뚜뚝 굵은 빗방울 새벽에 장대비가 내렸지. 예술농부 이른 아침 논에 가서 물꼬를 보았어. 심어 논 모대가리만 꼴깍 고개를 내밀더군.춤-두 발이 하는 일은 걷는 것이지만 두 발이 가진 취미는 춤추는 것이다.이순신-1597년 10월 26일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 죽고자 하면 필히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다.안중근-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이토히로부미 저격.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 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김좌진-1920년 10월 26일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대첩 북로군정서를 이끌고 청산리 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땅-세상은 땅과 어머니와 자식 꽃이 있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돌아가며 꽃의 시간으로 돌아간다.숲-더불어 숲! 행복이 기적처럼 쏟아진다.꽃-네가 웃어서 꽃은 핀다.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이사범 작 ‘인두겁’(145.5×97cm 켄버스에 아크릴)“인두겁. 사람탈을 쓴 짐승. 일제강점 암흑기 빛을 찾기 위해 싸운 독립투사가 부정 당하는 때... 우리나라 수장들은 과연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일 했을까? 지금 우리는 좋은 국가 수장을 가졌나?”

이상호 작 ‘김복진 초상’(60x40cm 한지에 채색)“김복진(1901~ 1940).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조각 개척자. 독립운동가로서 3·1운동에 참여. KAPF(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 활동. 경성학교 세포사건으로 5년 6개월 동안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고. 감옥에서 목조불상을 제작. 김제 금산사 미륵본존불 제작. 연극단체 토월회 창립. 1993년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

이상호 작 ‘홍범도 장군’(66x39cm 한지에 채색)“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이 이 시대 살아 계시다면 분단을 극복하는 통일운동을 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남녘의 국화 무궁화와 북녁의 국화 목란을 배경에 넣었으며, 남북의 화해와 평화적 교류가 바로 독립운동 정신계승이라고 본다.”

이성웅 작 ‘소녀상-기억 영상가변설치 영상’(time:6min57sec) “할머니들의 삶을 잠시나마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이 작품을 제작하였다. 우리가 잊고 지낸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잊혀져 가는 것들의 소중함을 기억하여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자 제작하였다.”

전정호 작 ‘광란’(90x60cm 목판화)“독립의 흔적을 지우고 친일, 식민사관을 주입 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때마침 히노마루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자가 나타났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않으랴. 사형집행 하루 전 회자수에게 술과 고기를 내려 마음껏 먹게 한다. 술 취한 채 다음날 몸도 가누지 못한 채 칼춤을 추며 내리친 칼이 어찌 일도가 되겠는가. ‘광란’ 2023년 계묘년 취중에 빠져있는 회자수의 미친 칼춤에 위대한 독립운동가의 업적이 난도질당해 허공 뿌려지고 장군의 슬픈 귀향을 우리는 비통함으로 보고 있다.”

전혜옥 작 ‘후쿠시마 핵폐수 No!’(90x120cm 목판,한지)“국민안전을 책임져야할 대한민국 정부에서 후쿠시마 핵폐수가 안전하다고 광고한다. 오죽하면 조선바다를 지키다 순국하신 이순신 장군에게 우리를 지켜 달라고 기도할까?”

조현 작 ‘누구도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70x150cm 골판지에 혼합재료)“기후위기는 편리함만 추구하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인간의 악행에 그 누구도 면죄부를 줄 수 없으며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 마땅하다. 지금이 중요하다.(영화 '푸른 소금'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세 가지 중에 첫째가 황금, 둘째가 소금, 그리고 지금이라고 한다.)지금은 시간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포함)으로 많은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힘없는 취약계층은 더 힘들어진다. 누구도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왜 반성하지도 않는 일본의 악행에 면죄부를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조아진 작 ‘Since 1910 창살 없는 감옥’(90.9x72.7cm digital painting)“1910년의 그때와 2023년의 오늘. 그때의 우리의 소녀들은 할머니가 된 지금까지도 일제의 감옥 안에 갇혀 있다.”

조아진 작 ‘내가 홍범도다! 뻗쳐!’(90.9x72.7cm digital painting)“어떤 치들은 몽둥이가 약인 경우가 있다. 그리고 어떤 대통령은 대학생 때까지도 아버지에게 고무호스로 많이 맞고 자랐다고 하던데, 그때 좀 매가 좀 부족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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