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기사 한달간 1만 4391건…조국 때만큼 ‘융단폭격’

[대장동 잔혹극의 전말] ③쏟아진 보도에 게이트로

9월 13일 조선일보 보도 후 언론 받아쓰기 이어져

조선일보, 한달 간 1132건… 대장동만 총 6882건

노무현 소환한 이재명 “조선일보, 경선에 손 떼라”

조국 땐 1만 5929건… 고발 사주 6003건에 불과

2023-10-10     민병선 20대 대선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장동의 끝은 어디일까? 20대 대선 기간 중 제기된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의 낙선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토건 비리와 싸웠던 이재명은 거꾸로 토건 비리의 원흉으로 몰렸다. 대선이 끝났지만 대장동의 잔혹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재명에게 대장동은 시지프스의 끝나지 않는 고통의 바위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 잔혹극이 어떻게 만들어져 전개됐는지 밝히는 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당시 국민의힘 대선 주자였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2021년 10월 5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대장동 의혹 엄청 수사를 촉구하는 1위 시위를 벌였다. 2021.10.5. 연합뉴스

9월 13일 조선일보가 대장동 첫 보도를 내자 민주당 대선 경쟁자들이 반응을 보였다. 이낙연 후보는 13일 국회에서 기자들로부터 ‘해당 사안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네. 저 자신도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이낙연은 “언론이 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캠프의 윤희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지사와 화천대유 소유주와의 관계, 특혜 의혹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한 수준의 논평이었다.

정치권이 반응을 보이는 등 파장이 커지자 이재명 후보가 14일 대장동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선일보의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재명은 매우 격앙돼 있었다. 이재명은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과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손을 떼라”며 “대선 후보자인 저에 대한 견강부회식 마타도어 보도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후보자 비방에 해당하고, 선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표현은 원래 기자회견문에 없었는데 후보가 직접 넣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표현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4월 6일 민주당 인천경선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한 발언을 인용한 것이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음모론, 색깔론, 근거 없는 모략 이제 중단해 달라.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합창해서 입을 맞춰 저를 헐뜯는 것을 방어하기도 참 힘이 든다”며 “지난 10년간 정치하면서 언론에 굽실거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 수구언론으로부터도 철저한 검증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대장동 의혹 공세는 멈추지 않았고 더욱 거세졌다. 13일 시작된 의혹 제기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 18일자까지 이어졌다. 매일 1면과 3, 4, 5면 등 주요면 1개 면을 할애해 공세를 이어갔다.

조선일보가 이슈를 만들어 집요하게 끌고 가자 여야 정치인들도 그 자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15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정부질문을 받고 “(대장동이) 조금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총리의 발언이 몰고 올 파장을 고려하지 못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정의당도 이재명 후보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16일 대장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대장동 건설 현장에서 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2021년 9월 27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촉구한다”고 발언했다. 2021.9.7. 연합뉴스

따라쓰기 시작한 언론들… 게이트가 된 대장동

조선일보가 13일 의혹을 제기한 이후 다른 언론들은 대장동 관련 보도에 대해 주저하는 모양새였다. 보수 언론들도 대장동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 정도로 정치면에 작은 기사를 실었다. 이른바 조중동 사이에는 타사가 제기한 이슈를 따라서 쓰는 것을 꺼려하는 문화가 있다.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장동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자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안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중앙일보는 조선일보 첫 보도가 나온 9월 13일에서 나흘이 흐른 9월 17일자부터 대장동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화천대유, 대장동 땅 싸게 사 2352억 남겼다>라는 1면 톱 기사를 게재했다. 3면과 4면, 2개 면을 할애해 조선일보가 주도한 대장동 이슈를 만회하려고 했다.

중앙일보가 보도 경쟁에 가세하자 동아일보도 이튿날인 9월 18일부터 1면에 대장동을 쓰기 시작했다. <천화동인 1~7호 대표 2명, 박영수 前특검이 일했던 로펌 변호사>란 제목의 기사가 1면에 등장했다. 기사는 2면 일부와 3면 전면에 걸쳐 펼쳐졌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입장에서 대장동 의혹이 게이트급 이슈가 됐음을 의미한다.

