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협력체, 캠프 데이비드서 공식화…‘대못 박기’

한국, 최하위 파트너 전락…3국 협력체 '족쇄' 불가피

북한 저지 내걸고 중국 겨냥…'아시아판 나토' 촉각

일본, 유엔사 진입 초읽기…유사시 한반도 상륙 용이

'결속 다진' 한‧미‧일, 다음은 아세안‧개도국 공동 공략

2023-08-17     이유 에디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이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미일 3자회담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미국 워싱턴DC로 초청하겠다고 제안했다. 2023.05.21. 연합뉴스

"한‧미‧일 3국 관계에서 지금이 아니면 절대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다."

18일 미국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둔 15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는 '아시아에서 미국에게 온 기회의 창'이란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그렇게 판단하게 된 근거도 내놓았다. 먼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군사력 강화 등 불안정한 동아시아 역내의 안보 환경을 3국 결속을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꼽았다.

그러나 결정적 요인으론 강제동원(징용) 등 일제 과거사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던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3자 변제'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 양보를 계기로 봉합됐고, 이를 토대로 한‧미‧일 3국 관계가 장차 군사동맹까지 바라볼 정도로 급진전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기사는 윤 대통령의 대일 행보를 두고 한국 내에서 "굴종 외교" "매국 외교" 등 비판 여론이 거센 점을 들면서 "미래의 성공은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내년 총선이나 차기 대선에서 패배하면 3국 협력은 다시 파탄날 수 있다는 얘기다.

 

10일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23.6.10. 사진 이호 작가

3국 안보협력체 출범 선언…제도화 통해 '대못 박기'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낮은 지지율도 변수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내년 대선 선거 일정도 빠듯한 만큼 "세 지도자는 정치적 모래바람이 휩쓸기 전인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사는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란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야 왜 바이든 대통령이 서둘러서, 그것도 18일 단 하루 정상회의를 위해 굳이 캠프 데이비드로까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불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세 정상은 18일 오전 정상회의에 이어 오찬을 함께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윤 대통령은 미국행을 위해 17일 오후 출국한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새로운 '한‧미‧일 안보협력체'의 출범 선언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 협력의 공동비전과 기본 원칙을 논의하고 핵심 골격을 만든 뒤 '제도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의 정치 상황이 바뀌어 한‧일 관계가 악화해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대못'을 치겠다는 뜻이 그 바탕에 짙게 깔려 있다. 구체적 방안으로 3국 정상회의 정례화나 국가안보보좌관 회동 정례화, 군사훈련 정례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체'의 위상과 관련해 김 1차장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협력체로서 뚜렷한 독립성을 획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앵글로색슨 동맹인 오커스(미국‧영국‧호주)와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안보 협의체인 쿼드에 '한‧미‧일 안보협력체'가 가세하는 그림이다. 유사시 한‧일 간 상호 안보 협의를 의무화하는 일종의 '준 군사동맹' 합의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포린 어페어즈>는 "한국과 일본은 첨단기술과 가공한 국방력을 지닌 동맹국들이며. 두 나라에는 약 100개의 영구 미군기지와 약 8만 명의 군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요 군수공장들을 시찰하고 "전쟁준비의 질적 수준은 군수산업발전에 달려 있다"며 무기 생산능력의 제고를 독려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11~12일 전술미사일 생산공장과 전술미사일 발사대차 생산공장, 전투장갑차 생산공장, 대구경 조종방사포탄 생산공장 등을 현지지도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2023.8.14. 연합뉴스

