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늘려라~ 선거만 이기면 된다"고?

[주영 칼럼] 강남사람 같은 심뽀가 낳은 무능정부

2023-08-28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코로나19가 터졌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가 금리를 낮추고 천문학적으로 돈을 풀었다. 풀린 돈들이 자산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집값도, 주가도, 코인가격도 모두 엄청나게 올랐다. 가격이 붙어 있는 자산이라면 돌덩이든 쇠붙이든 뭐든지 가격이 올랐다.

풍선처럼 자산가치 부풀린 코로나19 시대 돈잔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금리를 낮췄고 돈을 풀었다. 집값이 크게 올랐다. 언론은 어느 동네 아파트가 얼마나 올랐는지 매일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를 한다. 때를 만난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투어 내놓는다.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집 없는 사람들의 조바심을 부추긴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참기 힘든 법이다. 아니, 정말 '벼락거지'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집을 사러 나서야 한다.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고 부추긴 그 조바심과 공포심은 결국 '갭투기'와 '영끌'이라는 신종 최첨단 투자기법을 만들어내며 다시 집값을 하늘 위로 끌고 간다. 저 멀리 달아나는 집값을 이젠 쳐다볼 수도 없다. 가진 돈이 적은 비교적 젊은 친구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져만 간다. 비록 집은 놓쳤지만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한다. 적은 돈으로 오른 집값만큼 따라잡을 유일한 자산시장, 아직 코인이 남아 있다. 이젠 하루에 50~100% 예사로 오르고 내리는 코인 가격을 바라보며 뻘건 눈으로 밤잠을 설친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이다. 어느 누군가는 내가 샀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다시 사줘야 한다. 그래야 내 투자가 성공을 한다. 그런데 부동산 대출 규제를 하겠단다.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겠단다. 종부세를 강화하겠단다. 주식 양도세를 올리겠단다. 심지어 암호 화폐에도 세금을 매기겠단다.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에 사줘야 하는데 이를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겠단다. 투자 수익에 세금을 많이 걷겠다는 이야기다. 이 역시 내 투자 성공을 방해하는 몹쓸 정책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하면서 관련 리스크가 확대하는 가운데 다중 채무자가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 잔액도 늘어나고 있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3천952억원으로 6월(34조8천468억원) 대비 5천483억원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거리에 붙은 카드대출 안내 스티커. 2023.8.22

강남사람 같은 이해타산이 탄생시킨 무능 검찰 정부

이제는 내가 강남에 살든 강북에 살든, 나이가 많든 적든, 평소 어떤 정치적 이념과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상관없이 강남 유권자랑 이해관계가 거의 같아졌다. 선거에 있어 뜨거운 가슴이 가리키는 쪽이 아닌 계산 빠른 머리가 가리키는 쪽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었던 무주택자 45%는 한 순간에 '벼락거지'를 체험했다. 그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대한민국 국민 절반은 집이 있고 절반은 집이 없다. 양쪽 모두에게 분노를 샀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졌던 이유다. 아니 무능하기 짝이 없는 검찰 정부가 탄생한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노림수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발 핵폭탄이 터지더라도, 그래서 우리 경제가 폭망하더라도, 당장의 집값은 떠받쳐야 한다. 더 많은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강남 유권자와 같아져야 한다. 그래야 다시 선거에 이길 수 있다.

그런데 반갑지 않은 손님 인플레가 우리를 덮쳤다. 웬만한 부동산 규제 완화로는 집값 하락을 막을 수가 없다. 적극적으로 가계부채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집값을 떠받칠 수 있다. 걱정 마시라. 정책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을 만들었다. 무려 40조 원이나 예산을 배정했다. 물론 국민 세금이다. 소득에 상관없이 9억 원 이하의 집에 5억 원까지 저금리로 대출해준다. 빚내서 집 사러 가는 길, 꽃길을 만든 셈이다.

40조 원으로 공공임대아파트를 지으면 120층짜리 '롯데월드타워'를 10채나 지을 수 있는 돈이다. 애당초 서민들과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복지는 관심사항이 아니다. 국민 세금 얼마를 쏟아 붓더라도 집값은 반드시 떠받쳐야 한다. 그래야 다시 선거를 이길 수 있다.

총선 승리만 눈 앞 어른거리는 '히로뽕' 경제정책

'깡통전세'나 '역전세'가 발생하면 집주인은 집을 팔아서라도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게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이다. 그런데 갑자기 친절한 정부가 나타나서 집을 팔지 말라고 속삭인다. 대신 원하는 만큼 빚을 내어주겠다고 한다. '깡통전세' 주택이 매물로 쌓이는 일을 내버려둘 수 없다. 집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보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풀었다. 가계부채는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상관없다. 다시 선거만 이기면 된다.

결국 2023년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이 전 분기에 비해 10조 원 가까이 늘었다. 1862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주담대 잔액은 역대 최고치로 1031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세보증금과 개인사업자 대출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최소 3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 1%만 올라도 가계 이자부담이 35조 원이 증가한다. 이미 가계대출 연체율도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상관없다. 다시 선거만 이기면 된다.

그러다보니 매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비록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긴 올렸다. 0.50%에서 3.50%까지 올렸다. 그런데도 통화량(M2 광의통화)이 약 2년 사이 300조 원이나 넘게 증가했다. 2021년 8월 3494조 원이었던 통화량은 2023년 6월 3803조 원으로 증가했다. 인플레이션이 우리를 덮치고 있는데도 정부가 가계부채를 늘리고 시중에 돈을 푸는 사실상 '금리 인하'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을 챙기겠다면서 히로뽕을 투약하는 꼴이다. 거꾸로도 이런 거꾸로가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선거만 이기면 된다.

가계부채를 늘리는 사이 실제로 우리 경제가 폭망하고 있다. 다른 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라만 가는데 우리는 계속 떨어진다.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1인당 국민소득도 2700달러 이상 줄어들고, 국가 순자산도 160조 원이나 사라졌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가 확정적이다. 윤석열 정부 이후 무역수지 적자가 무려 650억 달러에 달한다. 덕분에 우리 돈, 원화가치는 인도 루피, 브라질 헤알, 태국 바트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 가계부채 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훈 '그날이 오면'.

경제 폭망 부르는 진짜 반국가세력들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반국가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단호한 의지를 내보였다. 진심으로 동의한다. 선거 좀 이겨보겠다고 가계부채 핵폭탄에 불을 붙이고 나라 경제를 나락을 끌고 가서 국가를 근본부터 무너뜨리는 세력들만큼 반국가 세력들도 없다. 일망타진해야 한다. 진심으로 응원한다. 반국가 세력들이 일망타진되는 그날, 그날이 오기만 한다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와주기만 한다면,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기뻐서 죽는 일, 무슨 한이 남겠는가. 그날이, 그날이 오기만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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