한겨레신문은 15일 이재명의 조선일보 보도 반박 기자회견을 실으며 대장동 보도를 시작했다. 6면 박스인 이 기사의 제목은 <이재명 “대장지구 모범적 공익사업…조선일보 선거개입 말라”>로 이재명의 반박을 충실히 실었다. 경향신문도 같은 날 <이재명 “시민이익 환수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 반박>이란 제목의 기사를 4면 정치면에 작게 실었다.

추석 연휴를 지나며 대장동 이슈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연휴 시작 즈음인 17, 18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대장동 보도 경쟁에 가세하자 다른 언론들도 대장동 프레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국일보는 추석 연휴 직후인 23일자 1면과 4면 전면에 걸쳐 화천대유 의혹이란 주제로 대장동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경향신문은 23일자 5면에 <국민의힘 “대장동 특검·국조 촉구”…국감서도 총력전 예고>라는 제목의 톱기사를 게재했다. ‘대장동=이재명 의혹’이란 프레임이 언론에서 먹혀들기 시작했다.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는 대응을 안 할 수 없었다. 대장동 이슈는 때리면 때릴수록 커지는 괴물이 됐다. 억울한 마음이 컸던 이재명은 추석 연휴 기간에 SNS를 통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해명과 입장이 담긴 글을 7건이나 SNS에 올렸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24일자에 ‘악의적 언론은 가짜뉴스로 선량한 국민들을 속여 집단학살을 비호하는 정신적 좀비로 만들었다. 그 죄는 집단학살범죄 그 이상’이란 이재명의 SNS 표현을 문제 삼으며 <다시 거세진 이재명의 입>이란 부정적인 기사를 게재했다.

관망세이던 방송들도 보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KBS는 23일 9시 뉴스에서 톱뉴스를 비롯해 다섯 꼭지나 할애해 대장동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톱뉴스는 <“이재명 깊숙이 관여” 野 합동특검·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이었다. <“적반하장” 이재명, 대응 고심…호남 경선 파장>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뒤따랐다. ‘호남 경선을 앞둔 이재명의 위기’라는 프레임이 먹혀들기 시작한 것이다. SBS 8시 뉴스도 26일 방송부터 대장동 관련 보도를 네 꼭지나 올리며 가세했다.

 

대장동 의혹 보도가 한창이던 2021년 10월 5일 경기 성남시청 인근 교차로에 국민의힘이 제작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1.10.5. 연합뉴스

지속적인 보도에 버틸 장사 없어

우리는 언론의 지속적 보도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여러 차례 목격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때도 언론은 수개월에 걸쳐 의혹 보도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조 전 장관을 옹호하던 이들도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뭔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 시작됐다. 긴 매에 장사가 없다. 세 사람만 거짓으로 꾸미기를 공모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

필자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검색 프로그램 ‘빅카인즈’에서 검색한 결과, 조선일보가 대장동 의혹을 처음 보도한 2021년 9월 13일~2021년 10월 13일 한 달 동안 전 언론사에서 쏟아진 대장동 관련 기사는 총 1만 4391건에 이른다.

1만 4391건은 2019년 조국 전 장관 논란 당시와 거의 같은 수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신문과방송’에 실린 정재관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DCRC) 책임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9월 1일~2019년 10월 1일 한 달간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총 기사 수는 1만 5929건이었다. 전 언론들이 조국에 가한 융단 폭격을 이재명에게 똑같이 퍼부은 셈이다.

한 달 동안 조선일보가 생산한 대장동 기사는 1132건(조선닷컴 검색 기준)에 이른다. 전 언론사의 대장동 기사 중 10%를 조선일보가 쓴 것이다. 대장동 첫 보도가 나온 이후 2년이 지난 2023년 9월 현재 조선일보가 쓴 대장동 관련 기사는 6882건에 이른다. 하지만 대장동 관련 재판에서 이재명이 토건 세력과 모의했거나 돈을 받았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370회가 넘는 압수수색에도 검찰은 제대로 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반면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윤석열 전 총장의 고발 사주 기사를 처음 실은 2021년 9월 2일~10월 2일 한 달 동안 빅카인즈에서 검색된 ‘고발 사주’와 관련 기사는 6003건이었다. 대장동 의혹의 한 달 기사 건수 1만 4391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언론이 윤석열 관련 의혹에 비해 이재명에 관한 의혹에 얼마나 가혹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 지 11일 만에 대장동 의혹이 제기되면서 고발 사주 의혹을 덮었다. 언론 환경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을 대장동 사건에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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