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또 '전현희 스토킹'…현직 떠났는데도 "재심의"

'최고 의결기구' 감사위원회가 이미 무혐의 결론

유병호와 '타이거 사단', 감사원 '콩가루' 만들어

주심 감사위원 검찰에 수사 의뢰 초유 사태까지

공수처 압수수색 맞대응, 분풀이 차원 강행한 듯

전현희 "직권남용 중대범죄…공수처에 추가 고발"

상습 지각 등 근태 문제 이미 수차례 상세 해명

2023-10-05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9.19. 연합뉴스

감사원 사무처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를 재개하며 또 다시 조직적 괴롭힘에 나섰다. 전 전 위원장은 이미 현직을 떠난 민간인 신분이다. 무엇보다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가 문제없다고 결론 내린 사안들을 두고 사무처가 '재심의'를 벌이겠다는 것은 직권남용의 범죄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현희 스토킹'이 가히 병적인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다.

감사원 절대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과 '타이거 사단'은 자신들을 향해 "비열한 작태를 꾸민다"고 정면 비판했던 검사 출신 조은석 감사위원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 의뢰' 수법을 통해 보복을 진행 중이다. 최근 공수처에 전격적인 압수수색까지 당하자 더욱 앙심을 품은 모습이다. 윤석열 정권의 돌격대 노릇에만 매몰된 채 독립적‧중립적 헌법기관이라는 본연의 정체성은 고사하고 조직의 기본 질서까지 무너뜨리는 사무처가 감사원을 '콩가루'로 만드는 형국이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6월부터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진행해 온 전 전 위원장 감사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전날 법사위에 제출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전 전 위원장 감사를 진행한 특별 조사국 제5과에 "직권 재심의를 검토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전 전 위원장 근태 의혹 등 핵심 사항을 다시 심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 9일 꾸려진 '내부 논의사항 유출 등에 대한 진상조사 TF'는 김숙동 특별조사국장이 부단장을 맡는 등 유병호 사무총장 측근들 주도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해당 감사 주심이었던 조은석 감사위원이 제기한 절차 위반 주장 등은 모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조 위원에 대해 경고와 수사 요청을 하고 의혹 해소시까지 주심위원을 맡지 못하게 하는 '지정 배제'를 최재원 감사원장에게 건의했다.

TF는 전 전 위원장의 근태, 즉 근무시간 미준수 의혹과 관련해 "기관장도 공무원 복무규정 적용 대상이고 출장시 특별한 공무 일정이 없으면 근무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고 인사혁신처로부터 회신받았다고 전했다. 애초 감사위원회는 기관장의 경우 근무지와 출장지의 구분 및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고 출장은 출근 시간을 정할 수 없다는 등의 사유로 감사 결과 보고서에 근태와 관련한 조치 내용을 따로 명시하지 않았었다.

감사원은 지난 6월 1일 감사위원회 회의에서 전 전 위원장 감사 결과를 확정하고, 같은 달 9일 최종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당시 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전 위원장 취임 직후인 2020년 7월부터 작년 7월까지 근무지가 세종청사로 분류된 89일 중 9시 이후에 출근한 날이 83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지만 "근무시간 점검 결과는 실태를 보고서에 그대로 기재하되, 별도로 처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후에 조은석 감사위원이 주심을 맡았던 보고서가 본래 내용이 일부 수정‧삭제됐다며 사무처 주도로 TF를 구성해 '뒤집기'를 시도한 것이다. TF는 또 다른 쟁점인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권익위 유권해석 건에 대해서는 "감사위원회에서 명확한 논의가 없었고, 최종 보고서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하겠다는 의결은 없었다고 확인해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애초 감사보고서 초안에는 전 전 위원장이 권익위의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유권해석에 관여해놓고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것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최종 보고서에는 빠졌다는 것이다. 이 역시 조 위원이 감사위원 간담회를 주도해 수정된 최종 보고서가 나가도록 사무처에 요구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던 중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2023.6.27. 연합뉴스

