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사즉생 생즉사' 인용한 '친일 본색' 윤석열
윤, 우크라서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함께 싸우자"
전시 우크라서 노골적 편들기…한‧러 관계 파국 임박
조선 운명 걸린 명량해전 전야 불퇴전의 각오 천명
3‧1절 망언서 핵 오염수 방출 용인까지 '굴종 일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진행한 공동 언론발표 자리에서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란 젤렌스키의 말을 인용하면서 했던 발언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불법 침략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 바친 우크라이나의 젊은이들,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하고 "70여 년 전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고 한국전쟁도 거론했다.
윤, 우크라서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함께 싸우자"
정전 상태의 분단국으로서 교전 당사자 중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는 역대 정부의 기조를 깨고 전시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아가 노골적 편들기에 나선 것도 문제지만, 평화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보단 '생즉사 사즉생'이란 '결연한' 말까지 써가면서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무모하고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또 다른 의문은 윤 대통령이 과연 '생즉사 사즉생'이란 말을 사용할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말의 출처인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는 이순신 장군이 왜군과의 결전을 앞두고 휘하 장수와 병사들에게 했던 비장한 토로였기 때문이다.
작년 5월 취임 이후 '일본 지킴이'로 일관해 '친일 본색'이란 오명까지 얻은 윤 대통령에겐 걸맞지 않은 말이다.
이순신 장군은 조선의 운명이 걸린 명량해전을 하루 앞둔 1597년 9월 15일(음력) 밤에 전라좌수영 본영에 휘하 장졸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칠천량 해전 참패 이후 13척의 판옥선만 남은 가운데 구루시마 미치후사, 와키자카 야스하루, 도도 다카도라가 이끄는 100여 척의 왜군 함대를 맞아 결전을 치러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장수와 병사를 불문하고 다들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고, 그때 이순신 장군이 비장한 각오를 밝힌 말이 '필사즉생 필생즉사'였다.
전시 우크라서 노골적 편들기…한‧러 관계 파국 임박
윤 대통령의 친일 행보는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당장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에 대한 대응 만해도 그렇다.
국민의 85%가 반대하고 국민의 생명과 생업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지난 12일 리투아니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도장'을 찍어줬다. 곳곳에서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두고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을 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종합보고서가 시료 분석에서 보고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부실하고 졸속으로 이뤄진 데다 일본-IAEA 간 '검은 거래' 의혹도 제기됐으나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윤 정부는 3월 6일 일본 전범 기업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손해 배상 판결을 부정한 '제3자 변제 안'을 피해자와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 방안은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총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피고인 일본 전범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 돈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혜택을 입은 포스코 등 한국 기업이 갹출했다. 윤 대통령은 열흘 뒤인 3월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구상권' 포기마저 약속했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굴욕적' '굴종적' 자세를 보였다.
그 후 윤 정부는 지금까지 '제3자 변제' 해법을 거부해온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피해자 4명의 의사를 무시한 채 기습적으로 법원에 판결금 공탁 신청을 밀어붙였으나, 지난 4일 광주지방법원의 불수리 결정을 포함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3‧1절 망언서 핵 오염수 방출 용인까지 '굴종 일관'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커밍아웃'한 계기는 3‧1절 기념사였다. 윤 대통령은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군대 위안부와 강제징용(동원) 등 일제 식민지 과거사나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민을 비하하고 일본의 군국주의 움직임에 면죄부를 준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해 일본의 침략행위에 대한 준열한 비판과 사죄 요구는커녕 외려 식민지 전락은 우리 민족이 무능 탓이라는 일본 극우와 유사한 역사관을 드러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란 구실로 불법 식민 지배와 일제 침략사를 부인하는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세탁해준 셈이다. 배경은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의 대형 사진이었다.
도쿄 방문 기간인 3월 17일 한국의 대통령이 조선인을 짐승에 비유한 후쿠자와 유키치가 설립한 게이오대학에 가서 강연한 것도 모자라, 강연하면서 식민주의자로 지탄받는 오카쿠라 텐신의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는 말까지 인용해 한국민에게 수치를 안기기도 했다.
조선 운명 걸린 명량해전 전야 불퇴전의 각오 천명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4월 24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로 절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일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위안부와 강제동원을 비롯한 일제 침략사와 전쟁범죄를 그저 "100년 전의 일"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대일 저자세 굴종 외교의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강화되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미온적 대응, 독도 인근에 일본 해상전력 진입 허용, 일본 관함식에 한국 해군의 욱일기 (일제 전범기) 경례 허용, 욱일기를 단 해상자위대 함정의 부산 입항 허용,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 등이다.
모두 다 일본에 유리하고 한국민은 일방적으로 희생을 치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저지‧봉쇄를 위한 한‧미‧일 '3국 동맹'을 구축하고자 무조건적 '한일 결속'을 강하게 압박해오자, 외교력을 발휘할 엄두도 못 내고 백기투항했다고 하겠다.
400여 년 전에 이순신 장군은 풍전등화에 있던 나라와 백성을 구하고자 단 열세 척의 판옥선만을 가지고 명량해전에 나서면서 '필사즉생 필생즉사'이란 말로 불퇴전의 각오를 다졌다. 이말이 지닌 역사적 무게를 되새겨 볼 때 윤 대통령이 인용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