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새만금 잼버리…7년 전 “폭염, 주요 위험” 경고

2016~2018년 보고서들, 폭염·태풍·북한 도발 명시

유치계획서 “무성한 숲 조성”…현실은 땡볕 습지

워싱턴포스트 “폭염 경고에도 제대로 대비 못해”

미국 엄마 “군부대서 한주 보낼 생각에 아들 무너져”

2023-08-10     이유 에디터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야영지에서 철수하고 있다. 2023.08. 08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윤석열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가운데, 7년 전인 2016년부터 행사 주최 측 내부에서 폭염을 주요 위험 요소라고 경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적신호를 무시한 채 한국이 스카우트 잼버리를 그대로 강행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6∼2018년 기간에 주관 정부와 기관 등이 작성한 3건의 기획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그런 경고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3건의 보고서는 태풍, 북한의 군사 공격과 함께 폭염이 성공적 행사에 최대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5년 전인 2018년 보고서를 보면 "8월에 진행될 (잼버리) 행사가 섭씨 36도 폭염과 태풍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경고가 있었다. 이에 캠핑장을 그늘로 식히기 위해 "2023년에는 잼버리 행사장에 무성한 녹색 숲을 조성할 것"이라는 계획이 담겼다.

 

전남 순천시 서면 운평리 도로에서 9일 오후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했다가 조기 철수한 스위스 대원 38명이 타고 있던 관광버스가 시내버스와 충돌해 잼버리 대원 3명과 버스 승객 5명이 경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2023. 08. 09 [전남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2016~2018년 보고서들, 폭염·태풍과 북한 도발 명시

그러나 지난주 수만 명의 10대 잼버리 참가자들이 이글거리는 여름의 태양 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막상 새만금 현장에 도착하자 그런 숲은 없었고, 현실은 8월 1일부터 개막된 잼버리에 대한 준비 부실로 인해 수백 명이 병이 났다고 WP는 전했다. 138명 이상이 온열 질환을 겪었고 추가로 수백 명이 현장에서 치료받았다.

신문은 간척지인 새만금 행사장의 여건은 자연재해에 대비하겠다는 최초 계획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고 비판했다. 고염도의 새만금 토지가 나무 심기에 적합지 않아 주최 측의 숲 조성 계획은 무산됐고, 7월의 폭우가 이어지면서 모기가 창궐하는 습지로 변했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심지어 주최 측은 기온이 섭씨 40도, 습도가 80%까지 오르면서 수천 명이 열사병을 겪었던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교훈을 거론하기도 했다.

3건의 보고서들은 기온이 섭씨 36도 이상인 경우와 태풍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일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 축사를 한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씨와 함께 종이날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대통령은 '선배 스카우트'임을 강조하면서 "잼버리 기간 동안 즐겁고 건강하게 즐기고, 대원들끼리 깊은 우정을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었다. 2023.08.02.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유치계획서 "무성한 녹색 숲 조성"…현실은 땡볕에 습지

2016년 전라북도의 요청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수행한 타당성 연구 보고서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2023 세계잼버리가 진행될 2023년 8월 1∼12일 기간에 한반도에 폭염이 가장 심하고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철저한 재난 예방과 대응 태세를 통해 그런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전북도의 2018년 잼버리 유치 활동의 일환이기도 했던 이 보고서는 "새만금은 더는 물에 잠긴 곳이 아니며 산과 들, 초원에다가 재난관리 정보 시스템까지 구축된 드넓은 대지이며 비상시에 5만 명 이상의 잼버리 참가자들을 돌볼 준비가 된 곳"이라고 주장했다. 5년 후 완전한 거짓으로 드러날 공약(空約)을 오로지 대회 유치를 위해 국제사회에 대고 떠벌인 셈이다.

이번 행사를 담당한 한 정부 관계자는 "보고서와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 폭염 대비 필요에 대한 경고가 있었고 그늘막 설치와 나무 심기 계획도 있었지만, 우리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행사를 앞두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예산 승인을 포함한 몇몇 지연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을 조기 철수한 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6일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들어가고 있다. 2023.08.06. 연합뉴스 

미국 엄마 "내주 군 기지서 보낼 생각에 아들 무너져"

재난관리 전문가인 김동훈 씨는 WP에 "한국 정부는 2018년 폭염을 자연재해의 한 유형으로 공식 지정했으나 정부 관리 대다수는 여전히 폭염을 여름철 현상 정도로 여기고 있다"며 "그래서 재해 예방 차원의 대책 마련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잼버리 첫날인 1일 한국 정부는 4년 만에 처음으로 폭염 위기 경보를 최고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는데도 조직위는 그런 폭염 상황에선 유사한 위기 경보를 발령하도록 돼있는 내부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고 WP는 지적했다. 매뉴얼에는 위기 경보 발령이 나면 긴급 지원에 돌입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번 새만금 행사에 참가했던 한 미국 학생의 어머니인 크리스틴 세이어스는 알 자지라 방송에서 "100% 악몽이다. 생활 여건과 혼란이 아들을 무너뜨렸는데, 다음 주를 군 기지에서 보내야만 한다는 생각에 아들이 다시 한번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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