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에서 “고속도로 게이트 진상규명 하라”
촛불대행진 1주년맞이 시청앞 51차 집회
“잼버리도 전 정부 탓, 국제 망신·국격 실추”
양평서 국정농단 진상규명 토크콘서트 열려
교사 3만 명 도심서 서이초 진상규명 3차 집회
사망자 사촌오빠 “진상규명·재발 방지 요구”
매주 주말마다 시청 앞 일대를 수놓았던 촛불대행진이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8월 6일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100명이 모인 가운데 시작됐던 <1차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은 5일로 51차를 맞이했다. 시민들은 지난 1년간의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광장의 자리에 서 있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도심에서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교사들의 3차 집회도 열렸다.
5일 오후 서울 시청 앞~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제51차 촛불대행진>에는 주최 측 추산 연인원 8000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준비에 난맥상을 드러낸 세계 잼버리 대회와 관련 “국제 망신, 국격 실추, 윤석열은 내려와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양평 고속도로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발언자로 나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촛불 시민 덕분에 1년 내내 건강하게 평화롭게 집회를 한 것이 감격스럽고 고맙다”면서 “1년 동안 촛불 행동과 민주시민이 잘 싸워 ‘양평 고속도로 게이트’를 드러냈고 ‘탄핵 도로’, ‘구속 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평 고속도로, 공흥지구, 검찰 특활비 특검하면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모두 구속될 심각한 범죄가 될 것”이라면서 “총선 전에 불법 조작 집단을 조기에 끌어 내릴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51차 집회는 <무한조작 고속도로 가요제>라는 이름으로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가 신청을 받아 진행한 개사곡 경연대회가 펼쳐졌다. 이지연 씨가 ‘사랑의 재개발’을 개사한 ‘국힘의 재개발’을 불렀고, ‘시끄러운 아이들’이 ‘무조건’ 개사곡을 불렀다. 장녹천 씨는 ‘테스형’ 개사곡을 불러 호평을 받았다.
사회자 김지선 강남촛불행동 대표는 새만금 잼버리 준비 부족을 질타했다. 김 대표는 “새만금 야영 행사에 국제 망신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전혀 준비되지 않은 끔찍한 행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윤석열 때문”이라면서 “또 전 정부 탓을 하는데 아무 책임을 안 질 거면 왜 그 자리에 갔냐”고 말했다.
가수 우위영 씨는 <1909년 그날>, <두물머리에서>를 불렀고 가수 성국 씨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열창했다. 노래패 맥박이 <부탁합니굥>을, 광주 촛불 장기자랑 우승자인 김탁영 씨가 <사이다>를 각각 불렀다.
5일 오후 경기도 양평 양평군청 릴레이 단식농성장에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추진 및 국정농단 진상규명 촉구 양평농성장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김연호 생활정치네트워크 여민동락 대표는 “7월 8일부터 양평 릴레이 단식 투쟁을 시작해 오늘로 29일째가 됐다”면서 “그동안 주민 간담회를 진행하고 농성장 신문 발행, 아침, 저녁 피케팅 등 많은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경기 광주)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40%는 경기도 광주가 차지한다”면서 “변경안은 동네 한 가운데를 지나가는데 동네를 양분화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상수원 1권역이어서 내 땅 있어도 집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는데도 고속도로는 지나간다”면서 “광주 시민들도 이를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은 “김선교 전 의원이 원래 강상면 안을 주장했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5월 8일 이전에 노선 변경을 이야기하지 않아 놓고 이제 와서 마치 자기가 요구해서 노선을 변경한 것처럼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현정 양평군의원은 “양평군에서 종점 변경 총대를 멘 사람이 안철영”이라면서 “공흥지구 특혜 관련 공문서위조로 수사를 받는 중에 오히려 승진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7월 26일 관계기관 협의 공문에 다른 안을 제안하면서 서명을 한 당사자”라면서 “최은순 씨가 공흥지구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는 과정으로 수사받았는데 고속도로 종점 변경의 행동대장이었다”고 말했다.
한 서울 시민은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양평군수 전진선과 공무원들은 민주당사에서 항의할 것이 아니라 국토부로 가서 항의했어야 했다”면서 “수사받는 과정에서 국장 승진하는 것이야말로 국정 농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희룡 장관은 거짓말로 일관하지 말고 자기 말에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즉각 사퇴하라”면서 “양평 고속도로는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평군민 박보정 씨는 “얼마 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와서 주민 모아놓고 간담회를 한다고 해서 갔더니 양평 주민 간담회가 아니고 국민의힘 지지자만 모아놓고 하더라”면서 “거기서 왜 종점을 거기다 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니까 참석자들이 '너 어디서 왔냐'며 따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사람들만 모아놓고 하는 게 장관이 할 짓이냐”면서 “끼리끼리 모아놓고 변경안대로 원한다는 정신상태로 대한민국을 다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교사 등 3만여 명은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사망한 서이초등학교 사건의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망한 교사의 사촌오빠 A 씨는 연단에 올라 “위험한 물건을 던지고 욕하고 소리 지르고 비명을 지르던 몇몇 아이들의 모습과 그것을 제지할 수 없어 무기력함을 느껴서 힘들어했던 수많은 상황이 있었다”면서 “학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우리 집에서는 안 그러니 선생님 탓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뿐 아니라 주변 동료 교사들이 이런 일을 당하면 동생은 자기 일처럼 괴로워하고 무서움에 떨었다”면서 “그런 일들이 언제든 자기에게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불안함, 무기력함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6개월 전 유명을 달리한 사립초 교사 유가족을 만났다”면서 “동생과 똑같은 상황이어서 눈물을 흘렸는데 올바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경남에서 온 교사 김지성 씨는 “교사가 교육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교사의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누구도 괴롭힘에 노출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인권도 지킬 수 없는 교사가 학생에게 인권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면서 “교육전문가인 교사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며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는 진정한 교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왕의 한 초등학교 교감인 현종철 씨는 "교권이 무너진 교실에서 교사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면서 "학생, 학부모의 신고로 교사의 교육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한 교육 활동을 할 수 없는 학교라면 그것은 죽은 교육 아닌가"라면서 "정상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죽은 교육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립유치원 교사 B 씨는 "맞벌이라서 참여가 어려우니 운동회를 열지 말라는 학부모, 시간이 없으니 알림장 활동하지 말라는 어머니 등 학부모 민원은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학부모들이 상담을 비슷한 신청에 요구해 시간을 조정하려고 하면 선생님이 뭔데 시간을 조정하라 마냐 하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 3개월 차에 산전 육아 휴직했는데 학부모와 마주칠까 두렵다"면서 "유치원 교사뿐 아니라 모든 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부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두고 뜻을 펼치지 못하고 떠나셔야 했던 선생님은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겠나"면서 "가슴 속 응어리를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많은 선생님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 선배 교사로서 너무 죄송하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답게 가르칠 권리를 되찾겠다는 선생님의 절절한 외침과 행동에 우리도 함께하겠다"면서 "서이초 선생님의 진상 규명과 교육 활동이 지배받지 않는 교육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