북한 저지 내걸고 중국 겨냥…'아시아 판 나토' 촉각

3국 안보협력체는 북한의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내걸지만 주된 과녁은 중국이라는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북한의 국력을 고려하면 한미동맹 전력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선 북한과는 달리 중국을 적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 군사전문가인 쑹중핑은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겉으론 북한을 겨냥하지만 실제 과녁은 중국"이라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공동방위 체제를 구축해 지휘와 조기경보, 미사일 기술 등의 분야에서 공동대처 능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체가 '동북아판 나토'로 비칠 우려를 감안해 <포린 어페어즈>는 미국이 3국 안보협력과 유사시 대응 계획이 나토와 같은 '집단 방어 공약'에 맞춰서 준비된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잡지는 "한국과 일본 내 유권자들이 (3국의) 깊어지는 협력의 범위와 속도를 어떻게 느낄지와 관련해서도 (그런 메시지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2019년 <포린 어페어즈>를 통해 "미국은 궁극적으로 아시아와 그 너머의 세계에서 관계와 제도의 촘촘한 네크워크에 중국 전략을 심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 주둔 유엔사(UNC-Rear) 7개 후방기지  [유엔사령부 홈페이지] 시민언론 민들레

일본, 유엔사 진입 초읽기…유사시 한반도 상륙 용이

이번 정상회의에선 또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16개 전력 제공국을 포함한 유엔사령부(UNC) 회원국에 일본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역대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한‧미‧일 안보협력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길이다. 그 경우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막을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유엔사에서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최근 윤 대통령이 여기저기서 유엔사 관련 발언을 내놓은 것을 보면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용인'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평택 캠프 험프리에 본부를 둔 유엔사의 하부 조직인 '주일 유엔사'(UNC-Rear‧후방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 한국전 전력제공국의 병력과 장비를 원활하게 유엔사에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일 유엔사는 전략적 가치가 높은 7개 후방 기지를 관할한다. 일본 본토에 요코다(공군)와 요코스카(해군), 자마(육군), 사세보(해군) 등 4곳이 있고, 오키나와에 가데나(공군), 화이트 비치(해군), 후텐마(해병대) 등 3곳이 자리 잡고 있다. 본부는 요코다 공군기지에 있다.

늘 그렇듯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저지 방안도 담긴다. 3국은 이미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에 합의했으며, 세부 사항들은 이번에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하는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왼쪽부터) 등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한 후 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2023 07.13 [AFP=연합뉴스]

'결속 다진' 한‧미‧일, 아세안‧개도국 공동 공략 예고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글로벌 사우스(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의 개도국)에 대한 공동 전략 마련이다. 김태효 1차장은 "한‧미‧일을 바탕으로 아세안과 개도국 등에 대한 3국 간 조율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포위를 위해 다른 곳들을 모두 다져놓은 다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압도적이어서 미‧중 어느 쪽 편도 들기를 거부하는 동남아와 글로벌 사우스를 공동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조만간 베트남 방문을 추진하는 것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심장부'인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핵심 교두보로 베트남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3국 간 경제안보 협력도 주요 의제다. 김 1차장은 "한‧미‧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첨단기술 분야 협력과 함께, 공급망과 에너지 불안정 등 경제안보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파트너십 강화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중 경제포위망도 공동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차별 시정 문제 등이 다뤄질지는 미지수다.

 

29일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 함이 다국적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로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한국 정부가 주최하는 다국적 훈련(이스턴 엔데버 23)은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참여한 가운데 31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열린다. 2023.5.29 . 연합뉴스

한국 최하위 파트너 전락…3국 협력체 '족쇄' 불가피

초읽기에 들어간 일본의 후쿠시마 제1 원전 핵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한국과 미국 정상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힐지도 주목된다.

이렇듯 가공할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춘 독립적인 한‧미‧일 안보협력체가 공식 출범하게 됨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결속'도 한층 강화되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대결 구도는 더욱 첨예화할 전망이다.

미국이 서둘러 '대못'을 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한‧미‧일 안보협력체'가 정식으로 가동되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불가피하게 최하위 파트너로 전락하게 되고, 대중‧대러 전선에서 행동대장 역할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

뭣보다 추후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같은 국가적 과제를 추진할 때 쉽게 벗어나기 힘든 '족쇄'로 작용할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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