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인에게 중국이란? 호의적이나 압도적 중압감!

"중국, 동남아인 삶의 영역에 아주 뚜렷한 일부분"

동남아 접근법…미국 '이념' vs 중국 '가치 중립'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 점점 안보 위협으로 비쳐

중국의 '번영과 안정' 구호, 동남아 "아주 매력적"

2023-08-08     이유 에디터

 

 

뉴욕 소재 비영리단체인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가 1일 발행한, '미국의 대중 정책에서 동남아를 우선으로 삼아야'란 제목의 44쪽짜리 보고서 표지.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발자취는 폭넓고, 깊고, 다면적이며, 그리고 많은 동남아인 삶의 영역에서 아주 뚜렷한 일부분이 되어 있다. 미국의 그것보다는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다."

뉴욕 소재 비영리단체인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는 지난 1일 공개한 '미국의 대중 정책에서 동남아를 우선으로 삼아야'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동남아인의 삶에 미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을 비교하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의 전직 고위 관리, 동남아 정책 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이틀간 비공개 토론을 주관했다.

보고서는 동남아인들의 눈에 비친 중국의 모습과 함께 그 정서를 고스란히 담았다.

토론회 분석 결과, 동남아인 대부분은 대중 경제 관계를 비교적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가봉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23 04 19. AP 연합뉴스

중국의 '번영과 안정' 구호, 동남아 "아주 매력적"

한 참석자는 "경제 전선에서 동남아에 대한 중국의 관여는 대체로 긍정적 요소로 여긴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도 "'번영과 안정'이란 구호는 중국의 접근법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다. 현재 역사를 감안한다면 이 구호는 동남아 대부분에서 아주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은 2020년 전 세계에서 중국의 제1 교역국이 됐으며 중국은 2009년 이래 아세안의 제1 교역국이 됐다. 2022년도 기준 중국-아세안 교역 규모는 연간 9750억 달러로 1조 달러 시대를 눈앞에 뒀다. 무역성장률도 인상적이다. 2010~2022년 사이에 양자 교역은 4배로 뛰어올랐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그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여기엔 2010년 발효된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CAFTA)이 중요한 촉진제가 됐다. CAFTA는 현재 버전 3.0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며 관세 추가 인하 등을 통해 교역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국은 아세안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2022년 가입한 데 이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 신청을 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교역 규모에 비하면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크지 않다. 아세안 사무국은 2019~2022년 3년간 70억~120억 달러 정도로 본다. 미국은 2022년만 해도 250억 달러였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재정 지원을 받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킬가온 지역에 건설된 다세르칸디 하수처리장 덕택에 정화된 호수에서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있다. 2023 07.28 [신화=연합뉴스]

동남아, 중국에 호의적이나 압도적 중압감에 눌려

그러나 중국은 일대일로(중국의 자본·인력을 동원한 대규모 대외 인프라 구축 사업)를 통해 동남아 국가들에 대규모 인프라 건설과 함께 개발 금융 차원에서 상당한 규모의 양허성 차관을 제공해왔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2017년부터는 금융 조건과 과도한 부채 축적, 인프라의 질과 적절성, 환경 문제, 지나친 중국 노동자 고용 등으로 불만들이 커졌다.

또한 경제 관계가 깊어질수록 강화되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대한 우려도 퍼졌다. 보고서는 동남아인 사이에서 "중국이 정치적, 전략적 목적을 위해 동남아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그런 경제적 영향력을 어느 정도 활용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뭣보다 모든 영역에서 "압도하는" 중국에 대한 중압감이 컸다. 그 중압감의 면면으로 △ 동남아와의 지리적 근접성 △ 엄청난 정부 기구들 △ 수많은 반관반민 인사들 △ 방대한 규모의 경제 △집중적인 외교 △ 수그러들지 않는 집요함 등이 거론됐다.

보고서는 "이 모두가 동남아인을 소외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중국이 동남아를 "끌어당기려" 할수록 실제론 "밀어내는" 정반대의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왼쪽부터) 등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한 후 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2023 07.13 [AFP=연합뉴스]

동남아 접근법…미국 '이념' vs 중국 '가치중립' 

이에 아세안은 물론 개별 동남아 국가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 균형을 맞추고자 미국과 일본, 한국, 인도, 호주, 유럽연합(EU) 등 역내‧외 국가와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전반적으론 중국에 호의적 기류가 아직은 훨씬 우세하다. 동남아에 대한 중국의 접근법은 가치중립적이고 거래 형식을 띤다는 점이 강점이 되기도 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우면서 '가치적' '이념적' 접근을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한 참석자는 "경제발전이 우리의 제1의 관심사다. 중국은 원조와 투자를 하면서 실용적 문제를 우선시하고 인권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인민공화국 모델은 다른 나라보다 특정 나라에 어필한다. 권위주의 국가들에서 더욱 호소력이 있다"라는 말도 있었다.

또한 "중국은 강압적이면서도 매력 포인트들도 지니고 있다"거나 "지역의 지리는 바꿀 수 없듯이 이 지역 국가와 중국과의 역사는 바꿀 수 없다"는 호의적 기류를 반영한 얘기도 있었다.

 

미국 해군 구축함 정훈함이 캐나다 해군 호위함 HMCS 몬트리올과 함께 지난 5월 30일 남중국해에서 '노블 울버린 작전'에 참가하고 있다. 두 전함은 3일 대만해협에서 중국 구축함 루앙III이 근접거리에서 가로지르는 바람에 충돌 위기를 겪었다. 2023.5.30.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남중국해 문제로 점점 안보 위협으로 비쳐

하지만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과 남사군도와 서사군도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겪는 남중국해 이슈로 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재판소는 2016년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권리" 주장을 유엔해양법협약에 근거해 만장일치로 무효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계속 영유권을 주장하며 이곳에 인공섬 건설 후 군사기지로 삼고 요새화했다. 그러나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부루나이, 필리핀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중국과 분쟁을 겪고 있다. 또한 중국의 '구단선'도 나투나제도 주변의 인도네시아 영해와도 충돌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공세적으로 활동하는 중국 해안경비대와 해상 민병대의 존재, 동남아 다른 나라의 주권과 어업권을 무시하는 중국의 선박들의 불법 조업 행위 등으로 중국에 대한 인식은 나빠지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보고서는 "남중국해에서의 공격성, 더 작은 나라들에 대한 협박. 중국에 대한 불신은 역내에서 더 폭넓게 느껴진다"며 "대부분 동남아 국가들,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국가들은 점점 더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보고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세안-중국 주간 2023' 행사가 지난 4일 중국 푸젠성 성도인 푸저우에서 300명이 넘는 양측 정부 고위관리와 외교사절, 기업인,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됐으며 오는 11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아세안-중국 정상회의는 9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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