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한테 '말조심 하라'고 훈계한 유인촌 후보자
"책임 있으니 신중하라"더니, 정작 자신은…
"15세 연상 선배한테도 막말" 최종원씨 폭로
학부형·기자들에게 '세뇌 되셨네' 'XX 찍지마!'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인 유인촌 씨가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씨에게 말조심하라는 훈계를 했다.
유 씨는 3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김윤아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본 오염수 방류를 비판한 사례처럼 유명인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견해를 표현할 수 있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경우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공개적 표현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윤아 씨는 최근 SNS에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를 비판하는 등의 글을 연이어 올린 바 있다. 국민 80%가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에 반대한다는 조사도 있는 마당이니, 김윤아 씨의 발언이 딱히 ‘신중해야 할 공개적 표현’은 아니다. 사실은 유인촌 씨야말로 공개적 표현에 신중해야 할 사람이다. 유인촌 씨의 개인사에 알알이 박혀 있는 언행을 살펴보니 그렇다. 그의 과거 언행 세 개만 살펴보자.
하나 : 15세 많은 현대미술관장에게 반말
2010년 9월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당시 배우 출신의 최종원 민주당 의원이 유인촌 장관의 말을 문제삼았다.
최종원 “장관은 지금까지 막말도 많이 하셨는데,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한테…연세도 한참 많으신데 ‘어이 김 관장, 어떤 어떤 뉴스하고는 인터뷰 하지마’ 이렇게 말한 적 있어요?”
유인촌 “그런 얘기 들으셨습니까?”
최종원 “김윤수 선생이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유인촌 “대질할까요, 저랑? 제가 최종원 의원님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그 정도로 제가 막무가내로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김윤수 선생님한테도 꼭 관장님, 선생님 했지 어떻게 그렇게 말하겠습니까?”
김윤수 관장은 1936년생, 유인촌 씨는 1951년생이다. 무려 15년 차다. 어쨌거나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김윤수 관장은 이에 대해 하루 뒤인 9월 9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매달 장관이 참석하는 기관장 회의를 한다. 그때 회의 석상에서 (유인촌 장관이) 틈틈이 반말을 했다. 인터넷 보니까 최종원 의원이 거기에 대해 물으니, (유 장관은) 오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양심이 없는 사람이다. 당시엔 문화부 주요 부서 관리들이 날 만나서 협박도 하고 회유도 했다. ‘(안 나가시면) 가만두지 않을 것 같다’며 ‘퇴진하는 게 좋다’는 말도 했다.
(…) 양심이 없는 사람으로 본다. 국회의원들 앞에서 시인 할 수도 없으니까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그렇게 (대질 운운) 했을 것이다. 내가 대질해서 반말을 했다고 (확인)할 수 있지만, 그러면 내가 (유 장관과) 똑같은 사람이 된다. 그 사람 양심에 관한 것이다. 내가 어떤 얘기를 꾸며서 얘기할 게 뭐가 있나. (관장으로) 있을 때 당한 것이다. 회의석상에서 기관장들이 보고를 하면, (유 장관이) 한 마디씩 했다. 내가 미술관에 대해 보고를 하면 못마땅했는지 반말을 했다. 회의 끝나고 나면 ‘관장이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데, 그렇게 얘기하나. 제 얼굴이 뜨거웠다’고 참석자들이 나한테 얘기하기도 했다.”
김윤수 관장은 <창작과비평> 발행인 겸 대표, 영남대 교수, 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민족미술인연합 의장 등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부터 5년간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했다. 당시 유인촌 장관은 김 관장이 퇴임해야 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김 관장을 압박했다. 김 관장은 결국 임기 약 10개월을 남겨놓은 2008년 11월 해임됐다. 해임 10년 뒤인 2018년 작고했다.
둘 : 학부형 “어떻게 예술 하시는 분이 그런 말을…”
2009년 6월, 한 학부형이 문체부 청사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일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딸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서사창작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학과 폐지 움직임이 있자 문체부에 철회를 해달라는 시위에 나선 것이다. 같은 해 문체부는 한예종 6개 학과를 폐지하겠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고 이를 추진중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당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멈춰 학부형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유인촌 “학부모께서 이렇게 오실 필요가 없다.”
학부모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달라.”
유인촌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를 시켰지?”
학부모 “내가 몇 살인데 세뇌냐?”
유인촌 “세뇌가 되신 거지.”
유 씨는 서사창작과에 대해 “잘못된 과”라는 말로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밝히기도 했다. 학부형의 마지막 말은 “어떻게 예술 하시는 분이 그런 말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셋 : “XX, 찍지마! 성질 뻗쳐서 정말!”
“사진 찍지 마! XX, 찍지 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 마!”
유인촌 씨는 문체부 장관 시절이던 2008년 10월 24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취재를 위해 촬영중이던 기자들을 향해 언성을 높이며 욕설을 해댔다.
무서운 표정을 짓고 삿대질도 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일국의 장관이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유 씨의 이 욕설 영상은 요즘도 인터넷 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찍지마 빌런’으로 검색하면 나온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다. 셋을 보면 더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