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걸자마자 폭주하는 이동관 "공영방송 ·포털 손보겠다"
취임사에서 "공영방송이 국론분열, 포털은 선동"
첫날 회의에선 MBC 방문진·EBS 이사 교체 강행
'합의제' 취지 무시하고 2인 방통위…"정당성 결여"
KBS2·YTN 민영화도 추진…'총선 전 여론장악 목적'
80%의 현직기자, 전현직 언론인 단체, 언론관련 시민단체, 언론학계의 반대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방통위 시동을 걸자마자 ‘폭주’를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공영방송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포털은 가짜뉴스와 선동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했다’며 공영방송과 포털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를 ‘선전포고’라고 표현했다. 첫날 열린 방통위 회의에서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방통위 설립 취지를 무시하고 위원 5인 중 2인만 참석해 공영방송 이사 임명을 강행했다.
이 위원장은 28일 취임사에서 “방송과 언론이 잃어버린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면서 “무책임하게 가짜뉴스를 확산시키거나 특정 진영의 정파적인 이해만을 대변하는 행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청문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어떤 정당이나 특히 과거 선전 선동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 신문, 방송은 기관지이지 언론이 아니다. 무책임하게 가짜뉴스를 퍼나른다든가 특정진영의 정파적인 이해에 바탕한 논리나 주장을 무책임하게 전달하는 건 언론영역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당시 ‘뒤틀리고 시대착오적인 언론관’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공산당 기관지’ 발언과 똑같은 표현, 맥락의 말을 취임사에서 그대로 재방송한 것이다.
취임사에는 공영방송에 대한 이 위원장의 편협하고 위험천만한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는 “공영방송은 상업적 운영방법과 법적 독과점 구조의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 온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이 ‘각종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은, 인사청문회 당시 그가 밝힌 ‘공영방송 민영화론’과 맞닿아있다. 그는 청문회에서 KBS2TV, MBC, YTN 등 공영방송과 정부 지분 방송의 민영화를 의미하는 답변을 낸 바 있다. 이 후보자는 “선진국 어느 나라도 공영방송이 이렇게 많은 나라가 없다”며 “자유로운 정보 소통을 위해서 공영방송은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말하자면 민영화, 표현은 좋다고 보지 않지만 정보시장의 유통도 경쟁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이 ‘노영방송’이어서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왔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정권에 아부하는 사장을 임명한 뒤 노조를 탄압하고 비판적 기자들을 가차없이 대거 쫓아냈던 때야말로 정치적 편향성과 국론분열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사장들이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 이후 노조 출신 사장이 취임한 뒤 KBS와 MBC의 국민 신뢰도는 오히려 상승했다. 시사저널이 최근 발표한 미디어 국민신뢰도 조사에서 올해 1, 2위는 MBC, KBS, 지난해에는 KBS, MBC 순이었다. 이 위원장의 이 발언이야말로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공영방송이 ‘국론을 분열시켰다’는 대목도 문제다. 언론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라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정부를 비판하지 않는 언론이야말로 이동관 위원장 그 자신이 말한 ‘공산당 기관지’ 언론일 뿐이다. KBS, MBC에게는 모욕적인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이 위원장은 또 “포털과 SNS등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와 이로 인한 선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요소”라며 “유익한 정보의 유통은 장려하되 가짜뉴스의 생산 및 유포는 엄단하겠다”고도 했다. 포털의 뉴스 유통 과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가짜뉴스’의 개념과 범위가 모호하고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판단해 엄단하겠다는 것은 정부에 비판적 뉴스·정보를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마디로 민간 포털 사업자의 포털 운영과 뉴스 유통 과정에 정부가 개입해 영향을 끼치겠다는 것으로, 공산주의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정부의 정보통제를 연상케 한다.
이동관 위원장은 이날 열린 취임 후 첫 전체회의에서 취임사에서 언급한 ‘공영방송 구조개혁’의 칼을 곧바로 휘둘렀다. 이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윤석열대통령 지명)만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MBC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에 김성근 전 MBC본부장을, EBS 보궐이사에 강규형 명지대 교수를 임명했다.
김성근 신임 이사는 법인카드 부정사용이 드러나 부적격자로 알려진 인사다. 이날 회의는 방통위원 5인 중 2인만이 참석한 것으로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의 설립·운영 취지를 무시한 것이어서 정당성을 결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동관 방통위의 폭주는 앞으로 적어도 총선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BS, MBC 등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 사장 교체 → 보도국 교체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공영언론 장악을 서두르는 한편, KBS2, YTN의 민영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거론되던 포털 장악도 속도를 내, 총선 전에 공영방송과 포털이 정부여당에 유리한 보도를 집중적으로 생산·유통토록 함으로써 여론을 장악하겠다는 계산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여론시장에서 국민들이 뉴스 및 시사정보를 이용하는 주요 경로는 1위가 TV(44.5%), 2위가 인터넷 포털(39.7%)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