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이 그린 '조국 수난사'…한땀한땀 위로와 연대

13~27일 인사동 나무아트 갤러리 '시간, 산책 전'

고경일·박재동·박건웅 등 12작가 30여 작품 선보여

"개혁 열망이 '조국 수호 촛불집회'로 모아진 것"

2023-09-12     이승호 에디터
​‘가족’ (이정헌 작)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의 수난사를 그림으로 기록한 ‘조국 그림 전시회’가 13~27일 서울 인사동 ‘나무아트’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정헌·고경일·박재동·박건웅 등 12작가가 참여한 <시간, 산책 전>이다.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은 30점 가까이 된다.

전시회 이름은 조국 전 장관이 쓴 두 권의 책 <조국의 시간>과 <법고전 산책>에서 가져왔다. 2021년 출간된 <조국의 시간>은 조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뒤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기록이다. 지난해 나온 <법고전 산책>은 법과 관련한 고전들을 한국 사회와 접목해 해설한 책이다. 조 전 장관의 ‘발언’이 암시적으로 담겨 있는 듯한 이름이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전시할 작품들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작가들의 작품 설명과 한마디 말도 전한다. 전시회를 기획한 이정헌 작가와 12일 텔레그램으로 짧은 대화도 나눴다.

- 이른바 ‘조국 수호 촛불집회’ 있은 지 벌써 4년이나 흘렀다.

“그때는 온 국민이 개혁을 염원하던 때였다. 개혁을 원하는 열망이 ‘조국 수호 촛불집회’로 모아졌다고 본다. 사람들은 저녁이 되면 삼삼오오 서초동과 여의도로 모여들었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갔다. 집회를 진행을 하는 이도 있었고, 흥을 돋우는 이도 있었다. 노래를 하는 이도, 춤을 추는 이도 있었다. 시민들은 목 터져라 ‘조국 수호’를 외쳤다. 화가들은 그림을 그렸다.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 것이다. 바꾸고 싶은 것이 있었고,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 ‘조국 그림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림 또한 시대와 역사의 기록이 아닐까싶다. 시 쓰는 이는 시로, 영화 만드는 이는 영화로 시대를 기록하듯, 화가들은 그림으로 시대와 역사를 기록한다. 수십 만 시민들이 들었던 촛불 하나하나가 거대한 증언이고 역사 아닌가.”

 

‘다시 희망을 위하여’ (고경일 작)

‘희망의 씨앗을 품고’ (고경일 작) ▲작가의 말 “민주주의는 누가 역 앞에서 손쉽게 사다가 우리 입에 떠 먹여주는 ‘영양죽’ 같은 것이 아니다. 땅에 직접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병충해를 막고, 추곡을 해서 낱알 하나하나까지 주워 모아서 만들어낸 밥을 다시 갈아서, 끓여서, 최고의 영양분을 품은 죽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조국 전 장관이 법원의 문을 열 때마다 우리는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병충해를 막는 행위가 무엇인지 새삼 느낀다. 그것이 희망이다.”

‘서초동의 기억1’ (권동희 작)

‘서초동의 기억2’ (권동희 작) ▲작가의 말 “우린 아직 우리가 원했던 나라를 가지지 못했다.하지만 수레바퀴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조금씩…조금씩…”

‘반딧불’ (박건웅 작)

‘출석’ (박건웅 작) ▲작가의 말 “그저 온전한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다시 지속되기를… 가족이 따뜻한 저녁 한 끼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삶이 돌아오기를 먼저 바라봅니다. 언젠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거운 칼이 사라지는 날. 한결 자유로워지기를 꿈꾸어봅니다.”

‘엘리베이터’ (박성완 작)

‘조국’ (박성완 작) ▲작가의 말 “돌아보니 내 그림엔 온통 씁쓸한 표정들이다. 보는 이에 따라선 몹시 불편하거나 속상한 그림일 것이다. 불편한 악취미를 고집하며 그림 그리는 행위를 합리화한다. 가장 최근 이슈를 두고 선 넘었다는 해석이 꽂힌다! 조민 양에 대한… 유화 스케치를 해두고는 아직 붓을 떼지 못했다. 첫 방송에 노출되던 모습으로 작은 화면에 담았다. 이번 이슈가 끌고 갈 통증들을 에너지 삼아 붓을 뗄 날을 만난다!”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1’ (박재동 작)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2’ (박재동 작) ▲작가의 말 “책의 촛불이 시작된다…”

‘가짜’ (백영욱 작)

‘아비’ (백영욱 작) ▲작가의 말 “화살 정도는 감내할 만큼 훌쩍 커버린 딸이다. 그러나 아비의 눈엔 아기다. 소중한 내 아기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몸을 더 부풀려 다 막아낸다.”

‘기도’ (이윤정 작)

‘일상으로’ (이윤정 작) ▲작가의 말 “그동안 담담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지만, 가장으로서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요. 그동안 남 모르게 흘렸을 그 눈물을 이제는 멈추게 해달라는 우리의 마음을 기도하는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작은 불빛 하나하나는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 마음이 하늘에 닿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았습니다.”

‘그 남자의 뒷모습’ (이정헌 작) ▲작가의 말 “힘든 하루를 끝내고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같은 가장이자 아빠인 제가 그림으로 응원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힘들어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식탁에 모여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위로’ (임대니 작)

‘일상, 그 소중함에 대하여’ (임대니 작) ▲작가의 말 “특별하지 않은, 유독 이 가족에게만 인색한…터널을 지나 빛 속의, 그저 보통의 평안과 행복을 하루빨리 얻으시기만 바랄 뿐이다. 진심으로.”

‘조국’ (전종원 작)

‘촛불’ (전종원 작) ▲작가의 말 “조국 전 장관님과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우리의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기에 ‘우리가 조국이다’를 가슴 깊이 새기고 또 새기겠습니다.”

‘조국의 시간’ (조덕희 작)

‘흰머리’ (조덕희 작) ▲작가의 말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고 듣다 보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눈 감고 귀 닫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문득 뉴스에 나온 조국 전 장관의 사진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조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찰랑거리던 머리카락이었는데 어느새 앞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던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사람들은 언제나 생각보다 더 늙어 있었던 것같다. 그동안 눈 감고 지내서 미안합니다.”

‘연대의 기록’ (조은성 작) ▲작가의 말 “그해 가을은 유난히 길고 힘들었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책상에 앉아 종일 침침하고 아득히 먼 곳을 기억하려 애쓰던 시간이었습니다. 예술가는 시대를 기록하는 눈을 가졌다고 믿습니다. 그 눈이 훼손되지 않고 오래 빛날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도 ‘연대’의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 ‘연대의 기록’이라는 주제의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함께해서 고마웠고 오랫동안 카메라 렌즈에 담긴 예술가의 눈빛을 간직하겠습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