감사원은 법사위 제출 보고서에서 "주심위원은 사무처 등이 참석하지 않은 감사위원 간담회에서 전원 합의되지 않은 개인적 의견까지 합의사항이라며 사무처를 기망해 정당한 시행문 작성·수정을 방해했다"면서 "진상조사 TF의 조사 요구에도 불응하고 일방적 주장과 음해를 지속하며 감사원의 신뢰도와 공직기강 등에 심대한 피해를 유발했다"고 했다. 또 "주심위원은 감사위원, 특히 주심에게 요구되는 공정성·중립성을 해하는 실체적·절차적 위법·부당 행위를 지속하며 감사위원 품위를 중대하게 손상했다"며 주심위원 지정 배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전 전 위원장은 중대한 직권남용 행위라며 감사원 관계자들에 대한 공수처 추가 고발을 예고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판사격인 주심위원의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격인 사무처가 주심위원을 감찰하고, 그 이해충돌 감사 결과를 가지고 수사 요청하는 불법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의도에 맞게 판결을 뒤집으려는 시도는 헌정질서를 문란케하고 법치주의를 위배하는 직권남용 중대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장이 공수처에 고발된 자신의 범죄 행위의 유력 증거에 대해 감찰을 불법적으로 지시하고 그 감찰 결과를 보고받아 주심위원 배제 후 재감사한다면 이는 증거 조작 자작극으로 모해증거위조이자 직권남용 성립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약 감사원장과 사무처가 재심의를 강행할 경우 관련 법령 위반 및 직권남용의 실체적 경합범으로서 관련자들 모두 공수처 추가 고발 및 법적 책임을 반드시 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전 위원장은 감사원 입맛에 맞게 유권해석을 내린 인사혁신처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인사혁신처는 단군 이래 (?) 여태까지 대통령이나 장관급 등 정무직 고위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소속 청사 내 출퇴근 전자 태깅 기록을 하지 않고 패스해 사무실로 출퇴근하도록 조치했다"며 "그들의 출퇴근 시간을 확인조차 할 수 없도록 관리시스템을 방치하고 그동안 단 한 번도 정무직 고위공직자들의 근태를 관리하지 않은 것은 인사혁신처와 감사원의 명백한 직무유기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혁신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대통령과 감사원장 및 각 부처 장관들에 대해서도 나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모두 공정하게 근태 감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권익위 직원 징계 철회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2023.6.9. 연합뉴스

전 전 위원장은 특히 상습 지각 등 근태 문제에 대한 감사원 사무처의 자료는 실제 출퇴근 시간의 확인이 가능한 태깅 등 직접 증거는 전혀 없이 간접적 정황 증거에 근거한 추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실체적 사실관계와 명백히 다르다는 얘기인데, 그는 앞서 수차례 이 문제에 대한 해명과 반박을 내놓은 바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공무원 복무 규정상 세종에 본부가 있는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하는 출장 근무 관련 규정은 세종본부 근무지 출근 외 서울과 지방 근무를 모두 출장지로 분류하고 있고 이러한 출장시에는 9시 출근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오전에 조찬 혹은 업무 미팅 후, 이 경우 출장으로 분류되므로 굳이 세종으로 갈 필요가 없는 데도 세종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지각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세종 총리실에 있는 국무회의장으로 바로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종 관사에서 숙박한 날은 건강상 이유로 차량을 타지 않고 운동화를 신은 채 혼자 도보로 세종 사무실에 출근하곤 했다. 이 경우 출근 시간 기록 자체가 없다.

-모든 장관급 기관장은 전자 태깅도 하지 않고 항상 직원들이 수동으로 게이트를 열어준 뒤 통과하므로 출퇴근 시간 기록 자체가 없고 관리 기준도 없다.

-세종 출근을 거의 하지 않는 다른 부처 장관들은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세종 출근율이 우수한 나에게만 세종 근무시간 미준수라는 불공정한 잣대를 적용했다.

-다른 장관들은 서울에서 업무를 본 뒤 세종으로 출근하는 경우도 많고 오후 업무를 마친 뒤에는 다시 서울로 귀경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감사원 사무처 기준대로라면 이들 장관도 모두 세종 근무지 상습 지각에 해당한다.

-당사자 본인 조사도 하지 않고 권익위원장 근태를 잘 아는 소관 직원들 증인 조사도 한 번 없이 불법적으로 확보한 SRT 기록과 차량 운행 기록 등만으로 간접 추정했다.

-관련 증거와 권익위 직원들 증언에 의하면 권익위원장 재임시 실제 근무시간은 통상 공무원 근무시간인 주 40시간을 훨씬 뛰어넘는 주 60~70시간 초과근무가 대부분이었다. 평균 근무시간은 오전 8시경부터 저녁 9시경이고, 오전 7시경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도 다수 있었으며, 거의 주말도 없이 일하고 퇴근 후에도 집에서 새벽까지 일하고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등 일중독 상태였다.

 

조은석 서울고검장이 2017년 8월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열린 서울고검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광주 광덕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조 검사장은 수원지검·서울지검 등을 거쳐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범죄정보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대검 대변인,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 형사부장, 청주지검장 등을 지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은석 감사위원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는 이미 지난달 20일 이뤄졌다. 이 초유의 행태 역시 유병호 사무총장 측근들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 압수수색이 들어오자 맞대응 차원에서 강행했다고 한다. TF는 조 위원이 감사위원회의 심의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고 최종 보고서 열람 결재를 하지 않았다며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조 위원은 지난 6월 12일 권익위 감사의 주심 위원인 자신이 감사보고서 최종본을 검수(열람결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무처가 보고서를 무단으로 언론에 공개했다는 요지의 글을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 유병호와 '타이거 사단'의 감사원 막장극

이 글에서 조 위원은 "감사 결과 보고서가 공개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감사위원 그 누구도 사전에 이를 알지 못했으며, 사무처가 다시 가져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헌법기관에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한 데 대하여 망연자실할 따름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조선일보의 <친야 감사위원들, 막판까지 '전현희 구하기' 시도>라는 단독 기사를 겨냥해 "언론에서 감사위원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특정 정당(민주당) 성향이라고 단정하면서 심의 과정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는 것은 결국 내부에서 누군가가 허위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감사위원들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음에도 실명을 지목해 언론사에 허위사실을 알려 보도되게 하는 '비열한 작태'는 감사원 구성원과 감사 대상 기관 그리고 국민에게 감사 결과가 공정하게 도출되고 있지 않다고 보여지게 하는 큰 불충(不忠)"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는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6명의 감사위원과 감사원장으로 구성된다. 주심 위원은 자신이 맡은 사건의 감사 보고서가 위원회에 상정되기 전에 먼저 내용을 심의하고, 사무처가 보고서를 최종 공개하기 전에 위원회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비유하자면 직접 감사를 하는 사무처를 검찰, 감사 결과를 심의‧의결하는 감사위원회를 법원, 감사 보고서 최종본을 감독하는 주심을 판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주심 감사위원이 사무처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감사원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만큼 사무처의 전횡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2017년 8월 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조은석 서울고검장 취임식에서 조은석 서울고검장(오른쪽)과 윤석열 중앙지검장(왼쪽)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7년 간 검사로 일했던 조 위원은 자신이 검찰에 재직하면서 1998년 당시 집권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를 구속기소하고, 2003년엔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이광재·여택수와 후원자인 썬앤문 문병욱 회장, 노무현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신계륜 의원, 김대중 대통령 아들인 김홍일 의원 등 수많은 민주당 측 인사를 수사해 기소했으며, 2012년 순천지청장 재직 때는 진보 진영 장만채 전남교육감을 기소한 사실 등을 길게 열거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인사 불이익을 당해 좌천된 경험도 소개했다.

조 위원은 심지어 2021년 1월 최재형 감사원장(현 국민의힘 의원)이 신임 감사위원으로 임명을 제청해 감사원에 들어온 인물이다. 당시 최재형 원장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에 임명 제청해달라는 청와대 요청을 '정치적 중립성' 등을 이유로 거부하며 9개월간 갈등을 빚다 조 위원을 영입했다. 조 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이기도 했다. 이 같은 이력의 조 위원을 두고 감사원 사무처 측과 친윤 언론들은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조 위원에 대한 감사원 사무처의 감찰 및 수사 의뢰는 직권남용,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모해증거인멸 또는 모해증거위조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전현희 전 위원장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공수처 수사 대상인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덮는 도구로 겁 없이 악용하는 행위는 헌정질서 문란의 조직적 범죄행위로 특가법상 협박범 성립 여부도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